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는 스스로 생명 계율을 지킨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풀을 야생초라고 한다. 빨리 핀 꽃들이 먼저 지고, 키 큰 꽃나무들이 이 산 저 산을 아름답게 할 때 야생초는 낮은 자세로 구석진 모퉁이 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새벽이슬이 무거우면 잎을 숙여 이슬을 털었고 햇살이 따가우면 잎을 오므리며 자기를 보호했습니다. 야생초는 화사한 얼굴로 시선 끌다 시든 꽃보다 멋있고,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나무보다 강하다. 배고픈 벌레에게 살점도 내어주는 야생 약초는 살신성인, 지친 개미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잡초는 온정을 나누는 위대한 보통사람 같고, 음지에서도 생명 원리를 지키는 야생초는 계율을 지키는 성자의 모습. 두려움을 모르는 야생초처럼 당당하자.
 

야생초는 참고 버틴다


아침은 봄, 낮은 여름인 5월. 여러 꽃들이 화려한 자태와 빛을 드러낼 때 논둑과 밭둑의 야생초는 잡초라는 이유로 무서운 적(敵)으로 식별 되었다. 독한 제초제가 뿌려져 육신이 녹고 살기 가득 찬 칼날이 지나가면서 푸른 살점 찢기고, 뽑혀지고, 잘려졌다. 공포와 폭력이 지나간 밑둥치에 줄기의 수액이 내려와 상처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 살아 있는 생명체는 고통을 피할 수 없는 법. 조금 더 참고 버티어 아픔이 물러가게 하자. >억센 풀뿌리로 지구의 피부를 보호하는 야생초는 정진(精進)하면서 영성을 쌓는 수도사 같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야생초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 불굴의 야생초처럼 참고 버티며 살아가자.

 

야생초는 지혜롭게 생존한다


억센 잎으로 산소를 만드는 야생초는 지구의 청정(淸淨)기. 삭막한 사막에서도 생명 공간을 넓혀가는 야생초는 몸소 고난을 이기면서 선정(善政)을 베푸는 리더. 야생 약초는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희생의 연속이지만 집요한 생명력과 지혜로운 생존법으로 대(代) 이어간다. 야생초는 유전자 대물림 은혜에 감사하며 자기 자리를 당당하게 빛낸다. 몸뚱이 전체를 선물하는 약쑥은 큰 지혜와 사랑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성자 같고, 민들레 홀씨 되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모습은 속정을 끊고 웃으며 삼매로 돌아가는 구도자. 밟혀도 뿌리 뻗는 질경이는 억센 전사(戰士)의 모습. 어울려 사는 야생초처럼 더불어 아름다운 영웅 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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