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연탄 한 장

입력 2011-02-06 01:01 수정 2011-02-06 13:44
 

은의 광시(恩義廣施-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연탄 한 장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 보면 경행록 왈(景行錄 曰) 은의(恩義)를 광시(廣施)하라 인생하처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이랴 수원(讐怨)을 막결(莫結)하라 노봉협처(路逢狹處)면 난회피(難回避)니라




≪경행록(景行錄)≫에 말하였다.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느 곳에 살든 서로 만나지 않으랴?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







사람은 언제나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푸는데 힘써야 한다. 인간의 삶이란 누구를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고 또한 어떠한 상황을 당할지 모르기 때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또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되며, 내가 남을 도와줌으로써 남도 나를 돕게 되어 서로가 발전과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연탄 한 장이란 구체적 대상물을 통해 표현한 시가 있다.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지금의 난방수단은 도시가스로 대체되었지만 안도현 시인이 이 시를 쓸 당시 거의 대부분의 가정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연탄이 꼭 필요했던 시절이다. 그래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  거리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 중의 하나였다.  옛날의 내 기억속에서도 겨울철엔 김장을 하는 것과 더불어 연탄을 장만하여 두는 것이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가장 큰 집안의 대소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가끔 신문지상에서 사랑나누기 운동으로 연탄을 나누었듯이 그때는 더 많이 어려운 집에 서로 서로  연탄을 나눠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연탄을 통해 서로 인정을 나누고 살았었다.




 그리고 연탄의 속성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계속 타 올라 방을 따뜻하게 해 주어 모든 사람들이 포근한 겨울을 날 수 있게는 해주지만 자기는 까만색에서 하얀 색으로 되어 결국은 대문 밖 한귀퉁이에 쓰레기로 버려진다. 시인은 그것을 아낌없이 희생하는 삶의 모습을 가진 것으로 빗대어 보았다. 그러면서 자기가 망가지는 것이 두려워 그 누구에게도  베풀지 못하고 사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반성을 한다.




 이 연탄의 희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부셔져 더 큰 삶의 희망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쓰레기로 버려졌던 연탄은 또다시 깨어지고 부셔져, 골목길에 뿌려져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을 시인은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었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연탄처럼 자기의 모든 것을  널리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2011년이 되었으면 한다.   







 안도현(1961-   )

경상북도 예천 출생,  원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 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2년 노작문학상을 수상.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 교수로 재직 중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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