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사겠다… 명품(名品)이니까!!!

입력 2006-08-13 18:42 수정 2006-08-13 18:51



 

얼마 전 ‘빈센트 앤 코’라는 가짜 브랜드가 스위스 명품시계로 둔갑하여 고가에 팔려나갔다는 웃지 못할 사기사건이 언론에 보도 된 바 있습니다. 천민자본주의와 속물적 허영심이 적절하게 결합된 사건이라며 우리나라의 명품 선호사상을 꼬집는 글들이 연일 보도 되었습니다.

 

사실 가짜 명품을 공급하여 사기를 친 사람들도 나쁘지만 그러한 명품에 사족을 못쓰는 수요층이 있으니까 그런 사기사건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말이죠.

 

명품선호 풍조 비판만 하지 말고 생산적으로 이용하자

하지만 이러한 사건을 보며 무조건 비판만 하기보다는 여기서도 생산적인 뭔가를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은 다 스위스제, 프랑스제 같은 외국제품들일까? 어차피 명품을 선호하는 게 사람들의 속성이라면 우리도 명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돈을 버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뭐 이런 거 말입니다. 명품에는 언제나 수요가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란?

경제는 수요·공급에서 시작해서 수요·공급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요·공급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경제 흐름의 맥을 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경제에서 말하는 수요(demand)란 무엇일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수요란 ‘가격이 싸면 쌀수록 많이 사려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물론, 가격이 비싸면 적게 사려 하겠죠. 세상 어디에도 이러한 수요의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만 변해도 수요가 확 늘어났다가 확 줄어드는 상품이 있는 반면, 아무리 가격이 변해도 수요의 변화 정도가 미미한 상품도 있죠. 이렇듯 상품의 종류에 따라 가격변동에 대해서 수요의 변화 정도가 제각각 다릅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이라고 합니다.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품(탄력적인 상품)의 경우는 가격이 조금만 변동해도 수요가 확 줄었다가 확 늘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상품들이 여기에 해당되죠. 예를 들면 사치품이나 레저용품 등이죠. 가격이 올라가면 굳이 비싼 값을 치르고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소비를 미룹니다. 따라서 소비가 줄어들죠. 반면 가격이 내려가면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죠.

 

가격탄력성이 낮은 상품(비탄력적인 상품)의 경우는 다릅니다.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생필품이 여기에 해당하죠. 배추 값이 오른다고 김치를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반면 배추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삼시삼때 김치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나지도 않는 것이죠.

 

가격탄력성에도 ‘극과 극은 통한다’는 동양사상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사치품 중의 사치품인 이른바 ‘명품(名品)’의 경우는 생필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해 엄청나게 비탄력적입니다. 오히려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난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명품이라는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자기 과시나 보통 사람들과의 차별성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함께 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제품에서 배운다 : 가격 비탄력적인 상품을 만들자!!!

이러한 가격탄력성이 비단 명품 비즈니스에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주요한 국제무역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죠. 과거 80년대 중반 일본의 무역흑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던 시기. 이를 우려한 미국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합니다. 바로 ‘플라자 합의’죠. 서방 선진국 G5 국가(영,미,불,독,일)들을 모아놓고 일본의 엔화 평가절상을 만들자는 합의를 한 것이죠. 아무래도 엔화 평가절상으로 엔·달러환율이 떨어지면 일본의 수출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상실될 것이고 따라서 일본의 대미수출 흑자기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이미 당시 일본제품은 가격 비탄력적인 상품으로 성장한 상태였습니다. SONY의 워크맨, 혼다 및 토요다 자동차 등의 품질이 워낙 좋다 보니 가격이 비싸져도 미국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들지가 않았던 거죠. 그러니 어떤 현상이 벌어졌겠습니까?

 

엔화절상 때문에 일본의 대미 수출품목의 가격은 올라갔지만 미국 내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거죠. 결과적으로 일본이 손해 본 건 별로 없었답니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좀더 비싸진 가격으로 일본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미국 내 물가는 그만큼 올라갔던 것입니다.

 

이렇듯 미국은 자국의 무역적자를 완화시켜 보려고 떠들썩하게 합의까지 해서 엔화가치를 올려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계속 이어졌고 자국 내 물가까지 올라가는 좌충우돌의 상태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일본 제품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일본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 ‘뽀대’가 났다는 거죠. 이렇듯 좋은 품질에 이미지까지 좋은 제품은 가격 비탄력적이라 값을 좀 올린다고 해서 수요가 줄지 않는 거죠. 아무리 값이 비싸더라도 명품의 수요는 줄지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가격 비탄력적인 제품 = 뿌리깊은 나무

요즘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서 수출이 어렵다고 합니다. 물론, 수요는 항상 가격에 영향을 받는 게 맞습니다. 따라서 환율인하로 수출가격이 올라가면 수출수요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현상이겠죠. 하지만 그 정도가 탄력적이냐 비탄력적이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가격 비탄력적일까요? 그래서 환율로 인해 가격이 좀 올라간다고 해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일까요? 다 같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의 특수성을 미루어 볼 때 우리의 미래는 어쩌면 ‘환율’보다는 ‘가격탄력성’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조건적인 명품 선호현상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탄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라면 이러한 물건을 우리들도 만들어 밖에다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품질도 좋고 가지고 있으면 ‘뽀대나는’ 제품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라 뿌리깊은 나무처럼 바람에 아니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 금번 명품 논란을 보며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25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224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