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뜬다는 자문형랩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1-05-01 17:58 수정 2011-05-01 18:09

2000년대 중반은 ‘펀드의 시대’였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만 들렸던 펀드(Fund)라는 말이 대중화된 시기였죠.

‘이제는 펀드 자본주의 시대이며 직접 투자하지 말고 펀드에 가입해서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겨보자’는 이야기가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던 시기였죠.

 

급기야 ‘투자는 OO에게 맡기고 당신은 인생을 즐기는데 몰두하라’는 식의 광고 카피까지 나왔더랬죠.

 

하지만 2000년대 말 ‘펀드의 시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국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중국증시 등 해외증시도 하락을 거듭하면서 주식형펀드, 해외펀드 할 것 없이 이른바 ‘반토막 펀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잔치의 마지막은 처참하고 덧없이 끝나기 마련이죠. 펀드의 시대에 뒤늦게 동참했던 많은 서민들이 반토막, 반에 반토막에 어쩔 수없이 환매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이제는 ‘랩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랩이란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의 줄인 말이죠.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통합하여 운용하고 관리하는 종합관리서비스를 말하죠.

 

다시 말해 펀드의 경우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등이 나누어져 있어 고객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다 채권형펀드에 투자하려면 주식형펀드 환매를 통해 돈을 빼서 채권형펀드에 새로 가입해야만 하죠. 물론, 전혀 다른 펀드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도 만만찮겠죠.

 

하지만 랩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 한 계좌 안에서 주식에도 투자하고 채권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따라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훨씬 효율적이며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죠.

 

여하튼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랩에 대거 돈이 몰리면서 2010년대 초반은 ‘랩의 시대’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랩의 경우 증권사에서 고객의 자산을 맡아서(일임하여) 운용하는 ‘일임형랩’과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랩’이 있습니다. (판매는 증권사가 하지만 운용은 투자자문사가 하는)

 

요즘 대세는 바로 이 ‘자문형랩’이죠. 2011년 4월말 자문형랩 잔고가 무려 8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니까요.

 

그 동안 자산운용사의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투자자문사를 만들었고 이들이 명예를 걸고 자문형랩시장으로 뛰어 들었거든요.

 

대한민국 대표 펀드 판매·운용사로 콧대 높았던 미래에셋의 경우에도 ‘자문형랩’에 빨리 대처하지 못해 그 명성에 누를 끼쳤을 정도로 펀드에서 거액의 돈이 빠져나가 우르르 ‘자문형랩’에 몰리고 있으니까요.

 




자문형랩의 특징은 집중 투자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드가 최소 30개 이상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반면, 자문형랩의 경우는 투자자문사가 선택한 5~6개 종목에 집중 투자를 하거든요.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자문형랩의 투자전략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심지어 자문형랩이 투자하는 종목에 ‘자문사 7공주’, ‘4대천황’ 등의 이름을 붙여 증권시장를 달구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자문형랩으로 대거 돈이 들어오고 이 돈으로 화학주, 자동차주 등의 대표종목에 집중 투자를 하니 당연 주가는 올라가고 따라서 자문형랩의 수익률도 덩달아 올라가 더욱더 자문형랩에 돈이 몰리는 것이죠.

 

하지만 언제나처럼 ‘자문형랩의 시대’도 영원할 수는 없답니다.

 

화끈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집중투자를 하는 운용전략은 상승장에서는 큰 수익을 안겨주지만 대세 하락기가 도래할 경우 그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리스크 관리측면에서는 화끈한 ‘집중투자’가 뜨뜻미지근하게 보이는 ‘분산투자’에 비해 훨씬 불완전한 투자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답니다.

 

따라서 스스로 관리 감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문형랩의 경우 관리 감독하는 게 펀드보다 용이합니다.

 

펀드의 경우 여러 사람의 돈을 한꺼번에 모아서 여러 종류의 종목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펀드운용보고서를 보더라도 그 운용내역에 대한 감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문형랩의 경우 투자금이 개인별 계좌로 운용됩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투자가 몇 개 종목에 집중되어 있죠. 따라서 원할 경우 언제라도 투자상태를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자문형랩을 정말 잘 활용하려면,

 

‘투자는 OO에게 맡기고 나는 인생을 즐기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스타급 투자전문가에게 비록 돈을 맡겼지만 나는 항상 그를 관리·감독 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투자철학을 가지지 않고 인기에만 부응해서는 펀드가 되었던 랩이 되었던 또 제3의 어떤 투자상품이 되었든 부를 축적하기는 쉽지 않다는 당연한 진리 때문입니다.



[後記] 랩어카운트에 대한 보다 기초적인 정보가 궁금하시면 저의 칼럼 [비닐 랩과 랩 어카운트](2002.12.08일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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