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ELW의 ‘시간가치’

입력 2011-03-20 11:22 수정 2011-03-21 08:59

샌프란시스코, 새벽 2시경 저는 ‘뾰롱’ 하는 문자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보통은 문자소리 정도에 잠을 깰 리가 없지만 아무래도 시차적응이 안된 터라 작은 소리에도 선잠을 깼나 봅니다.

 

“일본이 쓰나미로 위험한데 지금 미국이냐? 일본이냐?”

 

한국으로부터 온 문자였습니다.

 

미팅이 예정되어 있던 도쿄의 업체에 전화를 걸어보니 통화자체가 불통이었습니다. 일행과 논의 끝에 미국에서 도쿄를 들러 귀국하려는 계획을 바꾸고 바로 서울로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간 금요일 오후 1시경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매했던 JAL 쪽만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일단 ‘샌프란시스코→도쿄’행과 ‘도쿄→서울’행 이렇게 두 개의 일정을 취소하기 전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서울’행의 비행기 표를 구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JAL은 그러한 비행일정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물어 물어 델타항공과 캐세이퍼시픽을 찾아 갔지만 서울행 편도가 무려 우리 돈으로 160만원에서 22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국내항공사는 오전에만 임시로 문을 열기에 부스조차 찾기 힘들었죠.

 

그렇게 헤매다 시간은 오후 4:30분을 훌쩍 넘었습니다. 가까스로 공항 내 국내항공사 연락번호를 알게 되어 우리는 전화를 했습니다.

 

다음날 토요일 오전 항공편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격은 놀랍게도 6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델타나 캐세이퍼시픽에 비해 훨씬 싼 가격이었죠. 천진만고 끝에 예매를 하고 다음날이 휴일인 관계로 공항으로 직접 나와준 직원을 만나 표를 건네 받았습니다.

 

직원은 5시가 퇴근시간이라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라 했고 저희는 20여분 간발의 차이로 직원과 연락이 된 셈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른 항공사에 비해 왜이리 싼거죠?”

제가 물었습니다.

 

“오늘 업무는 끝났고 바로 내일 오전 출발 비행기인데 좌석이 몇 개 비었던 참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하게…”

항공사 직원의 말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어차피 공석으로 돌아가느니…’ 라는 말이 생략된 듯 느껴졌습니다.

 

“아, 그러니까 ‘시간가치’가 소멸된 거군요. 허허허.”

제가 말했습니다.

 

“예?” 항공사 직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짧게 반응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허허허.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바로 ‘시간가치’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이 있을 때는 높았다가 마감(만기)이 임박할수록 점차 줄어드는 가치 말입니다.

 

이러한 시간가치란 금융에서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옵션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시간가치’이죠.

 

콜옵션이든 풋옵션이든 이를 매수(Long position)하는 사람은 매도(Short position)하는 상대방에게 소정의 옵션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때 옵션가격은 ‘옵션의 내재가치+α’ 로 형성됩니다. 여기서 ‘내재가치’란 (기초자산이 주식인 옵션의 경우) 현재시점에서의 주식가격과 미리 정해진 옵션의 행사가격과의 차이를 말하죠.

 

예를 들어 콜옵션의 행사가격이 100원이라고 해보죠. 그런데 현재시점에서 주가가 150원이라고 하면 이 콜옵션의 내재가치는 50원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현재시점에서 당장 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100원에 주식을 사서 이를 시장에다 150원에 팔 수가 있다] 50원(→150-100)만큼 이익을 보게 되기 때문이죠.

 

향후 만기시(실제로 행사할 시점)에 주가가 더 올라 220원이 되었다고 해보죠. 그럼 이 콜옵션의 행사가격인 100원에 주식을 살 수 있고 이를 220원에 팔 수 있으니 120원만큼 이익일 것이고 이를 현재시점에서 50원(내재가치)을 주고 매수한 것이니, 결과적으로 70원의 순이익을 얻는 거죠.

 

그런데 옵션은 내재가치로만 가격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옵션 가격시세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행사 시점인 만기가 되기 전에 옵션가격은 내재가치보다 좀더 높습니다. 항상 ‘+α’가 더 있는 거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아직 만기가 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주가가 더 많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은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니 주가가 더 오르거나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옵션 투자자들은 보기 때문에 만기까지 남아있는 시간에 대해 가치를 인정해서 ‘+α’만큼 옵션가격에 더해 주는 거죠. 이게 바로 ‘시간가치’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옵션의 가격은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콜옵션의 가격(call option premium)=내재가치(intrinsic value)+시간가치(time value)

 

따라서 행사가격이 같고 현재 주가도 같은 콜옵션일지라도 만기가 1주일 남은 것과 1개월 남은 것은 1주일 남은 콜옵션의 가격이 더 낮은 것입니다. 내재가치는 둘 다 같더라도 시간가치가 더 낮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내항공사의 비행기 요금이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낮아지는 것과 같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인 것이죠. 마치 땡처리(?) 하듯 말이죠.

 

 

[後記 1.]

요즘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는 풋옵션(Put Option) 이외에도 ELW(Equity 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 풋(Put)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도 만기를 잘 살펴보고 ‘시간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後記 2.]

그런데 예리하신 분이라면 옵션의 시간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실 것 같습니다.

 

“아니, 만기가 많이 남아 있을 경우, 그 동안 주가가 오르는 건 좋지만 내릴 가능성도 있는데 그걸 가치로 인정해서 무조건 플러스(+)를 해 준다는 건 이상한 거 아닌가?”

 

“만기까지 남은 기간동안 주가가 변동할 가능성이라고 했는데… 변동성은 즉, 위험(Risk)이고 위험이 높은 것은 좋은 일이 아닌데 어떻게 가치로 인정해서 무조건 플러스(+)를 해준단 말인가?”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변동성 자체는 위험이고 내릴 가능성도 있는데 무조건 시간가치를 플러스(+)해 주는 건 이상한 거죠. 하지만 옵션의 세계에서 이는 결코 이상한 게 아닙니다.

 

왜냐구요?

 

주가가 내리면 행사를 안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콜옵션 행사가격이 100원인데 만기에 가서 주가가 50원으로 떨어졌다면 그냥 행사를 안 하면 되는 거죠. 그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옵션을 행사해서 손해를 보고 팔 사람은 없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옵션의 세계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른다는 좋은 쪽만 생각하면 되죠. 그래서 남은 기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로지 오를 가능성만 높다고 보고 이를 가치로 플러스(+)해주는 거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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