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에도 퓨전시대; 방카슈랑스

입력 2003-02-07 13:16 수정 2003-02-07 13:16
요즘에 유행하는 단어로 퓨전(fusion) 이란 말이 있죠. 원래 동양과 서양을 음악이나 음식을 혼합하여 아주 독특한 느낌이나 맛을 내는 것을 퓨전음악이다, 퓨전음식이다 라고 한데서부터 이 말이 늘리 퍼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퓨전이란 게 가만 보면 이것 저것 섞여서 혼합된 것으로 섞기 전의 상태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면서 좀 더 발전해 간다는 뉘앙스가 있죠. 잡동사니를 섞어서 엉망이 된 것을 퓨전이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최근 들어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금융 업종간의 벽이 점차 허물어 가는 경향이 짙어 지면서, 금융상품에서도 이러한 퓨전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증권의 신탁상품 같으면서도 원금을 보장하는 정기예금 같은 상품이 있는가 하면 은행에서도 증권사와 연계를 하여 현금카드로 증권 계좌의 돈을 빼낼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추세에서 은행과 보험이 결합을 한 새로운 형태의 퓨전 금융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선을 보일 예정인데요. 이를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라고 한답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을 뜻하는 Bank와 보험을 뜻하는 Assurance(영국식 영어죠. 미국식 영어로는 Insurance 이지만요…) 의 합성어죠.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방카슈랑스란 은행과 보험이 연계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업종이 연계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은행과 보험사가 서로 합병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죠.




또 다른 형태로는 보험사가 은행 등과 합병을 하지 않고 단순히 업무상으로 제휴를 해서 은행지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파는 방법이 있을 수 있죠.




이러한 방카슈랑스는 애초에 보험모집인을 통해서 보험상품을 팔고 있지 않던 벨기에나 스페인 등 일부 유럽 지역에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독일의 경우 생명보험상품 가운데 80% 정도가 그리고 프랑스는 67% 정도가 은행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니 이미 유럽에서는 방카슈랑스가 완전히 보편화 되었다고 봐야 겠죠.




물론, 미국에서도 생명보험 상품의 13% 정도가 은행을 통해 판매가 되고 있죠. 이 수치는 유럽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방카슈랑스에 의한 보험 상품의 판매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험판매의 대부분이 보험모집인을 통해서 이루어 지고 있으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동안 금융선진화를 위해 여러 번 논의 되어왔던 이 방카슈랑스 도입의 구체적인 안에 대한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답니다.




지난 달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말이죠.




1) 올해 8월부터 은행과 증권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에서도 연금보험이나 교육보험 등 개인 저축성 보험을


보험회사로부터 위탁 받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2) 2005년 4월부터는 종신보험과 개인용 자동차보험 등 개인용 보험 대부분을 이들 지점에서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거죠.




3) 물론, 2007년 4월부터는 퇴직보험 등의 단체보험을 포함한 모든 보험상품 판매가 허용되도록 한다는 거죠.




이제 우리나라도 기존의 보험모집인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의 틀을 벗어나서 은행 지점에 가서도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 같은 것을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는 기존의 보험상품 판매에 일대 변혁이 아닐 수 없는데요.




고객들의 입장에서 보면요.




우선 보험 모집인을 통하지 않고도 손 쉽게 다양한 보험 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방카슈랑스 도입방안을 살펴보면 대형보험사와 은행이 독점적으로 제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특정 보험사의 보험상품판매가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해 놓았거든요. 그래서 은행 지점에서는 특정 보험회사 상품 하나만 팔 수는 없게 되는 거죠. 따라서 고객들은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동시에 접할 수 있겠죠.




또 다른 이점으로는 고객은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에 들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은행, 증권사 등의 지점을 통해 가입하는 보험상품은 무엇보다도 보험모집인을 통할 필요가 없죠. 따라서 여기에 드는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죠. 보험사들은 대략 20% 정도의 사업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 데요. 이를 통해 방카슈랑스에 의해 판매되는 보험상품의 보험료는 5∼10% 가량 인하될 공산이 크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방카슈랑스를 실시하게 되면 우려되는 점도 있긴 합니다. 은행들도 보험상품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해주면서 끼워 팔기 식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가 있거든요.




얼마의 돈을 더 대출해 줄 테니 그 대신 이런 저런 보험상품을 강제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 말이죠. 예전에 은행BC카드 가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금융이 선진화 되면서 점점 업종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퓨전시대가 되는 추세인데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러한 퓨전시대를 대표하는 상품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방카슈랑스 제도도 은행이나 증권사의 지점에서 보험상품을 좋은 조건으로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퓨전상품임에는 틀림이 없는데요.




올 8월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제도 이니 만큼 하루 빨리 정착하여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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