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향방, 제대로 알려 줄 분 누구요?

입력 2010-05-09 14:13 수정 2010-05-23 16:10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는 스승과 제자 관계였습니다. 하루는 길을 가다 어느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집 주인은 두분 스님의 도력이 높다는 것을 소문을 통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높은지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두분 스님이 이렇게 저희 집에 하루를 묵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분의 도력이 하늘을 찌른다고 하던데 그럼 오늘 제가 저녁으로 대접할 음식을 알아 맞추실 수 있겠습니까?”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는 그런 쉬운 것을 물어보느냐는 표정으로 각자가 점괘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제자인 사명대사가 점괘를 뽑으니 뱀 ‘사(巳)’ 자가 나왔습니다.

 

“오늘 주인장이 준비한 저녁 음식은 ‘국수’요.”

사명대사가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뱀처럼 길쭉한 음식은 국수일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러자 집 주인은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하인에게 미리 저녁 음식으로 국수를 준비하라고 일러놓고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산대사의 점괘를 아직 듣지 않은 터라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서산대사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오늘 저녁은 ‘빵’이야.”

이번엔 스승인 서산대사가 말했습니다.

 

“아니, 스승님 제가 뽑은 점괘는 뱀 ‘사’자가 나왔는데 스승님은 다른 게 나왔나 보죠. 틀림 없이 국수일 건데요. 그렇잖나요, 주인장?”

사명대사가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죠.

 

“송구스럽지만, 제자 분인 사명대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미리 국수를 준비하라고 일러놓고 왔거든요. 이거 오늘은 스승님이신 서산대사님의 도력이 좀 딸리나 봅니다. 허허허.”

집 주인이 말했죠.

 

“아니야, 아니야, 오늘 저녁은 빵이 틀림 없어.”

서산대사는 여전히 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하인이 저녁을 준비했다며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상위에 차려진 음식은 다름아닌 ‘빵’이었습니다.

 

“아니, 내가 분명히 너에게 국수를 준비하라고 일렀거늘 어찌 빵을 준비했단 말이냐?”

집 주인이 놀라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예, 주인 나으리. 죄송합니다. 국수를 만들려고 밀가루 반죽을 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밀가루 반죽이 질어서 도저히 국수가 안되길래 그냥 둥글넙쩍한 빵을 만들었습니다.”

하인이 죄송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서산대사의 말이 맞았던 겁니다. 집 주인이나 사명대사나 모두가 놀랐습니다.

 

“스승님 저는 분명 뱀 ‘사’자가 나왔는데, 스승님 점괘에는 무슨 글자가 나왔습니까?”

사명대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산대사에게 물었습니다.

 

“허허허, 나도 뱀 ‘사’자가 나왔어. 하지만 지금은 저녁이 아닌가. 뱀이 낮에는 돌아다니느라 길쭉한 몸이지만 저녁에는 잠을 자야 하니까 둥글넙쩍하게 또아리를 틀거 아닌가. 그러니 빵인게지. 아마 점심이었다면 나도 국수라 했겠지만 말이야. 허허허.”

 

사명대사나 집 주인이나 모두 서산대사의 도력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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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같은 시그널(signal)을 가지고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집니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는 경제나 주가, 부동산 전망을 할 때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본격적인 버블붕괴냐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이냐 의견이 분분합니다. 분명 같은 현상, 같은 시그널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2008년과 2009년에 출판된 두 권의 책입니다.

 

선대인/심영철 님 공저의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온다](2008년 10월)에는 부동산 거품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중의 하나로 부동산 주요수요층(35~54세) 인구감소를 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년 후 선대인 님은 같은 논조의 책인 [위험한 경제학](2009년 9월)을 출간하여 대박을 터뜨립니다.

 

반면, 김경우 님의 [2010 부동산 대폭등을 잡아라](2009년 6월)에는 전체인구는 감소하지만 고령인구와 독신인구의 증가로 가구수는 오히려 2020년 정도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분명 같은 인구변화를 가지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르게 해석해서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한 것입니다. (결국, 2010년 5월 현재시점에서 볼 때는 선대인 님의 해석이 옳은 것 같지만 2009년 상반기에는 누가 옳은지 좀처럼 속단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선대인님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단언하기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이렇듯 같은 경제 현상을 가지고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동산 및 경제전문 연구기관에서 조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기가 이미 회복기에 접어 들었기에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도 있고 반대로 아직은 위험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버블붕괴다’ ‘아니다’로 시끄럽습니다.

 

이들 주장을 들어보면 다들 일리는 있습니다. ‘가계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아서 버블이라든지, ‘매매가대비 전세가비율’(RJP)을 볼 때 아직은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든지. 들어보면 모두가 전문적인 분석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점괘를 뽑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경제에 있어서의 점괘란 계량화된 지표와 지수들일 테니까요. 하지만 앞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이야기처럼 같은 뱀 ‘사’자의 점괘를 놓고서도 똑같이 정확하게 해석을 한다는 게 어려운 듯 합니다.

 

하지만 이들 점괘를 해석하는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서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됩니다. 따라서 그나마 우리 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고 무조건 한쪽의 의견만 단편적으로 듣지 말고 반대되는 의견도 충분히 들어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고작입니다. 참 어렵습니다. ^^;

 

요즘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정말 서산대사처럼 제대로 점괘를 해석해 줄 분 누구 없나요?

 

[後記] 참고로 주택가격의 버블을 측정하는 지표로 대표적인 것으로 PIR(가계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 HAI(주택구입능력지수), PRR(주택수익비율), RJP(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비율) 등이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들 지표에 대해 간략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Click]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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