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원화가 엔화를 졸졸 따라 간다 구요?

입력 2006-07-17 21:01 수정 2006-07-17 21:13
◆ topgum님의 첫 번째 질문 : 기사에 보시면 엔-달러 환율이 1.45엔 전날보다 하락하자, 원-달러 환율도 5원 90전 떨어져서 우리 수출업계에 타격이 있다고 나왔습니다. 엔화강세에 뒤이은 원화의 강세....이거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안될까요?

 

이 질문은 ‘원화의 엔화환율 동조화 현상’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엔화동조화란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상관 관계가 크지 않았습니다.

 

90~95년 중 엔화가 90.3% 절상했을 때(이때 ‘Yen-daka (円高)’란 말이 유행했던 거 기억하실 겁니다.) 원화는 오히려 7.2% 절하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점점 더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2004년에는 원·엔 상관계수가 0.90까지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 상관계수가 1이면 엔화의 움직임에 거의 똑 같이 동조하는 것이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동조화의 원인은 실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3가지 정도만 들어 보겠습니다.

 

1)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에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경제는 쌍둥이 적자 즉,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라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경상수지적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적자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통해 이런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적자 폭을 줄여 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엔화가치가 올라간다고 해보죠. (→엔·달러 환율하락 = 달러가치 하락) 이 얼마나 미국으로서는 반갑겠습니까? 그럼 미국은 내친 김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도 상승을 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원화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없죠. 따라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원·달러 환율하락(=원화가치상승)을 부추기는 것이죠.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하락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됩니다.)

 

2)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는 그 구조상 수출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게다가 세계시장에서 일본과의 수출경합 정도도 높고 대일 수출비중도 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화의 환율변동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어, 엔화가 절상이 되면 우리나라 물건의 가격경쟁력이 일본과 비교하여 올라가게 됩니다. 그럼 제3국이나 일본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게 되겠죠.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 경제도 좋아지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의 가치도 올라가게 되는 거죠.

 

3) 외환 시장의 딜러들이 원화환율의 선행지표(trading reference)로 엔화환율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 딜러 입장에서 원화의 환율을 예측하기 위한 기준 잣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선행지표로 美 나스닥지수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나스닥지수 상승 → 우리나라 주가 상승 →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국내유입 → 원화수요 증가 → 원화환율 하락” 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는 그런 연결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환 딜러들은 경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환율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죠. 따라서 환 딜러들 사이에는 엔화가치를 기준으로 원화가치를 연동해서 원·달러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생겨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조화 현상이 더욱 더 굳어지게 된 것이랍니다. 따라서 신문지상을 통해 “×××의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역외세력이 장초반부터 지속적인 손절매도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라는 식의 외환시장관련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는 거죠.

 

 

◆ topgum님의 두 번째 질문: 신문기사에서(한경 7월 11일 A4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일본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서 엔화자금 수요를 늘릴 것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의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문맥이 맞는지요.... 엔화금리가 오르는데도 엔화자금 수요가 늘어날까요?  비싼 이자를 줘야하는데 말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신문기사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 “실제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의 환율이 113.7엔으로 전날보다 1.45엔 하락하자 원·달러 환율도 5원90전 떨어졌다. (중략) 반면, 원·엔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금리상승은 국내에서 엔화자금 수요를 늘릴 것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 2006.07.11일자 A4면)

 

원·엔 환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의 엔화수요가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말하는 ‘엔화자금의 수요’는 (topgum님의 질문처럼) ‘엔화를 빌려 쓰려는 자금수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원·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 통화의 수요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만약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해외 투자 중 일본 투자의 비중을 높일 겁니다. 일본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면 높은 금리 덕분에 과거보다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 기업에 대출도 하려고 할 것입니다. 대출 금리도 올라 갈 테니 말입니다. 그럼 돈은 일본으로 몰리겠죠. 그런데 일본에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하려면 원화를 엔화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외환시장에서 엔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 나겠죠. 이렇듯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가치는 올라가고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환율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항상 어렵습니다. 환율이라는 게 양국 통화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잘 헷갈립니다. 게다가 환율은 양국 통화의 수요·공급뿐만 아니라 각국의 환율제도와 경제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여건의 변화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떠한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결과를 낳느냐를 한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얼마 전부터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 환율이 엔화 환율에 따라간다는 게 거의 상식(?)처럼 되어 있어서 관계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우리나라 환율이 남의 나라의 그것도 특정국가의 환율에 너무 영향을 받는다는 건 분명한 위험 요인이니까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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