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금을 보장해 주는 신탁상품

입력 2002-11-11 22:26 수정 2002-11-11 22:26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판매수법이 있겠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그 중에서 국제 파이낸셜 플래너즈 협회(IAFP)의 C. 피터슨 회장이 발표한 「판매수법의 3단계 발전설」을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3단계 발전설은 제가 얼마 전에 읽었던 「프라이빗 뱅킹 (원제: Private Banking No Jidai ; 소네 카즈오키 지음, 와이솔루션즈 옮김)」이라는 책에 인용한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C. 피터슨 회장은 판매수법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3단계로 발전해 왔는데, 우선 판매수법의 제1세대가 헨리 포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답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기 보다는 생산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생산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 판매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는 단계이죠. ‘T형포드’로 미국 전역을 자동차의 물결로 휘몰았던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손님이 원하는 차는 어떠한 차라도 만듭니다. 단, 그 색상은 검정색에 한합니다.”




이는 언뜻 들으면 고객의 니즈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기실은 생산자가 원하는 차만 만들겠다는 거죠. 여러 가지 색깔의 차를 고객의 니즈에 맞게 만들게 되면 공정이 복잡해지고, 원가가 많이 들기 때문에 ‘내가 만들 테니 좋으면 사고 싫으면 말아라. 어차피 당신이 아니라도 살 사람 많다.’ 뭐 이런 식의 논리인 거죠.




그리고 제2세대가 IBM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는 군요. 컴퓨터 혁명을 등에 입고 성장한 IBM은 헨리 포드의 ‘T형포드’와 달리 나름대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기는 했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IBM의 자사제품의 판매만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판매사원을 교육했던 거죠. 고객의 요구가 완전히 무시된 것은 아니지만, 자사의 제품 판매와 관련된 부분에서만 니즈를 반영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3세대가 FP 시대라고 합니다. FP란 ‘Financial Planner’의 약어로 고객 우선주의의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고객의 자산을 고객의 니즈에 맞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하죠. 특히, 구미 선진국에서는 고객의 재정에 관한한 집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고객의 니즈에 맞춰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해 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금융기관의 금융상품만 팔아서는 안 되는 거죠. IBM이 자사의 제품만을 팔기위해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던 것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는 거죠.




이번에 은행권에서는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원래 ‘신탁상품’이란 고객이 금융기관에 믿고 맡겨서 운용하도록 하고, 여기서 생기는 수익을 가져가는 실적 배당형 상품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예금상품보다 고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죠. 그 대신 운용을 잘못하여 원금에 손실이 생겨도 이는 고객이 감수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야 어디 그렇습니까? 금리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신탁상품 같으면서 운용을 잘못하여 원금을 까먹게 될 경우는, 금융기관에서 원금을 보장해 주는 형태를 당연히 바래 왔다는 거죠. 「수익은 높고, 위험은 거의 없는 금융상품」 이 얼마나 고객의 니즈에 보답하는 상품이겠습니까!




그래서 급기야 은행권에서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이 나왔고, 이는 정말 신탁상품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보통 때는 신탁상품처럼 주가지수 선물·옵션 등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다가, 자칫 잘못되어 원금에 손실이 났을 때는 예금상품으로 취급하여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원금을 보장 받는 구조이죠.




현재 하나은행의 ‘하나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조흥은행의 ‘Mr. 정기예금’, 씨티은행의 ‘지수연동 정기예금’, HSBC의 ‘옵션플러스 정기예금’ 등이 그러한 구조의 상품이 되겠습니다.




IMF 이전만 해도 금융기관에는 ‘내가 만들 테니 좋으면 사고 싫으면 말아라. 어차피 당신이 아니라도 살 사람 많다.’ 라는 ‘헨리 포드 시대’의 발상이 팽배해 있었는데,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C. 피터슨 회장이 말한 3단계 중 ‘IBM의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나서 ‘FP 시대’로 막 접어 들려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물론, 제 생각으로는 완전한 ‘FP 시대’가 되려면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금융기관 마다 자신의 상품을 좋게 발전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한다면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도 판매를 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그러한 단계는 아니까요.




아무튼 이 신종상품으로 인해 투신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구조적으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원금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는 투신사들의 입장에서는 은행권이 선보인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이야 말로 자신들의 전통적인 투자신탁상품에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죠.




“엄연한 신탁상품을 은행들 마음대로 원금을 보장해 주는 예금상품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라고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 은행과 투신사가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갈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방법이든 고객에게 유리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이 계속적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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