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의경


 

“간바레! 니혼(頑張れ! 日本)” 후쿠시마 쓰나미 재해가 발생한 후 ‘힘내라! 일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일본은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인간이란 재해를 당하면 더 강해지는 법. 어쩌면 이러한 자연재해가 그 동안 침체해가던 일본 경제의 불안감을 극복해보자는 데까지 이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절묘한 시점에 아베노믹스가 등장했습니다.

 

 

♠ 절반까지는 성공한 듯한 아베노믹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떨지…

 

대략 2013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 평가가 엇갈립니다.

 

하지만 정책 초기만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지배적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적어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은 걸 보면 그냥 무시하고 볼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우선, 무제한적인 돈 풀기는 일본의 주식시장을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엔저를 통해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었죠. 그 동안 20년간 일본을 괴롭혀 왔던 디플레이션 심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아베노믹스에 후한 점수를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우려의 시각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업실적개선으로 고용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이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입니다. 또한 이른바 세 번째 화살이라는 구조개혁과 실질임금상승을 이루어내지 못할 경우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우리경제도 돈 풀어 아베노믹스에 맞불작전?

 

여하튼 우리 경제는 더더욱 걱정스럽습니다. 일본의 엔저공세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이 2015년 연간 수출 전망치를 5천62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290억 달러나 줄어든 것입니다.

 

또한 2015년 1~2월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4년보다 낮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고 연초의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실제는 2개월 연속 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셈입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내렸지만 효과는 없고, 반대로 디플레이션 우려만 커지고 있습니다.

 

돈을 풀었는데 오히려 소비는 늘지 않고 물가는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니 우리도 아베노믹스처럼 제한 없는 ‘돈 풀기’와 고환율(원화가치하락)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맞불 작전을 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MB정권 때 고환율 정책으로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이 수출에서 톡톡한 재미를 보았듯이 이번에도 엔저에 대응하여 원화가치도 내려서 수출가격 경쟁력을 찾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 우리는 일본과 처한 상황이 달라…

 

하지만 여기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우리와 일본이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두 나라 통화의 위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엔화는 거의 기축통화와 비슷한 지위라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 해도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원화는 그런 지위에 있는 통화가 아닙니다. 원화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면 한국에 투자한 돈들이 상당부분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던 돈들이 미국으로 흡수될 게 뻔합니다. 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다 돈 풀겠다고 금리를 더 낮추고 수출 잘되게 하겠다고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리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 무조건 내수진작!

 

가장 중요한 것은(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기회에 수출에 대한 비중을 좀 줄이고 내수진작에 힘써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실질적인 구매력, 즉 실질소득이 올라야 할 것입니다. 주머니가 두둑해야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이에 힘입어 기업실적도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월급쟁이들의 급여를 올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 급여를 어떻게 더 올리느냐고 반발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의 우려에다 일본의 엔저로 수출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것은 어떻게 하면 편중되어 있는 수출비중을 줄이고 내수비중을 늘리느냐에 해답이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될 것입니다.

 

돈을 푸는 게 목표가 아니라 실제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내수가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책을 펴는 게 우리가 살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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