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돼지저금통에 관한 斷想

입력 2002-11-08 00:00 수정 2002-11-08 00:00
얼마 전 선배 집에 놀러 갔더니 도자기로 된 아주 특이한 돼지저금통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돼지저금통하면 빨간색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게 전부였죠. 저도 부모님께서 용돈 중에서 일정 부분은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면서 그 빨간 플라스틱 돼지저금통을 종종 사다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기다 10원짜리 몇 개를 넣고 ‘이게 언제 가득 차서 배를 딸 수 있을까?’ 심심할 때 마다 한번씩 들고 흔들어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은 돼지저금통이 정말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돼지저금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금통의 형태가 돼지 뿐만 아니라 실로 다양한 형태로 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제 선배 집에서 본 저금통의 경우, 모양은 돼지였죠. 그런데 제가 특이하다고 한 것은 그 크기가 실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죠.. 거실 TV 장식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농구공 크기의 1.5배는 되는 동그란 모양의 도자기로 된 돼지저금통이었죠. 제가 왜 이리 크냐고 물었더니, 크기나 모양이 특이해서 재미있기도 하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습관도 길러 줄 겸 해서 하나 샀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한번 들어 보니 꽤나 무거웠는데 모르긴 몰라도 돈을 넣기 시작한지 몇 개월은 지난 것 같았습니다. 선배네 아이들도 큰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재미가 꽤 있었나 봅니다. 그러니 그 동안 그렇게 많은 돈을 돼지저금통이 먹은 거 아니겠습니까? 선배도 “야 무겁지 애들이 이렇게 저축을 많이 했어 글쎄. 대견하지…”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돼지저금통…




물론,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라고는 하지만 금융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물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저축을 하는 것은 자신의 현금자산을 좀더 합리적으로 모으고 이를 운용하는 데 있죠. 따라서 요즘 세상엔 자신의 월급 중 일부분을 그냥 장롱 속에 넣어 두는 것을 결코 저축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으로 가져가면 한푼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금융상품 들이 널려 있는데 자신의 알토란 같은 돈을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 두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현명한 재테크란 자신의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그것에 가장 기본인 것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자기의 자녀들에게는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 준다고 돼지저금통을 사준다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죠. 특히 저의 선배처럼 돼지저금통이 너무 커서 그 속에 넣어둔 돈의 일부는 몇 개월이나 잠자고 있다는 건 장롱 속에 돈을 넣어 두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어차피 그 아이들도 커서 자본주의 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자신의 돈을 운용하는 습관을 길러 줘야 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 까요?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돼지저금통을 깨라! 그리고 아이들에게 예금 통장을 만들어 줘라」라고 말이죠.




추신 : 물론, 저금통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푼돈이 생길 때마다 그걸 들고 은행에 갈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주 자그마한 것을 사서 적어도 한 달에 한번씩은 배를 갈라 은행에 예금하도록 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길러 주는 게 더욱 현명할 것 같군요… 갈라진 저금통의 배는 다시 테이프로 붙이면 되니까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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