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적대적M&A와 메기이론

입력 2005-12-04 17:55 수정 2005-12-05 14:47
[경제] 적대적M&A: 메기를 고마워 할 필요는 없지만…

 

한류(韓流)가 아시아 대륙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에 대해 아시아 각국의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의 한 방송인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꼬투리로 잡으면서 대장금(大長今)을 형편없는 드라마라고 비하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산업계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제네들 왜 저러지 우리가 잘 나가는 게 그리 배가 아픈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한때 우리도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이 엄청 났습니다. 그들의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모든 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양 호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영화계는 스크린 쿼터제를 고수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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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해 특별한 규제를 해달라고 재계가 아우성인 것이 어제그제가 아닙니다. 물론, 나름대로 일리는 있습니다. 2003년에 SK의 지분 12%이상을 취득한 소버린이 경영진의 교체와 SK텔레콤 주식의 매각을 요구하는 사태나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의 삼성물산에 대한 압박은 재계뿐만 아니라 우리 서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계는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너무 취약하며 오히려 외국인에 비해 국내 기업의 규제가 너무 많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재계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의 페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란 국내 계열사의 자산을 합해서 그 총액이 5조원 이상이 되는 기업집단(그룹)에 속하는 계열사는 순자산(=자산-부채)의 25%를 넘는 금액으로 국내의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 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아 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룹사는 자신의 계열사의 지분을 무한정 많이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적대적 M&A의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이란 대기업 계열금융회사가 자신의 계열사의 지분을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비율(현행 30%→2006년 4월부터 25%→2007년4월 20%→2008년4월 15%로 점점 줄어듬)만큼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나머지는 인정하기 않겠다는 법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자신의 돈이 아닌 고객의 보험료나 예금 등 남의 돈을 이용해서 계열사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계열사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분 확보의 자금줄이 원천적으로 막혀버려 적대적 M&A에 휘둘릴 수 있다고 재계는 주장합니다.

 

물론, 적대적 M&A에 대해 국내 기업이 방어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량주식보유보고제도(5%룰)’과 ‘외국인투자촉진법상의 신고의무’입니다. 관계당국도 외국인들이 적대적 M&A를 행함에 있어서 이러한 법규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과 공정한 플레이를 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국가기간 산업에 대해서는 엄중한 규제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외국인의 적대적 M&A가 북방 오랑캐가 침범해와 우리의 선량한 양민을 노략질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서 이를 국민정서에 호소해 거부반응을 조장해 가는 것은 다소 오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어느 연구논문(*)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월~2003년 7월 사이에 행사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은 총 193회였는데 이 중 경영권방어와 관련하여 의결권이 행사된 회수는 70회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그 동안 재계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방어를 위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긴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의결권 행사가 M&A와 관련하여 사용된 경우보다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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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총수가 인용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메기이론”이 있습니다. 미꾸라지 무리 속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 두면 미꾸라지가 메기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도망을 다녀 미꾸라지가 더욱더 생기 있고 건강해 진다는 것이죠. 적당한 자극은 그 개체를 더욱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사실입니다. 분명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메기의 그것에 견줄 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메기이론’을 내세웠던 총수가 있는 삼성에서도 왜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해 정부의 특별한 규제를 요구하는 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아 참! 그렇다고 우리가 메기에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메기는 미꾸라지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배를 채울 욕심에서 미꾸라지를 쫓아 다니는 것입니다. 따라서 메기까지 미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는 적대적 M&A를 하는 외국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겠죠.

 

(*)연구논문 : 김화진, M&A시장의 최근 현황과 정책 및 법적과제 (2004.07)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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