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붙이면 돈이 된다?

입력 2008-12-08 09:33 수정 2008-12-08 17:26
만능 키워드 디자인, 디자인만 붙으면 안되는 것이 없다?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를 가장 현실적으로 드러낸 증거인 셈이다. 기업의 광고에서 디자인이 붙은 사례도 무수히 많다. 디자인경영을 내세운 기업도 점점 늘어가고, 상품에서 디자인을 강조한 사례도 늘어난다. 유명 디자이너를 내세운 광고도 많아지고, 광고 카피에서 ‘디자인’ 이란 키워드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업종과 상관없이 디자인에 대한 언급 없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디자인은 만능 키워드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덕분인지 '디자인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

당신의 하루를 디자인한다던지, 금융을 디자인한다던지, 생활을 디자인한다던지 등 ‘디자인’ 이란 말이 들어가야만 할 것처럼 키워드로서의 ‘디자인’ 풍년이다. 가령, KTF는 Design by KTF를 언급하며 자사의 서비스와 상품에서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Land Design Gallery라는 것도 언급했고, 스스로를 국토와 도시의 디자이너라고 하기도 했다. 건설회사의 광고에서 수주 규모를 비롯한 양적 지표라 할 수 있는 '시공능력'을 내세우던 시절에서, 디자인상 수상을 내세우는 시절로 변모했다. 디자인 공모전은 전례 없이 늘어만 가고, 지방자치단체나 관광서의 슬로건에서도 디자인은 약방에 감초처럼 숱하게 쓰이고, 기업의 광고에서도 업종을 막론하고 디자인이란 말은 유행처럼 쓰인다. 이른바 디자인이 패션이 된 셈이다.
심지어 강남엄마들의 교육관을 다룬 책에서는 '아이의 미래도 디자인' 하라고 하고, 자기계발 서적에서도 '나를 디자인' 하라고 하고, 농촌의 '내일을 디자인'하라고 하고, 논술에서도 '생각을 디자인' 하라고 한다. 뭐든 풀고 싶어 하는 문제 앞에 '디자인'을 붙이면 그럴싸한 해답이 되는 듯 보이나보다. 고급생수인 시에나워터는 디자인워터를 표방하고 있으며 생수통에 크게 DESIGN 이란 키워드가 새겨져 있다. 비싸든 싸든,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디자인’ 이라는 키워드는 양념처럼 들어가고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디지털’ 이란 키워드가 그랬던 것처럼 어디에나 붙여도 좋을 만능 키워드가 된 듯하다. 이러다가 장례서비스에서도 ‘당신의 죽음을 디자인해드립니다’ 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도시도 디자인 열풍에 사로잡힌다. 슬로건에 ‘디자인’이 붙은 도시가 무수히 많다. 전국의 도시들이 디자인을 내세우며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고 있다.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디자인전담부서가 있는 곳은 59개로 전체의 26% 정도에 이른다. 디자인 전담 부서 설립 시기를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디자인 전담 부서의 83.1%가 2007년도에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유사한 부서를 이름만 바꿔놓은 경우도 있지만 새롭게 신설하거나 전문인력을 구성한 경우도 많다. 국내의 지방자치단체에서 2007년부터 디자인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 지방자지단체가 도시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로 당시 상당수 도시들이 디자인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등의 시도가 있었으나 단체장과 해당 공무원, 그리고 시민들의 인식도 부족해 일부는 중도에 무산되고 제한적 성과만 드러낸 곳도 있다. 그러다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에 이어 2007년 서울시가 ‘디자인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관법과 건축기본법을 제공하고, 이명박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국토환경에 대한 디자인 정책을 내세운 이래 다시 전국의 도시들이 디자인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도시인 서울에 디자인 수도 표방하고 있고,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가장 뜨거운 정책이슈가 바로 디자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른바 정치에서도 디자인이 만능 키워드화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디자인 전담부서는 2007년에 신설된 경우가 많으므로 2006년에는 디자인 관련 예산이 없었던 경우가 71.2%로 대부분이나 2007년에도 ‘1억원 이하’가 59.3%로 가장 많은 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며, 평균 7억 3600만 원의 예산액이 나타나고 있다. 2007년을 기점으로 디자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중요성 인식이 커진 결과로 관련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예산 기준으로 보면 2006년 대비 2007년이 3.4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로, 디자인 전담 부서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훨씬 예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 전담  부서가 없는 기관의 경우 3천억 이하가 76.7% 분포하고 있으나, 디자인 전담 부서가 있는 경우에는 50.8%가 4천억을 초과하는 예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대적으로 예산 여유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디자인 전담부서를 더 활발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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