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부동산 랩소디

입력 2011-02-05 09:55 수정 2011-02-06 11:43

2006년 주택가격 상승의 마지막 꼭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나몰라’씨.

 

앞으로 집값이 어찌 될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비록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더 늦기 전에 집을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어이 신묘년을 맞아 부동산 전문가인 ‘마팔아’씨와 ‘안팔아”씨 이렇게 두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마팔아 전문가] :

“지금이라도 눈 딱 감고 집을 파세요. 앞으로 집값은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2009년 상반기 반짝 상승 이후 이렇다 할 반등 조짐 없이 주택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있는데요.

 

여러 사항을 객관적으로 볼 때 앞으로도 더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물가상승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은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거죠. 그렇다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오르는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물가상승 중에는 자산가격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경기가 호황이어서 소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기업실적이 좋아져 고용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소득이 증가하고 이와 동반하는 물가가 상승할 경우에 그런 거죠. 하지만 경기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상승이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등의 이유로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솔직히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이 반드시 상승하리란 개연성은 없습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분위기 침체로 인해 자산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답니다.

 

두 번째, 금리인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09년 초부터 줄곧 2%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2010년 7월부터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1월에 또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2.75%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 두 차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까지 피력했습니다. 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겠죠.

 

그런데 집이란 게 어떻습니까? 제 돈 100% 주고 집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 실수요자든 아니든 간에 – 대출을 일부(또는 상당부분) 받아서 집을 삽니다. 그런데 금리가 인상되었고 앞으로 더 인상된다고 예상된다면 누가 선뜻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겠습니까? 모든 가격은 수급에 영향을 받는데 이렇듯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세 번째는 실질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자기 집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가가 아무리 오르든 금리가 아무리 상승하든 여건만 갖추어 진다면 집을 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핏속에는 ‘내 집 마련 유전자’가 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건이 갖추어 져야 합니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해도 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실질소득)만 팍팍 증가한다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반드시 집을 사겠죠.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가계의 실질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010년 말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해 2010년 3분기(6~9월)에는 1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합니다. 그러니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엄두를 못 내는 거죠.

 

이렇듯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대출 받으면 갚아야 할 이자(금리)도 올라가는 데 반해 주머니 속에 들어오는 소득(실질소득)은 증가하지 않는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누가 무슨 수로 몇 억원씩 하는 집을 사겠습니까? 그러니 집값은 더욱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안팔아 전문가] :

“그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앞서 말씀하신 것만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마팔아 전문가] :

“아니, 저는 구체적인 경제변수를 일일이 거론하며 상세하게 말씀 드렸는데 어떻게 단순하다고 폄하하십니까?”

 

[안팔아 전문가] :

“폄하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로 최근의 전세가격 급등 사태와 반전세의 증가추세입니다.

 

요 몇 년간 너도 나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 사는 것을 연기하다 보니 전세수요가 엄청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전세가격이 급등을 했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전세값이 2009년에 6.0% 상승한 데 이어 2010년에도 6.4%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인데요. 2011년 1월에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첫째주에 0.2%, 둘째주엔 0.5%씩 계속 상승하고 있답니다.

 

집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도 돈이지만 전세금이 올라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세자금을 대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이 역시 가계의 부담입니다.

 

게다가 반전세도 늘었습니다.

대출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지금의 금리상승이 부담스럽지만 현금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여전히 낮은 금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은 전세로 받은 목돈을 은행에 넣어봤자 남는 게 없었죠. 그러던 차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기회가 온 거죠.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게 부담스러우면 전세금은 그대로 하고 오른 부분을 월세로 내라고 요구를 하는 거죠. 이른바 반전세라고 불리는 거죠.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받아서 이를 운용해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저금리 시대에 예금하기는 이자가 너무 적고 그렇다고 전세금으로 주식이나 펀드투자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월세를 포함시킨 반전세로 전환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은 거죠.

 

이러다 보니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빚을 내어 집을 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있는 집을 팔아버리고 나면 은행 대출 갚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전히 전세자금 대출을 받던 아니면 월세를 일부 내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 커가는데 더 비좁고 교육환경 안 좋은 곳으로 가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당장 집을 파는 것도 정답은 아닐 듯싶습니다.”

 

[마팔아 전문가] :

“방금 하신 말씀은 너무 미시적인 것에만 집중하신 겁니다. 거시적 경제변수로 볼 때 집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니까요. 당장 집을 파시는 게 정답입니다.”

 

[나몰라 씨] :

“예잇, 집 살 때도 그렇더니 지금도 마찬가지야! 전문가란 사람들 말이 제각각 다 틀리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이야.”

 

나몰라 씨는 투덜대며 그 자리를 떠났답니다.

 

[마팔아 전문가와 안팔아 전문가 (이구 동성으로)] :

“아니, 우리야 그저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일 뿐인데 그냥 참고 삼아 들으면 되지 뭘 더 바라는 거지? 게다가 자기 일인데 왜 남 탓하는 거야.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 져야지 말야.”

 

이상 유쾌하지 못한 우리시대의 부동산 랩소디였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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