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일본 꼴 날수 있다

입력 2012-10-21 16:26 수정 2012-10-22 03:24


“이젠 한물갔어.”

 

일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들어 특히 우리들은 일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초반부터 ‘잃어버린 10년’이라 우려했던 일본의 불경기가 이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침체 일로로만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과거 선망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소니(SONY)’와 ‘도요타(TOYOTA)’는 이제 삼성과 현대기아차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서히 밀려나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외의 평가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스스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선 삼성의 경영전략을 배우자는 책이 출판되었을 정도입니다. 전자 메이커의 대부인 ‘소니’의 나라 일본이 그런 책을 펴 낼 때만 해도 봐 줄만 했습니다. 어찌 보면 앞선 자의 아량일수도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올 여름 제가 일본에 방문했을 당시엔, 대형서점에서 ‘삼성, LG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라는 주제의 책도 보이더군요.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고 일본이 진짜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과거 앞섰던 자의 아량도 보이지 않는,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을 까대는 책까지 출판한단 말인가 하면서 말이죠.

 

일본의 국가부채는 1천조엔(약 1경4,500조원)이 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일본 GDP의 229%를 웃도는 규모라고 합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GDP의 2배가 넘는 국가부채로 인해 일본에서도 제2의 유럽발 재정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특징은 이러한 국가부채의 상당 부분을 일본 국내은행이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빚을 내기 위해 발행한 채권을,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의 경우는, 상당 부분을 외국의 정부나 외국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자신의 나라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거죠.

 

이게 가능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일본의 높았던 저축률이었습니다.

 

1991년 당시, 일본의 개인 순저축률은 15.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근면한 일본인, 저축을 많이 하는 일본인이란 평가는 이러한 높은 저축률에 기인했던 것입니다.

 

즉, 일본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일해 모은 돈이 은행으로 들어갔고 은행은 이 돈으로 일본 정부에 자금을 대어주었던 겁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일본 정부가 채무상환을 못해 자빠지면 은행이 돈을 떼이고 이렇게 되면 돈을 떼인 은행은 일본 국민의 예금인출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되고 그야말로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서운 이야기인 것이죠.

 

물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비록 궁극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일본 국민들의 저축률이 계속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 정부의 빚을 그럭저럭 연장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불황 이후 일본의 저축률은 점점 더 하락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의 순 저축률은 2.9%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물론, 저축률이 무조건 낮아야 좋은 건 아닙니다. 개인이 절약을 해서 저축을 늘리면 소비가 줄어들고 내수경기의 진작이 일어나지 않아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이른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라는 이론도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설비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둔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 OECD 평균 저축률이 7% 수준이었음을 볼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의 저축률입니다. 경제의 잠재력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는 아니란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

그럼 일본 정부는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돈을 빚을 지게 된 것일까요?

 

일본은 그리스와 같은 남유럽 국가처럼 흥청망청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실제로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던 1989년까지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5%를 넘지 않는 건전한(?)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일본에는 거대한 핵폭탄이 터졌죠. 바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버블붕괴입니다. 당시 이 버블붕괴로 일본은 졸지에 1,500조엔에 이러는 자산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답니다. 당시(1989년) 일본 명목 GDP 대비 3.5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죠.

 

그렇다면 기업과 가계는 무엇을 했겠습니까?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빚을 갚거나 둘 중에 하나였겠죠. 그야 말로 불황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죠. 이렇듯 나라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을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경기활성화 대책을 펴는 것이겠죠.

 

일본정부는 어쩔 수 없이 재정지출을 늘이고 각종 경기활성화 정책을 펴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러한 일본정부의 정책 방향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구체적인 행태가 전부 옳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 와중에 필요이상의 과잉투자도 상당 부분 있었으니까요.

 

이렇듯 일본의 현 상황은 늙고 힘 빠진 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세계사의 주역이 아니라며 우리는 일본을 저만치 물려놓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관련된 책의 번역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럴 때 일수록 일본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도 자칫 잘못하면 일본과 같은 불황의 늪으로 (똑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 수준이나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볼 때 자칫 잘못하면 자산가격 붕괴의 폭탄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저축률도 2.8% 수준으로 일본만큼 낮은 수준입니다. 고령화 비율, GDP대비 총투자 비율 등도 일본의 수준을 답습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일본의 불행을 우리가 피씩 웃으며 자만할 때가 아니란 것입니다.

 

 

※ 경제학에서 ‘저축’이란 국민가처분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남은 부분을 말하고요. 이를 다시 국민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 바로 ‘저축률(saving ratio)’입니다.

 

국민가처분소득(Y) = 소비(C) + 저축(S)

저축률 = S/Y × 100(%)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29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499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