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오래 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 -우화의 강

입력 2010-10-10 20:59 수정 2011-09-07 12:31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 날이  오래 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 )
                - 우화의 강
 

명심보감 교우편에 보면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이요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이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되어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이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일이 참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또  살면서 위안을 주는 일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심보감의 이 구절은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구절인 것 같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마종기 『그 나라 하늘빛』, 문학과 지성사, 1996.  













  이 시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을 물길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연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본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잘 몰라서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자꾸 만나면서 소위 정이라는 것이 조금씩 들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또 나누게 되는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3연에서는 그렇게 시작된 사람들이 오랜 만남을 가질수록 점점 더 자기의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나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이런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희망을 시인은 이야기한다. 물길을 맑게 고집하는 사람, 내 혼이 잠잘 때 나를 지켜보아 주는 사람, 시원하고 고운 사람, 그런 사람을 시인은 만나고 싶다고 한다.        




 현대라는 사회구조는 사람들이 참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도 나날이 희미해지고 있고, 또한 회사 생활을 해도 근무지 변경도 잦고, 이사도 손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래 사는 사람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이런 떠돌이의 삶을 살다 보니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고, 마음보다는 일로 잠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은 아무도 혼자서는 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 이 시는 충고를 많이 해준다.




첫 번째는  물길이 그냥 만들어지지도 않고 처음부터 큰 강물이 되지도 않음을 말한다. 그럼 무엇이 크고 맑고 시원한 강물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데 그건 정성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멀어지면 잘 포기하는데 좀 더 노력하고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 우리는 늘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혼이 잠잘 때도 그를 지켜보아 주고, 그에게 늘 위안과 밝음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마종기 ( 1939-   )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뒤,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06)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 외 『마종기 시전집』(1999),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2004),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 등을 발표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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