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09-03-24 02:48 수정 2009-03-24 02:48
상상력을 통하면 현실이 아닌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현실에만 안주하고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회도 없다.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현실과 미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날아가볼 수는 없어도, 현실에서 기반한 미래를 상상해볼 수는 있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창조의 원동력이고 세상을 새롭게 바꾸는 진화의 원동력이다. 상상력은 첨단기술이나 과학에서도 필요하고, 사회와 정치에서도 필요하고, 경영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필요하고, 심지어 스포츠에서도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꿨다는 사실을 아는가?
“개미 같은 작은 곤충이 축구공 위에 있을 때, 과연 개미는 공이 둥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까?” ‘E=MC2’ 공식 하나로 인류 최고의 과학자로 떠오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손녀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실험 방법 중 비과학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상상력을 통한 실험이 많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인슈타인은 스스로를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광자라고 상상하는 머리속에서의 실험을 했었다고 한다. 스스로 광자가 되었으니 광자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상상해내고, 다른 광자를 쫓아가는 상황을 상상하기도 했다. 물리학의 실험치고는 독특한 셈인데, 가장 과학적일 것 같은 과학적 발견에서 가장 비과학적일 것 같은 실험 방법이 사용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위의 질문을 던진 아인슈타인은 머리속으로 스스로를 축구공 위에 있는 개미라 상상하고 개미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봤을 것이다. 물리학이 숫자와 계산, 공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상상 속에서 더욱더 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많았던 아인슈타인의 모든 연구와 과학적 발견의 시작에는 상상으로 풀어낸 호기심이 있었다. 천재 물리학자로 기억되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그가 가진 상상력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상상력은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함평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군에는 원래 나비가 별로 없었다. 전국에서 축제할만큼의 나비가 많은 곳은 제주밖에 없다. 그래서 '함평과 나비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런 촌구석까지 누가 구경오겠냐?' 며 상당수의 공무원들과 90% 이상의 주민들이 처음에 함평나비축제를 만드는 것을 반대했었다. 그것이 현실의 눈이다. 하지만 여기에 상상의 눈을 더해보면 달라진다. 나비가 없으면 구해오면 된다. 이제는 직접 키우지만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나비를 십만마리 사왔다. 모두의 반대로 시작한 축제였지만, 이제 매년 200만명 이상 나비축제를 찾을 만큼 성공했다. 농촌에서 가장 필요한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나비는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것이라 여기기에 함평하면 나비가, 나비하면 친환경이, 그리고 함평하면 친환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우리 지역에 나는 것으로 축제를 한다는 발상은 생산자 중심의 발상이라면, 소비자들이 필요한 축제와 우리 지역의 가치를 높일 축제가 무엇인지를 상상해보는 접근은 좀더 소비자를 위한 접근이다. 이런 경우 성공확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비축제 덕분에 함평은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쌓으며 친환경 농산물로 인식되어 농산물 판매도 증가하고, 관광산업도 활성화되며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함평은 더 이상 낙후된 농촌도시가 아니다. 함평은 나비를 통해서 축제를 상상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할 도시를 상상했던 것이다. 결국 나비가 도시를 살린 셈이다. 아니 상상력이 도시를 살린 것이다.

상상력은 기업에게 돈을 벌어다준다?
일상과 문화를 관찰하거나 뉴스를 재해석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상상력은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는 소비자 인사이트의 필요성도 결국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러시아에서 팔리는 급속냉동칸이 있는 냉장고도 소비자 관찰의 결과물이다. 러시아 현지인의 집에서 전자회사 연구원이 숙식하며 생일파티 때 보드카를 냉동실에서 몇 시간씩 얼려 젤과 비슷한 상태로 마시는 것을 보고 상품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20~30분 만에 보드카를 얼리는 급속냉동 공간을 별도로 설치한 신제품 냉장고로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을 공략했던 것이다. 중동에서 히트한 '메카인디케이터폰'도 중동 현지인의 생활을 관찰한 결과이다. 중동 현지에서는 ‘키블라폰’이라고 불리는데, 이 휴대폰에는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과 하루 다섯 번 이슬람의 기도 시간인 살라트를 알려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간단한 알람기능과 GPS를 통한 방향(나침반)기능이 중동 지역의 문화적 상상력을 만나, 모슬렘들이 하루에 다섯 번 메카가 있는 쪽을 향해 기도를 한다는 발상을 상품화한 것이다. 대단한 정보통신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필요에 대한 상상을 구현해낸 것뿐이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업에겐 오늘이 먹거리도 필요하지만 내일의 먹거리도 필요하고, 기존의 검증된 시장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형성될 미래 시장도 중요하다. 이런 답을 찾는데 상상력만한 무기가 또 있을까? 결국 상상력은 경영의 핵심전략이자 기업의 생존경쟁력이다.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
상상력이라는 머리에서의 활동과 가장 거리가 멀어보이는 육체적 활동영역인 스포츠를 보자. 프로 스포츠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은 대개 독창적인 플레이를 한다. 상대가 뻔히 예상하는 플레이를 한다면 늘 공격에 가로막히게 될 것이기에, 상대가 예측 못하는 플레이를 그들의 창의적이고 넘치는 상상력을 통해서 구현한다. 한국 축구를 말할 때 골결정력이나 문전 앞에서의 플레이를 지적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결정적 순간에서의 창의적 행동이 부족함을 말한다. 상대가 예측할만한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플레이로는 결코 골문을 가를 수 없다. 스포츠를 잘하기 위해서는 육체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누구나 상상력의 중요성을 외치고, 창조경영을 지향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너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낯선 것을 발명해내는 것만 생각하거나, 무슨 천재들의 대단한 능력으로만 생각하는게 문제다. 사실 상상력은 우리 모두가 가진 능력이고, 누구나 그 힘을 발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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