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여러분의 거위를 지금 빨리 찾아가세요.

입력 2002-11-24 22:07 수정 2002-11-24 22:07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사람의 욕심을 잘 표현한 우화로 널리 알려져 있죠. 만약 여러분에게 이러한 거위가 있다면 그 우화 속에 나오는 우매한 농부처럼 거위를 죽여 뱃속을 갈라 보지는 않겠죠?




매일 하나씩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를 보고 ‘저 뱃속에는 분명 황금알이 가득 들었을 거야. 하루에 하나씩은 너무 감칠맛 나지. 저 놈의 배를 갈라서 황금알을 한꺼번에 손에 쥐어야지!’ 하며 배를 갈랐지만 뱃속엔 아무 것도 없었죠.




어릴 적 이 우화를 보고 누구나가 멍청한 농부를 비웃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그러한 우매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배를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자신에게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를 아예 남에게 줘 버리는 거죠.




예?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나고요?




당연히 있죠. 우리 주위에…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바로 그 우매한 주인공일 수도 있겠네요.


바로 자신의 거위를 신용카드회사에 줘 버리는 사람 말이죠…




최근 신용카드 사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신용카드로 인한 잠재부실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LG, 삼성, 국민, 외환카드 등의 3분기 말 현재「대환대출액」은 4조2천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대환대출이란 신용카드의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바꾸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카드사의 입장에서는 연체된 금액을 정상채권으로 바꿀 수 있으므로 이러한 대환대출을 상당히 선호하고 있죠.




원래 금융회사에서는 대출을 해주게 되면 그 돈을 떼일 위험이 있죠. 그래서 감독당국에서는 그 돈 중 일부가 떼일 경우를 대비해서 대출한 총금액에서 몇 %를 따로 챙겨두게 하는데 이를 대손충당금이라고 하죠.


보통 카드사의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1~3개월에 12%, 3~6개월에 60%, 그리고 6개월이상이면 100%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환대출을 해서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면 1%의 대손충당금만 쌓으면 되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 놓으면 대손충당금이 줄어 들어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죠.




아무튼 그 동안 낮은 금리와 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그리고 카드 사용자의 몰지각하고 무분별한 카드사용이 이러한 위험한 지경까지 끌고 왔습니다. 이에 정부도 사실 한 몫을 했죠.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거래 실적이 일일이 전산에 잡혀 세금을 걷는데 수월하다는 이유로 장려를 했으니까요. 그 왜 있지않습니까? 신용카드 영수증으로 추첨까지 해서 상금 준 것. 기억나시죠?




신용카드의 연체대금이 급증하여 이제 가계 파산의 위험성까지 대두되니 이제서야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서비스 한도액 중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도 1%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앞서 말한 대환대출도 대손충당금을 1%에서 12%로 높이는 조치를 취한 것이죠.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이 더 커지므로 신규 회원도 줄이고 현금서비스 한도액도 줄이게 될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연체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은 더욱 고통스러울 겁니다. 카드사가 점점 더 연체대금을 받기 위해 목을 죄어 오지 않겠습니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여러분에게 월급을 주는 직장일 수도 있고, 여러분이 가입한 예금이나 투자상품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거위가 황금알을 매일 한 개씩 낳듯 이러한 곳에서 여러분은 꾸준하게 돈을 받습니다. 그게 월급일 수도 있고, 이자나 배당수익일 수도 있죠.


이 거위를 잘만 관리하면 미래에 계속적으로 황금알을 낳아 줍니다. 거위가 더욱 튼실해 지면 한꺼번에 알을 두개나 세개씩 낳아 줄 때도 있겠죠.




그런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 거위를 카드사에 그냥 넘겨 버린 꼴이 됩니다. 카드대금에 연체가 붙으면 바로 연체이자가 딸려 옵니다. 이 이자는 여러분이 미래에 받게 될 황금알을 고스란히 카드사로 가져가는 합법적인 구실입니다.




여러분은 그게 아깝지만 이미 거위는 카드사 손에 들어 갔기 때문에 이제 황금알은 구경도 못합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거위가 충분한 황금알을 낳아 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황금알의 개수가 여러분의 연체이자보다 모자라면 바로 개인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힙니다.






여러분이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예금 및 투자 등을 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저당 잡히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우매하고 위험한 사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여러분의 거위를 빨리 찾아 가시길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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