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한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0-01-17 10:53 수정 2010-01-17 10:53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까지 유럽대륙은 금과 은을 축적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의 부를 유지하는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했죠.

 

이게 다 절대왕권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사상적으로는 왕은 신으로부터 통치권을 위임 받았다는 「왕권신수설」을 앞세우고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 막강한 군대가 필요했는데 이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거죠. 당시의 돈이 금과 은이었거든요.

 

그래서 식민지를 개척하여 온갖 수탈을 자행하여 이를 금은으로 바꿔 자기네 나라로 들여왔죠.

 

게다가 금은이 나라 밖으로 유출되는 것은 엄격하게 통제했죠.

 

이러한 통제가 심해질 대로 심해져 국가는 모든 경제주체에 일일이 간섭하고 규제를 했답니다.

 

이를 ‘아담 스미스’는 「중상주의(mercantile system)」라고 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러한 중상주의에 반발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국가가 모든 경제주체의 하부구조까지 규제와 통제를 하는 것은,

 

괜한 저항심만 가져다 줄 뿐 오히려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죠.

 

그러면서 그는 그 유명한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죠.

 

그는 생산관계를 지배하는 기본원리는 자본주의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 질서가 자연적으로 형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인간 본성이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동물임을 인정하면서,

 

국가가 억지로 이기심을 통제하지 않고 차라리 그것을 극대화하도록 놔두면,

 

오히려 이기심은 자연스럽게 사회전체의 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고 주장한 것이죠.

 

다시 말해 ‘사익(私益)이 공익(公益)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죠.

 

“우리가 저녁거리를 장만할 수 있는 것은 고깃간 주인과 빵집 주인들이 우리의 저녁거리를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거리를 손 쉽게 장만할 수 있다. 우리가 의존하는 것은 그들의 인류애가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이다. 우리는 또 그들에게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켜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면 된다고 말한다.” -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中에서

 

18세기에 등장한 이러한 자유주의 경제사상은 「고전학파(classic school)」로 일컬어지며,

 

그 이후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개입을 주장한 ‘케인즈’에 의해 반박 받기 전까지 전세계의 경제사상을 풍미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원리는 우리들의 경제 시스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팽팽한 공방과 상호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금융위기나 경제상황을 보고 ‘보이지 않는 손’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재기되었습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가 아담 스미스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때문에 자기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더라도 결국은 공공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라는 고전학파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현저히 비합리적이고 그릇된 주장에 쉽게 매몰되기 때문에 자유시장에 맡겨두면 자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자유시장주의에 반대하는 경제학자 중에 「나쁜 사마리아인」을 쓴 장하준 교수도 대표적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솔직히 무시무시한 폭압과 착취의 시대였던 중상주의시대에 대항했던 아담 스미스의 사상은

 

그 시대적 관점에서 볼 때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무엇보다 필요했던 게 자유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토록 자유시장원리를 신봉하고 있는 오늘날 21세기에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손’이 합리적으로 움직여 공공(公共)의 부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자의 부를 더욱 증진시켜 양극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변심을 한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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