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영화 스팅(The Sting)과 같은 기가 막힌 사기극

입력 2002-12-22 19:50 수정 2002-12-22 19:50
여러분은 조지 로이힐 감독의 영화「스팅」을 잘 아실겁니다. 1936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의 명연기가 돋보인 작품이었죠. 미국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유머와 서스펜스 그리고 영화 끝부분의 극적인 반전은 가히 명작이라고 할만 하죠. 또한 영화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경쾌한 피아노 곡은 이 영화의 백미 중의 하나일 겁니다.




아무튼 스팅에서 보여준 곤돌프(폴 뉴먼)와 후커(로버트 레드퍼드)의 경마 마권을 이용한 감쪽같은 사기극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하죠. 정말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에 대해서는 이력이 난 봉이 김선달의 빰을 칠만한 솜씨죠.




그런데 스팅이라는 영화를 사실 가만히 보면 사기꾼이 보기 좋게 사기 친 것을 너무 미화해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기의 대상이 뉴욕의 갱단 두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당성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어떤 경우든 사기를 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얼마 전 이런 스팅과 같은 사기극이 발생해서 증권가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지난 17일 LG증권과 대신증권의 홍콩현지법인에서 외국인 기관투자자에 의해 발생한 미수사고가 바로 그것이죠.




삼성전자 등 총 3,000억원대의 주식을 주문해 놓고 결제하는 날에 결제를 하지 않고 사라져 계좌를 개설해 준 LG증권과 대신증권이 각각 124억원과 22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사건인데요. 특히 주식 매수주문을 하기위해선 계좌에 일정정도의 위탁증거금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고는 문제의 외국인 기관투자자에게는 관행상 이러한 위탁증거금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그 피해가 더 커지게 된 거죠.




원래 주식을 사게 되면 주식 매입대금을 바로 당일 결제하는 게 아니라 사겠다는 주문이 체결되는 날로부터 3일째 되는 날 돈을 넣으면 되죠. 물론, 그 때가 되어야 자신이 주문했던 주식도 자신의 증권 계좌에 들어오게 되죠.




원래 채권의 매매에는 당일 결제가 원칙이지만 주식 매매는 3일 결제가 원칙이 거든요 그런데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주문을 했던 사람이 불순한 생각을 하거나 마음이 바뀌어서 돈을 내지 않을 수 있겠죠. 그래서 증권사에서는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주문을 내기 전에 미리 일정한 금액을 증권계좌에 넣어 두도록 요구를 하는데 이 돈을 위탁증거금이라고 하죠.




현행 규정에 의하면 위탁증거금은 매수 주문 총금액의 40%(현금 10%, 유가증권 30%)가 되어야 하죠. 다시 말해 자신의 증권계좌에 40만원 상당의 돈이나 다른 주식 등의 유가증권이 미리 들어가 있지 않으면 새로 100만원 어치 주식을 살 수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 동안 증권사들은 관행상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는 이러한 위탁증거금을 받지 않아 왔죠. 아무래도 개인에 비해 기관투자자는 거래를 많이 하므로 그 거래 수수료만 해도 증권사에서는 상당히 큰 수익이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편의를 봐 주게 된 거죠.




따라서 항상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던 거죠.




이번 사고는 아직 그 배후의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이번 사건에 개입된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우선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벌 수 있는 선물이나 옵션 계약을 체결해 놓고 그 다음에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런데 예상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자 삼성전자 등 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식에 대해 엄청난 양으로 사겠다는 주문을 낸 거죠. 앞서 말했듯이 돈은 3일 후에 자신의 증권계좌에 집어 넣으면 되니까 당장 돈은 필요 없죠.




일단 삼성전자 매수 주문을 엄청나게 했으니 당연히 주가가 오르겠죠. 그런데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이들이 원래 체결하여 놓았던 선물이나 옵션계약이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계약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니까 이들은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 큰 돈을 벌게 된 거죠.




물론, 삼성전자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은 선물이나 옵션으로 돈을 벌기 위해 주문을 낸 것이지 실제로 돈을 주고 삼성전자를 살 마음은 전혀 없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주문한 금액의 40%를 미리 내어야 하는 위탁증거금 조차 관행상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돈 한푼 안들이고 이런 주문을 낼 수 있었죠. 그런 다음 선물 옵션계약을 통해 돈을 챙기고 나서 잠적을 해 버리면 3일 후 삼성전자를 판 쪽에서는 돈을 요구할 것이고 그 돈은 결국 잠적한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가 개설된 증권사가 뒤집어 써야 하는 거죠.




사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이것이야 말로 영화 스팅 보다 더 기가 막힌 사기극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말 봉이 김선달도 기가 찰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같은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사건으로 18일 LG증권의 주가가 4%가량 떨어져 개인 투자자들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보았고요.




그리고 어쨌든 그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사겠다고 주문한 삼성전자 주식은 일단 LG증권이 접수를 했는데요. LG증권은 이를 시장에 팔아서 손실 난 금액을 충원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삼성전자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큰 혼란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현재는 그냥 들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만만하게 봤으면 한국 대표주식인 삼성전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나 하는 한탄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일간에는 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 즉 ‘검은 머리 외국인’의 소행일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지만요.




아무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권사에서도 고객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애꿎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이런 일은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13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493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