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왑계약의 의미

입력 2011-10-23 18:19 수정 2011-10-24 15:38




◆ K씨의 마이너스 통장

 

최근 들어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K씨의 가족도 괜시리 이래저래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계속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다가 우리도 이웃 집처럼 파산하게 되면 어쩌나?’

 

가족의 이러한 걱정을 알아차린 K씨는 출근할 때마다 가족들에게 자신 있게 말합니다.

 

“이웃 집은 지네들 수입은 생각 않고 흥청망청 쓰다가 빚더미에 올라서 파산한 거고, 우리는 달라. 우리 집은 전혀 문제없으니 걱정마! 이 아빠를, 그리고 이 남편을 믿으라구!”

 

가장으로서 K씨가 하는 이야기는 가족에게 정말 큰 안도감을 줍니다.

 

‘그래, 주변 경기가 안 좋을 뿐이지, 우리 집만큼은 남편이(아빠가) 잘 해나가고 계시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런데 어느 날, K씨의 아내가 K씨에게 걱정스러운 듯 말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요즘 집에 가져다 주시는 돈도 시원찮고, 당신 표정도 예전 같지 않고, 어제 밤에는 저 몰래 거실에서 혼자 소주 마시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던데, 우리 정말 아무 문제 없다는 거… 맞는 말이죠?”

 

“어제 밤 내가 거실 있던 거 당신 봤어?”

 

“그렇다니까요. 차마 아는 척하기가 그래서 가만 있었던 거죠.”

 

그러자 K씨는 얼굴에 인위적인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하하하 걱정마. 요즘 경기가 하도 어려워서 오늘 낮에 마이너스 통장 두어개 개설했어. 당분간 돈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뭐… 뭐라구요?”

 

자! 경기가 어렵고 이웃 집이 파산을 하는 상황에서 K씨가 아내에게 ‘우리는 괜찮으니 안심하라’고 하면서 꺼낸 해결책이 ‘마이너스 통장’이라면, 과연 K씨는 경제적으로 괜찮은 상황일까요? 또한 K씨의 아내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만큼은 아무런 문제가 없겠구나’라며 안심을 할 수 있을까요?

 

 

◆ 「K씨」 = 「대한민국 정부」,  「마이너스 통장」 = 「통화스왑계약」

 

위의 이야기에서 「K씨」가 바로 「대한민국 정부」이며, 「마이너스 통장」이 바로 금번에 일본과 체결한다는 「통화스왑계약」입니다.

 

얼마 전 정부는 700억 달러에 달하는 한-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정부는 당장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통화스왑계약이란 외국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같은 거라 보시면 됩니다. (자세한 통화스왑 계약에 대해선 저의 칼럼 [통화스와프는 '네모'다. 도대체 뭘까요?] (2008.10.31일자)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위험치를 육박했을 때도 우리 정부가 미국과 전격적으로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여 위기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그런고로, 그간 정부가 통화스왑계약 불필요론을 주장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었습니다. 즉, 괜히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면 주위에서 이번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로 다시금 우리 나라의 달러 자금상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인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 일본 정부에 먼저 제안하여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예상보다 큰 규모로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한다고 했으니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을 때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일부분 소진하면서 환율을 방어하려 했지만 허사로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3000억이 간당간당한 현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더욱더 험하게 변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해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만으로는 위태롭다고 정부가 느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거죠. 비상용으로 말입니다.

 

 

◆ K씨, 마이너스 통장 위태로워서 만들었나?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달라집니다.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라면, ‘그냥 만일을 대비해서 보험처럼 만들어 놓았구나’ 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라면 ‘혹시 정말 문제가 있어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됩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큰 금액이라면 의구심은 더욱더 커지겠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놓았다는 K씨의 고백을 듣고 현명한 아내라면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하나는 ‘앞으로 경기는 더욱더 어려워 지겠구나. 그리고 호전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구나.’

 

나머지 하나는 ‘우리 집 형편도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겠구나.’

 

물론, K씨가 만든 마이너스 통장으로 진짜 K씨 가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정부의 통화스왑계약 체결발표를 들은 현명한 국민이라면

위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맞을 듯싶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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