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의사소통은 좋지 않아 ! :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12-05-20 17:28 수정 2012-05-20 17:28
강력범죄가 발생했습니다. A, B 이렇게 두 명의 용의자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각각 다른 방에 가두어 놓고 수사관은 심문을 합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므로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두 명의 자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자, 수사관은 A, B 두 명에게 제안을 합니다.

 

한 사람이 먼저 자백을 하면 자백한 사람은 1년형을 끝까지 부인한 사람은 10년형을 살게 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동시에 둘 다 자백을 하면 둘 다 5년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 결정적 물증이 없으므로 둘 다 석방될 수 있습니다.

 

이를 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의 입장에서 보면,

[I] A자신이 자백을 했는데,

1) B도 자백을 하면 A자신은 5년형(-5)을,

2) 반대로 B가 부인을 하면 A자신은 1년형(-1)을 살게 됩니다. (표의 빨간 색 동그라미)

 

[II] 반면, A가 의리를 지킨다고 부인을 했는데

1) 다행히 B도 부인을 한다면 석방(0)이 되겠지만,

2) 혹시나 B가 자백을 해버린다면 A자신은 꼼짝없이 10년형(-10)을 살아야 합니다.

 

B의 입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B자신이 자백하는 쪽이 A가 자백을 하든 부인을 하든 (표의 파란 색 동그라미) 관계없이 최악의 10년형(-10)을 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 B 둘 다, 상대방이 어떤 입장을 취하던 자신이 자백을 하게 되면 적어도 최악의 10년형(-10)을 살 가능성은 없게 되는 거죠.

 

따라서 이러한 제안을 받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자백을 하게 될 것이고 A, B 처럼 둘 다 5년형(-5)을 살게 될 것이며 수사관도 하루 빨리 수사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수사관들은 이것을 노리고 A, B 두 명의 용의자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을 겁니다.

 

게임이론(Theory of Games)에서는 이 이야기를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라는 이름을 붙여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 서로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만 있다면…

 

「죄수의 딜레마」는 언뜻 듣기엔 재밋거리 에피소드인 것 같지만 실제로 ‘과점시장(oligopoly market)’에서의 역학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이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한다면 담합을 맺을 수 있고 이것은 사회 전체의 후생(welfare)은 줄일 수 있겠지만 참여 기업들의 이익은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언급듯이 만약 A, B 두 명의 용의자가 분리된 취조실에 따로 떨어져 있다면 둘 다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두 명의 용의자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둘 다 끝까지 부인을 하자고 말을 맞출 겁니다. 결국은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둘 다 석방을 하게 될 것이고 수사는 미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즉, 용의자들끼리 의사소통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그들은 담합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는 해악이 되겠지만 그들에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는 실제로 정치적 협상, 군비경쟁, 카르텔 하에서의 가격결정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답니다.

 

 

◆ 카르텔 하에서의 가격결정 – 담합으로 이득추구

 

산유국에서 OPEC과 같은 카르텔을 만들어 가격을 담합하는 경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OPEC 소속의 석유생산 국가 A, B가 있다고 해보죠.

 





위의 표에서 보듯이

국가 A의 경우 “초과생산”을 하여 저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할 경우,

1) 국가 B에서도 “초과생산”하여 저가격으로 석유를 판다면 : 국가 A의 이윤은 10에 그치고

2) 국가 B는 카르텔의 룰을 지켜서 “할당량만 생산”하여 고가격으로 석유를 판다면 : 국가 A의 이윤은 무려 100이 될 것입니다. (표의 빨간 색 동그라미)

 

반면, 국가 A가 카르텔의 룰을 지켜서 “할당량만 생산”하여 고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할 경우,

1) 국가 B에서도 “할당량만 생산” 한다면 : 국가 A의 이윤이 50이 되겠지만

2) 국가 B가 룰을 어기고 “초과생산”을 한다면 : 국가 A는 오히려 50만큼 손실(-50)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는 국가 B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의 파란 색 동그라미)

 

따라서 자신은 “할당량만 생산”을 하더라도 상대방 국가에서 “초과생산”을 하면 어쩌나 불안해서 서로 룰을 어기고 국가 A, B 둘 다 “초과생산”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럼 둘 다 각각 10만큼의 이윤밖에 얻지 못하게 됩니다.

 

카르텔은 실패를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석유 수입국가는 싼 값에 석유를 수입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국가 A, B가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할당량만 생산”하기로 아주 견고하게 담합을 한다면 국가 A, B 둘 다 50의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이치인 것이죠.

 

‘독점시장’이란 특정 산업에 3~7개 정도의 기업만이 생산에 참여하는 시장을 말합니다. 시장의 균형가격이 작용하는 완전경쟁시장과 다른 환경인 것이죠.

 

참고로 ‘완전경쟁시장’이란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이들은 가격의 결정권이 없는 가격순응자(price taker)이고 언제나 진입과 퇴출이 가능한,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가히 이상적인 시장입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시장은 3~7개 정도의 기업만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일 겁니다. 따라서 이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담합을 한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생기며 반대로 사회,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부담이 되는 지를 「죄수의 딜레마」는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렇게 좋지 않을 때도 있군요. ^^;;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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