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률 왜 낮은가?

입력 2011-11-01 08:47 수정 2011-11-01 08:47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주인공인 국방군 장교(신하균 분)가 마을촌장에게 동막골 사람들을 어떻게 다스리는 지 물어봅니다.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하면 되는 겨~”

 

마을촌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짧게 답변해 버리고 맙니다. (참고로 당시 영화를 본 제 기억에 의존하면 대략 그러한 내용이었습니다.)

 

마을을 다스리는 거창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답변 속에 엄청난 진리가 숨어있는 거죠.

 

 

◆ 높은 실업률 = 등 따시고 배부르지 못한 거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진보의 승리니 보수의 위기니 하며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만 서울 시민들이 몇 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치적 성향을 바꾼 것은 아니겠죠.

 

아니 애초부터 상당수의 시민들은 보수, 진보 어느 쪽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사는 게 팍팍한데 기존의 정치하는 사람들과 시정을 이끄는 사람들이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선거결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럼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업률을 줄이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도록 해야겠죠.

 

하지만 실업률을 줄이기는커녕 이미 발표되어 있는 실업률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면 어떠할까요?

 

최근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급기야 통계청에서는 2013년에 현실을 좀더 반영한 실업률 보조지표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까지 했습니다.

 

한 나라의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 국민들이 등 따시고 배부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는 정부가 나라를 운영해 가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를 산출해내는 실업률이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겠죠.

 

 

◆ 우리나라, 주요국보다 낮은 실업률?

 

참고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9월(또는 8월)의 주요 국가별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3.0%인데 반해, 프랑스 10%, 미국(8.8%), 독일(5.9%), 호주(5.1%), 일본(4.4%) 수준입니다.

 

이를 보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실업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솔직히 피부로 느끼기에도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고 주위엔 취직 못한 젊은이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정도 낮은 실업률이라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갑니다.

 

‘이것은 전체 실업률이고 청년들의 실업률은 또 다를 수 있겠구나' 싶어 이번에는 청년실업률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6.3%입니다. 프랑스는 23.2%, 미국(17%), 독일(10%), 호주(10.8%), 일본(8%) 수준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월등히 낮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실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취직이 잘되는 나라이기 때문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어떻게 구해지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저의 칼럼 [실업률 - 누가 놀고 있나?] (2010.3.14일자) 와 [실업률 사실상 18% (계산의 허와 실)] (2010.3.21일자) 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용이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자! 읽어보셨나요?

그런고로

 

실업률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우선 일을 할 의사가 없고 일자리조차 찾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시킨 후, 이렇게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제외되는 사람들의 범위를 얼마나 엄격하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실업률에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통계 계산의 오류가 상존하는 거죠.

 

 

◆ 낮은 실업률의 이유는 느슨한 통계 계산 때문

 

그 예로, 앞서 언급한 제 칼럼에서도 나오듯 아무리 취직을 하려 해도 취직이 안되어 아예 취직을 포기해 버린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하겠죠. 그들은 실질적인 실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업률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들을 어느 선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합니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낮은 이유도 같은 맥락인데요. 참고로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은 만 15~24세 (미국은 만 16~24세)를 청년실업률의 대상연령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5~29세까지를 청년실업률 대상연령으로 계산하고 있죠. 무려 5살이 많은데요. 나이가 많을수록 일자리를 이미 포기했거나 일자리를 구했을 확률이 높다 보니 당연히 다른 주요국에 비해 청년실업률도 낮게 나오는 거죠.

 

여하튼 실업률 계산에 있어서 통계의 계산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가 느슨하게(?) 계산하여 발표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실업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률 수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하는 것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등 따시고 배부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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