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미국에 이로운가?

입력 2006-03-28 14:08 수정 2006-03-28 14:08



 

얼마 전 KBS스페셜을 보니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프런트라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월마트를 맹렬히 비난하는 내용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미국 기업으로서 세계 최대의 할인마트인 월마트에 대해 “과연 이 회사가 미국에 이로운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월마트는 미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죠. 그래서 언뜻 보면 미국 국민에게 좋은 회사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낮은 가격으로 생필품을 팔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생산을 해선 수지가 맞지 않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대부분의 물건을 원가가 낮은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을 해서 공급을 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상당수의 미국내 생필품 제조업체는 문을 닫게 되고 미국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거죠.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게 우선은 좋은 일 같지만 이 때문에 미국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될 터이고 결국 월마트는 미국에 이로운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기업의 해외 진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LG 전자의 중국 공장 설립이나 현대 자동차의 미국 공장 설립 등을 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세계 대국에서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콧대 높은 미국인이나 자존심 강한 중국인을 고용하는 걸 보면서 대견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에 과연 우리가 자긍심을 가지기만 하면 되는 일일까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온 우리의 대기업들이 이제는 코스트 절감을 이유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될수록 해외의 일자리는 증가해도 정작 우리의 일자리는 그만큼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들 입장에서 마냥 손뼉만 치며 대견해 할 수만은 없는 일인 거죠.

 

기업들의 이러한 행동은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주주들은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데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지 결국은 원가를 절감하여 주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는 거니까요. 만약 이를 무시한다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무능한 경영진을 갈아치우자고 실력(?) 행사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주주가 회사에 원하는 건 주가를 올려주고 배당을 늘여 달라는 겁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는 거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를 이른바 ‘주주 자본주의’라고 합니다. 기업이 주주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고 실적을 올려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도 올라가고, 그렇게 번 돈으로 배당도 해서 서로 나눠 갖고 이런 식으로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제도 살아나게 되니까요. 하지만 뭐든지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신규 투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알토란 같은 기업 내부의 자금을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다든지, 회사의 자본을 줄여서 주주들에게 그 돈을 나눠 주고(유상감자) 회사는 그야말로 깡통을 만든다든지,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사업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하여 국내의 일자리를 없앤다든지 하는 일을 볼 때마다 ‘기업이 과연 주주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에 비해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그래서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도 대변해야 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정부, 소비자, 종업원, 협력업체, 채권자, 그 외 사회 구성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말이죠.

 

미국 역시 이제는 ‘월마트가 자신들에게 과연 이롭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결국 기업이 주주들만의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한다면 주변의 이해관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붕괴로 다시 기업과 주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기 배만 불려서는 안 된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가 ‘주주 자본주의’에서도 적용되는 것 아닐 까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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