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본의 몰락①: 간장 1.5리터를 마시면…

입력 2002-08-26 20:45 수정 2002-08-26 20:45
제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여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90년대 초반이었죠. 진짜 우연한 기회에 일본 대학생과 교류하는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죠. 그 동아리를 통해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와 접하게 되었답니다.




그 당시 저에겐 일본이 Economic Super Power Country 로 비쳐졌었죠. 물론, 90년대라면 일본의 버블이 꺼지고 장기 불황의 서막을 열기 시작하는 시기였지만, 아직은 90년대 초였고 또한 현실감각이 약간 떨어지는 대학생인 저로서는 일본의 경제력에 대해 여전히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 보고 있었죠.




그 후 개인적으로나 업무상으로나 자주 일본에 가게 되었고, 갈 때마다 도쿄항의 거대한 설비나 요코하마의 거대한 ‘미나토미라이’(우리나라 COEX 같은 시설인데, 서울도 아닌 인천과 같은 도시에 이러한 거대한 시설이 있다는 게 놀랍죠… 물론, 도쿄의 ‘마쿠하리메세’ 같은 시설은 COEX보다 몇 배나 크지만…) 를 보면서




‘아~ 역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구나’ 하며 일편 부럽고, 일편 겁나는 감정을 느끼곤 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럽고 겁나는 일본이 이제 곧 파산한다고 합니다.




10년간의 장기 불황의 끝이 日本國破産이라는 결론을 내린 책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아또다 나오스미(跡田直澄; 게이오대 교수)와 아사이 다까시(淺井隆; 마이니치 기자출신)의 공저인 「2003년, 일본국파산」이란 제목의 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의 第二海援隊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아직 국내 번역판은 나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아르헨티나의 다음은 일본이다’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을 언급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아르헨티나는 계속되는 불황과 국가채무로 인해 결국 국가 재정파산상태에 이르고 어쩔 수 없이 ‘예금봉쇄령’을 실시합니다. 즉, 국민들이 하루에 은행으로부터 3만엔(≒30만원) 정도의 돈 밖에 인출할 수 없게 하였던 거죠. 그러니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금싸라기 같은 돈을 은행에 맡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서 ‘내돈 돌려달라!’하며 시위를 했고 전투경찰이 투입되고 거의 도시는 순식간에 공황상태로 빠지게 된거죠.




이러한 ‘예금봉쇄령’을 실시한 아르헨티나의 국가채무가 얼마나 됐는지 아십니까? 무려 17조엔(≒170조원)이었다고 합니다. 천문학적 수치죠. 그런데 지금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과연 얼마일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바로 1,000조엔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GDP와 일본의 그것은 차이가 나니까 이렇게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이 GDP로 비교해도 아르헨티나는 GDP의 50%가 국가채무인데 반해 일본은 이의 4배에 달하는 200%가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아사이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간장은 조금씩 사용하면 음식을 맛있게 해주고 입맛을 돋워 주며 건강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단숨에 1.5리터의 간장을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사망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파산이란 실로 단순한 논리인 거죠. 부채라는 게 적절히 사용하면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GDP의 200%이상을 부채로 가지고 있는 국가는 파산할 수 밖에 없죠.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일본 역시 기업이 돈을 조금 벌어 신용이 쌓이면 이를 이용해 대출해서 부동산을 사고 또 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서 좀더 많은 돈을 빌려 부동산을 다시 사고… 하는 일을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업의 자산가치 증가로 주가도 올라가고 하는 소위 말하는 80년대의 버블경제를 맞이 했던 거죠.




하지만 축제는 계속될 수 없는 거죠. 어떠한 계기로 거품이 꺼지고 나니 부동산 가격과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남은 것은 해결할 수 없는 부채 뿐이었죠. 따라서 경기는 장기 불황으로 흘러 갈 수 밖에 없었죠.




지금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극치를 달리고 있고 있습니다. 금리가 제로 금리에서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은 돈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일본친구들도 우체국에 가서 예금을 합니다. 금리가 하도 낮아 5천엔을 예금하러 버스를 타고 가면 이자가 버스값도 안 나온다는 우스개 소릴 하면서도 끝까지 우체국 예금을 고집합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 보았죠. 주식도 하고 수익증권도 해서 대박을 노려야지 왜 우체국 예금만 고집하느냐구요… 하니 그 일본친구들 이야기인 즉, ‘우체국은 국가기관이니 안전하다’ 라는 거죠.




이게 바로 일본인들입니다. 이렇게 돈을 쓰질 않으니 소비가 진작될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죠.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러한 불황의 근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부실화된 기업과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여했고, 또한 경기진작을 위해 빚을 내어 대교를 만들고 댐을 짓는 일에만 몰두 했습니다. 그러니 큐슈와 혼슈를 있는 대교가 쓸데없이 3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국가채무가 1,000조엔에 이르렀죠. 국가채무가 늘어나 상환 능력을 상실하면 엔화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게 되겠죠. 그러면 1차대전후 패전국 독일의 모습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빵한덩이를 사기위해 마르크화를 한 수레 가득 실어서 빵가게에 가야 했던 그 당시처럼 말입니다. 그럼 아마 사람들은 지금의 디플레이션을 오히려 그리워 할지도 모르며, 너도 나도 돈을 찾기 위해 은행이나 우체국으로 몰리겠죠.




그럼 일본정부도 어쩔 수 없이 아르헨티나 같이 ‘예금봉쇄령’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책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언론의 경고이기도 하죠.)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죠.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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