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본의 몰락②: 맥주병을 옮기는 작업

입력 2002-09-02 11:11 수정 2002-09-02 11:11
누군가가 현재 일본의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일을 맥주병 옮기는 일에 비유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인 즉, 지금 일본의 불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맥주가 가득 들어 있는 맥주병을 이쪽 테이블에서 반대쪽 테이블로 한꺼번에 조금의 시간 오차 없이 옮기는 일과 같다는 거죠. 그런데 이 맥주병의 개수는 총 30개이며 옮기는 방법은 단 한 사람이 맨손만 사용해야 한다는 거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손이 두개 뿐이니까 대략 8병 정도는 각 각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동시에 들어 올려 다른 테이블에 옮길 수 있지만 30병 정도면 이런 동작을 몇 번 반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따라서 한꺼번에 조금의 시간 오차도 없이 30병을 한 사람이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의 문제는 이러한 맥주병 옮기기와 똑 같습니다. 기업의 악성부채, 은행의 부실채권 소비자의 소비성향 격감, 그리고 어마어마한 국가부채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개혁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죠. 하지만 강력한 대통령제가 아닌 수상에 의해 운영되는 내각책임제 정부가 이런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 부치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개혁을 원치 않는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반발을 무시하고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행정부가 없다는 거죠.




일본 회사에 근무하던 후배가 일본인 동료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한때 한국의 IMF체제를 겪은 것을 불쌍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한국은 행운이었다는 거죠. 물론, IMF가 큰 시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은 이러한 시련을 계기로 개혁을 할 수가 있었고, 정부도 IMF를 핑계(?) 삶아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는 거죠.




마치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면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을 하듯이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IMF를 기회로 이용한 나라라는 거죠. 그런데 일본의 경우, 건강은 나빠져 가는데 큰 병이 걸리지 않아 그냥 무방비로 있다가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거죠.




아무튼 제가 읽고 있는 「2003년, 일본국파산」이라는 책에서도 이러한 불황의 끝을 국가파산으로 귀결시키며 일본 국민들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1,000조엔에 달하는 국가 채무는 그나마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이 1,400조엔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현재까지는 위태위태하게 버텨나가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연간 60~70조엔씩 채무가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결국 상환능력을 상실한 일본정부의 국채는 가격이 폭락하게 될 것이고, 일본 엔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그렇게 되면 수입물건의 가격은 폭등하게 되겠죠. 같은 1달러로 수입을 했다고 해도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졌으니 돈을 더 지급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물건의 가격이 폭등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초래하게 되고 일본 국민들도 생필품을 사기위해서라도 가치가 떨어져 가는 엔화를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인출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대대적인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아르헨티나와 같은 ‘예금봉쇄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파국의 상황까지 간다는 것이죠.




일본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 월드컵때 일본이 8강 진출에 좌절되자 우리 주위에서는 일본의 좌절을 기뻐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었죠. 이렇듯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인 역학 관계로 인해 일본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는 심리를 같고 있습니다. 그럼 이대로 가다가 일본이 파산하게 되면 정말 박수를 치며 기뻐해야 겠지요…. 하지만 불행히도 일본의 파산은 아시아 경제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특히, 대일(對日)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겠죠.




일본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바랍니다. 오늘자 신문을 보니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減稅)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사실 마이너스 수준의 금리로 인해 더 이상 금리정책도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아마 마지막 고육지책을 쓰나 봅니다. 부디 일본이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는 아시아를 위해서 이며, 결국은 우리나라를 위해서 입니다.




끝으로 이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미국이 다음 번에 아프카니스탄과 같은 국지전이 아니라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다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겠죠. 어쩌면 재무성(일본)이 아니라 정부(일본)의 일부에서는 그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플레이션이 된 것은 일본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정세가 나쁘기 때문이다」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경제가 회복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경제는 한숨을 쉴 수 있고 일본경제도 조금은 회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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