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도 한다 !!

입력 2009-11-09 12:00 수정 2009-11-09 12:00
이글은 제가 출간한 「지수, 지표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위너스북,2009)의 머리말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알아야 면장도 한다]

 

대학시절 같은 과 동기 중 A라는 녀석이 있었다. 필자와는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가까운 친구 B와는 꽤 친한 사이였나 보다. 얼마 전 B를 통해 A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A는 대구 출신인데 부친이 대구에서 꽤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하신다. 그래서 대학시절에도 유복하게 학교를 다녔고 대기업 입사 후 이내 미국의 유수대학 MBA 코스로 유학을 갔다 왔다. 유학을 마친 후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회사의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가업을 잇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일이 하나 벌어졌다. 대략 2007년경이었다고 한다. 수출을 주로 하던 A의 회사에도 키코(KIKO)에 대한 제안이 들어 왔었다. 당시 주거래 은행이던 모은행의 부지점장이 찾아와 이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던 것이다. 사장이었던 A의 부친은 부지점장에게 제안서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다시 한번 시간을 내어 설명회를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예정대로 오후 시간 A의 회사 사장실에서 설명회가 열렸다. 사장인 A의 부친과 A, 그리고 회사의 재무담당 이사와 실무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주거래 은행의 부지점장이 키코(KIKO)의 장점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러 이러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환차손을 헤지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파생상품입니다.”


부지점장의 설명이 거의 끝나갈 무렵 A는 뭔가 잘은 모르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A는 미국 MBA 유학시절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집이 유복하다 보니 바로 부친의 회사에 들어가기는 그렇고 해서 유학을 다녀온 것이다. 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 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학시절 들었던 파생상품 수업이 생각났다. 모름지기 파생상품의 구조란 위험을 없애는 게 아니라 퍼져 있는 위험을 한 곳으로 모아 놓는 것이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위험을 모아 놓은 곳에 발을 디디지 않으면 마치 위험이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며 막대한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여 위험을 모아 놓은 곳에 발을 디디게 되면 평소보다 수십 아니 수백 배의 위험을 뒤집어 쓰는 것이 파생상품이 가진 두 얼굴이다. 딴 건 몰라도 이점은 알고 있었던 A는 부지점장에게 질문을 했다.


“환율이 떨어질 때는 in-the-money(돈을 버는 상태)가 된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면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나요? 제 생각에는 분명 out-of-money(돈을 잃는 상태)일거 같은데요.”


물론, 내가 들은 바로는 그때 A는 분명 뭔가 안전책이 마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키코(KIKO)가 파생상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은행에서 팔고 있는 데 그런 안전책조차 마련되지 않을 리가 없다. 다만 자신도 미국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 부친과 재무이사가 모인 자리에서 파생상품에 대해 아는 척, 질문이라도 하나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도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부지점장의 얼굴이 상기되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말을 더듬으며 질문의 요지와 상관없이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당시 키코(KIKO)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판매를 하는 은행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몇 시간의 상품 설명을 숙지하고 거래처에 찾아가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 거래처였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래, 은행 같은 전문기관에서 권유하는 파생상품이니 설명한대로 안전하고 수익성도 좋을 거야.”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키코(KIKO)에 덜컥 가입했던 것이다. 모르니까 따져보지도 않고 그 엄청난 상품에 가입을 했던 것이다.


물론, A의 회사를 방문한 은행 부지점장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지금껏 자신의 설명에 대해 의심스러워하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지점장도 키코(KIKO)의 위험이 뭔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냥 위에서 팔라고 하니까 팔러 다닌 것뿐이었을 것이다.

분위기 좋게 시작되었던 키코(KIKO) 설명회는 어색한 여운만 남긴 채 끝났다.


“아, 부지점장님 그럼 우리가 내부적으로 좀더 논의해본 다음 답변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A의 부친이 인사말을 건넸다. 부지점장이 간 후 A의 부친이 A를 다시 불렀다.


“너 생각은 어떠냐?”


물론, A는 키코(KIKO)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뭔가 찜찜함을 떨쳐 버릴 순 없었다.


