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처럼 끝이 없어라.

입력 2010-05-21 01:59 수정 2010-05-21 12:41
 

호천망극(昊天罔極:넓은 하늘처럼 끝이 없어라.)
           -뮬란  




명심보감 효행편( 孝行篇) 에 보면 시(詩) 에 왈 (曰) 부혜생아(父兮生我)하시고 모혜국아(母兮鞠我)하시니 애애부모(哀哀父母)여 생아구로(生我劬勞)삿다 욕보심은 (欲報深恩)인대 호천망극(昊天罔極)이로다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다음과 같다. ≪시경(詩經)≫에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아아 애달프다 부모이시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애쓰고 수고하셨다. 그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넓은 하늘도 끝이 없네”라는 뜻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도 “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대답들은 주로 자기가 중심이 되어서 “자기가 잘 되고,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드리는 것, 주로 이런 대답들을 해 주었다.     

근데 옛날 우리의 고전 문학속에서 보면 심청이는 아버지 때문에 자기의 목숨까지도 버렸다. 그것이 옛날 효의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들에게 효란 무엇일까? 뮬란이라는 영화에서는 이런 고민을 재미와 감동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뮬란은 월트 디즈니사가 6세기 위나라의 “화목란 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뮬란은 그 당시의 모든 여자들처럼 가문을 빛내고자, 얌전함과 여성스러움을 갖추고 시집을 갈 준비를 하지만 그녀는 맞선을 보기 전, 여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품을 심사받는 장소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결국 퇴짜를 맞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중, 만리장성을 넘어 흉노족이 중국에 침입한다. 나라에서는 각 가문마다 남자를 한 명씩을 전쟁터로 보내라는 징집명령을 내린다. 뮬란의 가문에도 역시 징집 명령이 떨어지나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였고 그래서 뮬란은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터로 나간다.




그렇게 전쟁터로 나간 뮬란은 남자들도 하기 힘든 훈련들을 무사히 마치고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기지를 발휘하여  아군을 수많은 적군으로부터 구해내는 공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슴에 칼을 맞아 치료받는 과정에서 그녀가 여성임이 밝혀지게 된다. 




 동지들은 군법에 따라 할 수 없이 그녀를 홀로 산에 두고 떠나게 되는데, 이때 뮬란은 아직도 살아 있는 흉노족을 보고 다시 황궁으로 달려가서 위험한 상황임을 알려주지만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황제는 잠입한 흉노족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에 뮬란과 샹(대장) 그리고 병사들은 힘을 합쳐 흉노족을 물리치고 황제를 구출하게 된다. 결국 뮬란이 나라를 구하게 되고 여자이지만 영웅이 되어 황제에게 상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뮬란의 집으로 어느 틈에 서로 사랑하게 된 샹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했던 생각은 뮬란은 정말 효녀일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간다. 그러나 만약 들키면 집안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당하는 상황이 생긴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자리에서 처단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전쟁터에 간 딸을 생각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고된 훈련을 참아내는 장면과 여자라는 것을 안 들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뮬란은 목숨을 걸고 가문과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조상님의 은덕에 감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무사히 돌아온 딸에게 “가장 큰 명예와 선물은 너 같은 딸을 둔 거야” 라고 하며 반겨주는 아버지에게 영웅이 되어 돌아오지만 오히려 죄송스러워 하며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뮬란의 모습은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드려야 할 진정한 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잘 찾아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버지 때문에 전쟁에 나갔지만, 뮬란은 영웅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들을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행동하며 용감하게 모든 상황들에 대처해 나간다. 그런 용기 있는 행동들이 그 당시의 가부장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자아의 실현과 효 모두를 성취한 인물로 만들었다고 본다. 또한 이런 모습이 부모의 하늘같은 은혜를 갚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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