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베노믹스로 일본경제가 살아나니 어쩌니 하지만, 지난 20년간 그리고 아직까지도 일본경제는 불황과 디플레이션의 대명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인들의 얇아진 지갑과 위축된 소비심리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는 대박 브랜드가 몇몇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라면 저는 단연코 ‘유니클로’와 ‘돈기호테’를 꼽겠습니다.

 

 

 

♠ 돈키호테적 발상,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경우는 도심형 할인 잡화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워낙 유명하다 길래, 직접 방문해 보았는데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장이 너무 허접했기 때문입니다.



매장의 형태를 보면 일반적인 편의점이나 E마트처럼 상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손님들이 상품을 찾기 쉽게 만든 것과는 완전히 거리가 멉니다. 잡동사니가 뒤죽박죽 쌓여있는 듯한 형태이며 넓은 면적이 아니라 도심 내 좁은 건물에 입주하여 몇 개 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상품을 쇼핑해야 합니다. 상품의 구색도 일관되지 않아 심지어 같은 돈기호테라 할지라도 어느 지역의 매장에는 이 상품이 있는데 다른 매장에는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제 각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다이소'의 경우는 매장 인테리어가 깔끔한 맛이라도 있지만 돈키호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어느 중소도시의 영세 잡화점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레이아웃의 매장이 도쿄,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보란 듯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어 급기야 일본 유통시장의 혁명으로 주목 받고 있다는 군요. 정말 매장 이름대로 돈키호테적인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 일본 모노즈쿠리(物作り) 정신에 대한 반역(?),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의류브랜드로서 굳이 그 특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값싸고 깔끔한 디자인. 하지만 내구성은 떨어지는 옷의 대명사죠. 그래서 한철 입고 나면 더 이상 못 입을 옷. 입고 버리는 옷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해외로도 진출하여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죠.

 
특히나 유니클로의 경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컨셉트가 하필이면 일본에서 생겨났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솔직히 일본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계신 분이라면 ‘저가에 내구성 떨어지는 옷을 만들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대단한 컨셉트인가?’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본이 어떤 나라입니까? 그들의 제조업에는 몇 백 년 넘게 내려오는 ‘모노즈쿠리(物作り)정신’이 있습니다. 단순한 글자의 의미로는 ‘물건 만들기’라는 뜻이지만, 이 단어 속에는 혼을 다하여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다시 말해 일본의 제조업 종사자들은 치밀한 공정을 거쳐 품질 좋고 튼튼한 물건을 만들지 않은 것은 자신의 혼을 팔아 먹는 행위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볼트, 너트 부품 하나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내는 게 그들의 특성인 거죠. 이 정신이 제조업 강국, 원천기술 강국 일본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튼튼하고 오래가는 물건보다는 내구성은 떨어져도 값싸고 보기 좋은 물건을 선호하는 마인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도 안 좋은데 품질이 우수하고 비싼 것 보다는 값싸고 보기에만 좋은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죠. 일본 SONY가 망한 것도 그런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봅니다.

 

유니클로는 달랐습니다. 유니클로는 이런 사람들의 변화를 읽은 것이죠. 그리고는 몇 백 년 그들에게서 이어 내려온 ‘모노즈쿠리 정신’을 과감히 버린 것이죠. 물론, 한번 입고 버리는 값싼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일본 제조업자들에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반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그 반역을 행했고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죠.

 

 

♠ 불황에서 우리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아이템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 않게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 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일본의 브랜드나 사업 아이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좋은 기회일 테니 말입니다.

 

21세기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할 듯싶습니다. 하나는 ‘양극화의 심화’이고 하나는 ‘고령화의 가속화’입니다. 그 중에 양극화의 심화를 본다면 내수시장 역시 아주 비싸고 고급스런 상품이나 매장과, 아주 값싸고 저렴한 상품이나 매장으로 양극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정쩡한 중간은 없어지고 양극화된 부분에서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먹히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거죠.

 

이점에서 우리보다 미리 불황을 겪어온 일본에서 돈키호테와 유니클로가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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