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생존 교관


산에는 백과사전에 나오는 좋은 단어를 다 품고 있지만 산은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만 선택하여 키우고 때로는 자연이치로 정리한다. 산은 온몸으로 살아가는 지붕 없는 생존 박물관. 산에는 곧은 나무 굽은 나무, 중심을 잃고 쓰러진 고목, 이름 모를 꽃과 칼돌 등 다양한 생명체와 무생물이 있다. 산은 물줄기에 쓸려가는 흙과 돌들을 붙들지 못하고, 다툼과 경쟁에서 밀린 생명체를 구하지 못한다. 햇살을 찾아 몸을 비트는 잡목은 집요한 생존법을 가르치고, 암반에 뿌리내린 소나무는 생존 후에 사는 생존법을 가르친다. 환경에 적응하고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들만 살리는 산처럼 남에게 이로움을 주면서 적응하는 생존법을 배우자.
 

산은 오로지 스승


산은 수련도장이다. 산은 생명체를 키우고 때가 되면 보내면서 순환 질서를 가르치고, 산은 메아리를 통해서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산은 이치와 기운의 조합으로 생명을 키우고 생명으로 이어가는 자연법을 가르치고, 산은 수많은 장애물을 배치해 놓고 산을 오를 때는 오로지 산과 길만 보고 내려올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하라고 주의를 준다. 산은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시간에 해야만 가장 빛나는 일에 몰입할 것을 알려준다. 공부할 때는 공부, 운전할 때는 운전, 전투할 때는 전투만 하자. 그 시간에 그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묵묵히 주어진 일과 가슴이 주문한 일을 즐겁게 가자.

 

산은 냉철한 군주


산은 신비한 아름다움도 있고 비정한 다툼과 경쟁도 있다. 서로 다른 양면을 보여주는 산은 그 속을 알 수 없다. 강한 짐승이 약한 짐승을 먹이로 삼고, 도토리 알이 굴러서 생명을 잇는다. 산은 강자가 생존하는 냉엄한 세계이면서 저마다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거룩한 세계. 산은 움직이는 명상을 통해 자아의 소리를 들으면서 성숙하는 기회를 주고, 산은 자연교감 속에서 생명 세계의 순환과 냉엄함을 알게 한다. 산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냉철한 군주처럼 나가고 물러서는 절기의 질서를 철저하게 지킨다. 봄이면 꽃을 내고 가을이면 거두어들이는 냉엄한 산처럼 순리를 따르고 몸과 마음을 사랑하며 고귀하게 하소서!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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