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부터 먹고 하자 !

입력 2015-06-19 17:25 수정 2015-06-19 17:25



 
어느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어느 저녁 나는, 문학과 지성사 )

메르스 때문에 문제가 많고 가뭄도 그렇고 온 나라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기우제를 지낼 수도 없고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나는 잘 모르지만 한 편의 시가 위안은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 속의 시인도 아마 고민이 많았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식탁위에 올라와 있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발견했을 것이다. 물론 그 밥은 늘 식사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올라와 있었겠지만 시인은 고민은 많고 무기력함 속에서 그냥 습관적으로 밥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밥을 보면서 고민도 다 지나가는 일이고,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어쨌든 열심히 자기가 힘을 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밥을 먹었을 것이다.

"밥부터 먹고 하자" 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밥을 먹으면서 일단 모르는 사람들인 경우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배가 부르면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의 여유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결은 내가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밥부터 먹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인도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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