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1)

입력 2008-09-17 11:36 수정 2008-09-18 11:02






리먼브라더스가 망했습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거죠.

 

서열 3위, 우리나라로 따지면 삼성증권이 망한 격인데요. 한국과 미국의 경제규모 특히 금융산업의 규모가 엄청 차이나니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금융시장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우리증시도 장중 100포인트가 넘게 빠지며 박살이 났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아무리 지구촌, 글로벌 시대라고는 하지만 태평양 건너 비행기로 가도 열몇시간이 걸리는 나라의 증권회사가 망한 게 이렇게까지 치명적인 직격탄으로 우리에게 날아 온다는 21세기 금융자본주의의 현실이겠죠.

 

이럴 때일수록 각 투자주체는 당장 팔아야 할까 어떨까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정신을 가다듬고 냉정을 찾으며(사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향방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쉬어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한데요. 요즘처럼 세계화와 자유시장체제, 자유무역이 하나의 종교적 교리가 되어버린 시대에 그 위험성과 불완전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경제학교수로 있는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 (도서출판 부키刊)이라는 책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국의 주력산업의 보호육성 및 관세장벽, 보호무역 등의 정책으로 경쟁력과 부를 축적한 영국이나 미국이 부자나라가 된 이후에는 가난한 나라에게 반대로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체제 그리고 세계화를 내세워 그들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장하준 교수는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이야기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을 인용합니다.

 

부자나라들은 자신들이 성공한 이후에는 그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사용했던 국가개입과 보호무역주의라는 ‘사다리’를 가차없이 걷어차버려 가난한나라들이 자신들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지 못하게 만든 다음 신자유주의 이론을 전파하여 이들 나라가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부자나라들은 자신들이 성공했던 경제모델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모델을 가난한나라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죠.

 

이 책은 저명한 경제학 교수가 쓴 것이니만큼 장교수 자신의 주장만을 피력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사례와 실제 수치를 들어 개발도상국들이 시장을 개방하고 세계화의 험난한 물결로 뛰어들고 나서부터 얼마나 많은 파란과 경제적 후퇴를 겪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쇄국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자국의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육성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죠. (우리가 지금 최고라고 여기는 렉서스 역시 일본의 몇 십년간의 보호육성 정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어린 아이를 전쟁터로 몰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 세계는 안타깝게도 IMF, WTO, FTA 등 세계화와 글로벌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자유화가 단행되면서 수 많은 자금들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70·80년대 정부주도의 경제육성정책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최고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아직도 중학생 수준 정도밖에 안됩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외국자금들이 애꿎은 우리나라 증시에서 돈을 빼갔고 그래서 주가가 폭락을 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같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또 한번 엄청난 출혈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그렇게 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옆 나라에서 언제 어떻게 파토를 칠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위험 변수는 점점 더 많아져 향후의 시장향방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할 지경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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