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절주 캠페인의 나비효과

입력 2012-11-04 18:45 수정 2012-11-04 18:45

“삼성그룹이 절주(節酒) 캠페인을 벌인데. 솔직히 우리나라 ‘부어라 마셔라’ 음주문화 문제가 많았잖아. 이번 기회에 다른 기업에도 쫙 퍼졌으면 좋겠네.”

 

“형, 그럼 그 주변 술집들은 다 망하는 거 아닌가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상권이 더 위축되겠어요.”

 

“음… 그 말도 일 리가 있군.”

 

얼마 전 만난 후배와의 대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인 삼성그룹에서 그룹 내 과음과 폭음문화를 몰아내기 위해 이른바 ‘절주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었죠. 특히 밤 10시 이후로는 법인카드의 사용을 막아서 자연스레 밤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했답니다.

 

빨리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셔대는 듯한 우리나라의 음주문화. 솔직히 바뀌기는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앞장서서 이를 고쳐나가자는 데 누가 이견을 달겠습니까?

 

하지만 한국 최고인 삼성그룹의 이토록 바람직한 캠페인이 대성공을 거두고, 그 여파가 다른 기업에도 전파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여러 가지 변화가 있겠지만, 앞서 후배의 말처럼 이로 인해 지역상권의 수익과 내수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면 너무 논리적 비약일까요?

 

 

◆ 소수에겐 좋은 행위가 다수가 하면 역효과 발생

 

이건희 회장님의 바람직한 절주(節酒) 지시가 나비효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분명 절주 캠페인은 가정적으로, 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람직한 소비억제 캠페인이 자칫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파라독스(Paradox)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설명하고 싶은 개념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 또는 「저축의 역설(Paradox of Saving)」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죠.

 

절약과 저축은 그것을 행하는 개인에게는 분명 좋은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돈을 모은다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들 모두 어릴 때부터 절약하고 저축하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돈을 쓰지 않고 절약과 저축만을 한다면 과연 경제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파라독스가 존재하는 겁니다.

 

한 사람이 소비를 줄이고 절약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은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절약이 필요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경제전체의 GDP가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경기 불황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한 개인이나 부분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행동일지라도 전체가 그 행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대표적인 ‘구성의 오류’ 중 하나가 바로 ‘절약의 역설’인 겁니다.

 

이는 마치 간판의 속성과도 같습니다. 큰 건물에 조그마한 가게 하나를 열었을 경우,

자신의 가게가 사람들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는 큰 간판을 달면 됩니다. 하지만 그 건물에 입주한 모든 가게가 사람들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큰 간판을 단다면, 너무 요란하고 복잡해져 어느 누구의 간판도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지 않게 될 것이니까 말이죠.

 

 

◆ 보다 다양하고 건전한 소비 활성화 병행되어야…

 

삼성그룹과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술을 적게 마시고 회사의 비용도 적게 쓴다면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주(節酒) 캠페인이 성공해서 전국적으로 퍼지게 된다면, 지역상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간이 문드러질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절주로 인해 줄어드는 소비만큼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소비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상당 부분 상쇄가 될 것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여가시간은 건전하면서 지역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어야 하겠죠. 예를 들면 가족끼리 저녁 외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감상이나 또는 취미, 레저에 돈을 쓸 수 있는 여러 시설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죠.

 

우리나라 최고의 삼성그룹이라면

단순한 ‘절주 캠페인’이 아니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하고 건전한 소비문화의 활성화까지도 생각해서 캠페인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면 너무 염치없는 요구일까요?

 

부디 ‘절주 캠페인’이라는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내수시장 위축이라는 거대한 돌풍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몽상가의 몽상일 뿐이기를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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