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하, 신에게는 아직도 전함 12척이…

입력 2005-05-09 20:35 수정 2005-05-10 08:31


전하, 신(臣)에게는 아직도 전함 12척이 있습니다.”

 

이 말은 수군을 폐지하고 이순신 장군을 육군 지휘관으로 임명한다는 조선조정의 말도 안 되는 기별에 대해 이순신 장군이 즉시 이를 반박하는 장계를 올리면서 한 말입니다.

 

당시의 상황은 원균의 함대가 칠천량에서 전멸된 후, 조선조정은 백의종군 중이었던 이순신을 삼도 수군통제사로 다시 복직시켰지만 겨우 12척의 전함만이 남아 있는 처참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가 1597년 7월이었습니다.

 

이순신 역시 12척으로 수백 척의 전함을 가진 일본수군을 대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일국(一國)의 전함이 고작 12척밖에 안 된다니 정말 참담하고 쪽 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근 한달 간 적들이 우글거리는 전라도 일대를 돌면서 병사와 무기 그리고 군량 등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그 후 진도 벽파진에 자리를 잡은 그는 일본수군과의 결전 장소로 미리 봐 두었던 울돌목(명량)을 선택했습니다. 그러고도 보름 넘게 벽파진에 머무르면서 일본의 주력함대를 유인했습니다.

 

드디어 1597년 9월 16일,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에서 통쾌한 승리를 조선조정과 백성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이 전투가 바로, 단 12척(또는 13척)의 전함으로 200여척의 적선을 격파한 명량대첩이었습니다.

 

오늘날 이순신이 이처럼 칭송을 받는 것은 단지 그가 용맹스런 장수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약 그가 단순히 명예를 중시하는 용맹스런 장수였다면, 12척의 배로 배수진을 치고 적진으로 바로 뛰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여기서 산산조각 나더라도 조정과 백성을 위해 이 한 목숨 초개처럼 버리겠다’며 말입니다. 어차피 누가 봐도 승산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것도 대단한 용기며, 역사에 남을 일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삼도 수군통제사로 복직하고 나서도 두 달 가까이 적을 피해 다니거나, 적을 유인하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이순신도 사람인데 그 동안 얼마나 참담하고 불안했겠습니까?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 나타나 “9월 16일 대승을 거둘 것이니 그때까지 힘들더라도 열심히 준비를 해라” 이렇게 승리를 보장해 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전혀 승산이 없는 암담함 속에서도 그는 때를 기다리고 전략을 짜고 병력과 무기를 준비해서 기어이 승리를 이끌어 냈던 것입니다.

 

승산이 없을 때 포기하는 사람보다, 부딪혀 싸워보는 게 훨씬 더 진취적이고 용맹스런 행동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뛰어난 것은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서 기회를 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순신 장군을 후세 사람들이 '성웅'이라는 칭호까지 붙여가며 높이 평가하는 지도 모릅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시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련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릎 꿇게 됩니다. 성공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련, 다시 말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내성(耐性)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요? 불확실한 상황을 잘 견뎌내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한판 살벌한 전투를 치르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는 적용됩니다.

 

분명 회사의 내재가치를 보고 해당 주식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가 폭락하기 시작하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장이 언제 다시 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한 것에 대한 내성을 기르지 못한 사람은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며 급기야 시장의 상황을 잘못 읽게 됩니다. 그러다 '에잇~' 하고 매도를 해버리죠. 불행히도 항상 그때가 최저점입니다.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오르죠.

 

그렇다고 주가가 빠지더라도 무조건 매도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이 무조건 적을 피해 도망친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향후의 상황을 예측해 가며 그에 맞는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고작 12척의 전함. 이순신 장군인들 어찌 두렵고 초조하지 않았겠습니까?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을 잘 견뎌냈던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는 힘이야 말로 비단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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