“저, 아버지. 아무래도 가입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위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품을 팔러 다니는 사람도 이해가 안 가고요. 그런 사람이 권유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A의 부친은 당신의 자식이 미국에서 상당히 많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자식, 많이 똑똑해 졌구먼. 그래 이번엔 너의 의견에 따르마.”


2008년 말, 온 나라의 중소기업이 키코(KIKO)로 고통을 받을 때, A의 회사만은 여유만만했다. 그리고 A는 그 일로 아버지로부터 큰 신임을 받아 2009년 상반기에 사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자신의 재산은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그 ‘남’이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말이다. 그들은 그냥 주변의 권유자이고 조언자이며 어떨 때는 얄미운 훼방꾼일 뿐이다. 자신의 재산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다. 자신이 뭐라도 알고 있어야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보지 않더라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통계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 12명 중에서 1명꼴로 주식투자를 한다고 한다. 뛰어난 분석가들과 다양한 투자기법, 게다가 엄청난 전산 프로그램까지, 막강한 무기를 보유한 외국인이나 기관들과 계급장 떼고 한판 붙은 진검 승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개미들은 과연 얼마나 공부를 하는 지 반성해 봐야 하지 않을까?






 

[♣ 경제지식도 발효해야 제 맛이 난다]

 

요즘 막걸리가 제대로 뜨고 있다. 그 동안 돈 없는 사람이나 마시는 술이라는 식의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돼 외면을 당하던 술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시골장터나 도시의 뒷골목 허름한 대폿집에서만 막걸리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 강남의 번화가에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에도 막걸리가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막걸리는 맛도 좋고 각종 영양분이 들어 있어 적당히 마시면 건강이나 미용에 좋다며 웰빙 술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솔직히 약간 부끄러운 것은 이렇게 좋은 우리의 술이 이웃나라 일본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먼저 얻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다시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잃어버릴뻔했던 우리의 전통술 막걸리를 되찾았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막걸리 또한 잘만 알려나가면 와인이나 사케(일본의 청주)처럼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인류는 발효된 음식에 땡기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막걸리는 발효주다. 발효란 무엇일까? 썩는다는 것이다. 알맞은 재료들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한다고 발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적절한 시간이 더해지면서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 완전 새로운 물질이 되어야 한다. 이때 유산균이란 녀석이 작용을 해서 그 썩은 결과물이 인간에게 이롭고 맛있는 물질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을 발효라고 한다. 물론, 각종 병균들이 작용을 해서 그 썩은 결과물이 인간에게 해롭고 혐오스런 물질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부패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발효와 부패는 같은 형제인데 그 격차는 실로 하늘과 땅 차이다. 발효식품의 대명사는 김치나 치즈, 요거트다. 이러한 발효식품이 주는 감칠맛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선한 야채나 달콤한 당분이 주는 맛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깊고 흔들리지 않는, 질리지 않으며 탄탄한, 발효가 되기까지 걸린 긴 시간만큼이나 깊이에 대한 맛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어디 음식만이 그러랴. 경제지식도 발효가 되어야 깊은 맛이 난다. 단편적인 지식은 당장에 솔깃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것들이 많다. 1천만원을 10억으로 불리는 비법이라든가, 주가 하락기에 돈 버는 투자방법이라든가 하는 식 말이다. 얼핏 들으면 솔깃하게 들리지만 진중한 깊이보다는 표피적인 잔기술만 난무할 뿐이다. 재테크와 경제를 알아야 한다며 이러한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지식을 쌓아보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맥락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발효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지표나 지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딴 것들을 안다고 당장에 주식투자로 100만원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출금리 1%포인트를 깎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표나 지수들이 여러분의 경제지식에 중요한 유산균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 제대로 잘 발효되어 정말 깊이 있고 강력한 지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제를 보는 혜안은 이러한 발효의 과정을 거쳐 숙성된다고 생각한다. 김치나 된장, 막걸리처럼 깊이 있는 지식의 맛을 여러분에게 선사할 것이다. <책 머리말 중에서>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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