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요즘 뜬다는 PB, 그림의 떡

입력 2002-09-17 15:50 수정 2002-09-17 15:50
예전에는 개울가에 나가 빨래를 했다고 합니다. 차가운 엄동설한에도 어머니는 손을 호호 불며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까만 빨래 검게 빨아 볕 좋은 날 내다 걸곤 했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세탁물은 세탁소에 맡깁니다. 드라이 클리닝부터 다림질까지 돈만 내면 엄동설한 어머니들이 하셨다는 빨래보다 수십 배는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세탁을 해주죠. 시대가 그만큼 변한 거죠.




세탁 뿐만 아니죠. 최근 들어 그 동안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던 일들을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 남에게 맡기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죠. 최근에는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祭需)까지 주문만 하면 즉각 대령해 주는 세상이니 어찌 씁쓸하기도 합니다. 물론,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중에서는 세탁이나 옷을 만들어 입는 것처럼 이제 남들이 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많이 있죠.




이제 자신의 재산을 운용하는 것에도 남들에게 맡기면 대신해 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PB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PB란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을 줄여서 부르는 것이죠. 다시 말해, 개인의 자산을 믿을 만한 금융기관에서 종합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하는 겁니다.




이러한 PB는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았던 서비스죠. 그래서 미국 같은 선진국의 부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와 자신의 법적 지위를 변호해 주는 고용변호사 그리고 자신의 자산을 종합관리해주는 전문적인 PB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하나씩 두고 있는 실정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초반 씨티은행이 먼저 이 서비스를 도입했답니다. 그 뒤를 이어 한미은행에서도 시작을 하였고, IMF 이후 국민들의 자산관리 및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회사들까지도 PB시장에 뛰어 들었죠.




“당신의 자산은 OO에 맡기고, 당신은 인생에 투자하십시오.”




뭐 이런 식의 광고가 우리나라 TV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금융기관들이 이 PB시장이 상당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상황이죠. 특히, 무조건 대한민국 일등주의를 주창하는 삼성증권과 수년간의 PB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메릴린치 증권(외국계 증권사)의 한판 승부도 볼 만합니다.




물론, PB서비스는 자산만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각 은행 및 증권사의 PB클럽 회원으로 가입하면 외국 유명 병원에서의 건강검진, 세무서비스, 부동산 정보제공에다 심지어 골프장 예약까지 대행해 준다고 하죠.




이 정도라면 “우와! 이렇게 좋은 서비스라면 여태 난 왜 몰랐나? 나도 가입해야지” 하실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PB서비스가 대부분의 서민에겐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이라고 해야 하겠죠. 왜냐하면 금융자산이 최소 10억원 정도는 있어야 이러한 PB클럽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떠한 금융기관이 이러한 서비스를 아무에게나(?) 제공하겠습니까?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은 맡겨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도 수지가 맞지않을까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PB시장이 계속 성장하길 바랍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직접하다가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남에게 맡기는 일들은 대부분이 처음에는 부자들만 했을 것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많이 지불해야 했을 테니까요. 그러다가 그런 서비스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나면 서비스 질도 좋아질 뿐더러 가격도 저렴해 집니다.




PB서비스도 마찬가지 겠죠. 이렇게 발전을 하다 보면, 반드시 서민들을 위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외국 병원의 건강검진이나 골프장 예약은 못해 주더라도 자신이 가진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하면 되는가를 조언해 주는 서비스가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그것이 최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는 PB클럽 비즈니스센터가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이나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그럼 우리들은 좀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겠죠.




최근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라이프플래너(보험설계사)들도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저 자기네 회사 보험 상품만을 파는 것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나면서 다양한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는 것이죠.




아무쪼록 주먹구구식의 자산관리나 재테크가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합리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길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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