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소라게`의 고민

입력 2002-08-13 20:39 수정 2002-08-13 20:39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를 보면 주인공 인어공주를 따라다니는 친구중에 세바스찬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빨간 집게발을 들고 왔다 갔다하는 귀엽고 조그마한 `소라게`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소라게의 실제 생활습성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소라게는 원래 자기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녀석도 있지만 자기 껍데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녀석도 있죠. 따라서 자기 껍데기가 없는 녀석은 바다 속을 기어 다니다가 빈 소라껍질을 발견하면 우선 집게발을 벌려서 그 소라 껍질 입구를 재어 본답니다. 그런 후 그 집이 자기 몸에 맞겠다 싶으면 곧장 그 속으로 들어가 사는 거죠. 그러다 몸집이 커지거나 싫증이 나게 되면 그 동안 집으로 이용했던 그 소라 껍데기를 미련 없이 버려 버리고 다시 다른 소라 껍데기를 찾아 다니기 시작하죠.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다시 그 속에 들어가 살고 또 싫으면 벗어 버리고 다른 것을 찾아 나서죠.




이렇게 소라게가 자신에게 맞는 소라 껍데기를 찾아 나서는데는 소라게만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죠. 원래 연약한 몸을 가진 무척추 동물로서 자신의 왜소한 모습으로는 다른 동물들의 공격을 받기가 쉽죠. 그래서 그나마 딱딱한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서 자신의 왜소한 모습도 감출 수 있을 뿐더러 남들에게 겁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빈 껍데기를 찾는 것이랍니다.




어찌 보면 이 소라게란 녀석은 참 불쌍한 것 같습니다. 일반 게처럼 크고 딱딱한 몸집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몸의 크기에 맞춰 소라 껍데기를 찾아서 이곳 저곳 이사 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죠.




비상장기업이 살아가는 방식에도 소라게와 마찬가지의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있죠. 자신의 현재 재무상태나 영업상황으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코스닥에 등록하기가 힘든 회사가 이미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를 합병하여 자연스럽게 코스닥에 올라가는 방법인 것이죠. 다시 말해 이미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를 껍데기 삼아 그 속으로 살짝 들어가 코스닥 등록기업이 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우회등록 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백 도어 리스팅(Back Door Listing)`이라고 하죠. 굳이 우리말로 풀어 쓰자면 `뒷문으로 등록하기` 정도가 되겠네요.




이러한 `백 도어 리스팅`은 예정부터 간혹 행해져 왔으나 벤처붐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던 2000년 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죠. 정상적인 방법으로 등록이 힘들어졌거나 정상적으로 등록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한 회사를 이미 코스닥에 올라가 있는 회사와 합병 시키면 아주 손쉽게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팔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빠른 시일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방법입니까?




그럼 이미 등록된 회사 중 어떤 회사들이 `백 도어 리스팅`의 제물(?)이 될까요?




일반적으로는 주식이 많이 분산되어 시장에서 조금만 주식을 사들여도 금방 대주주가 될 수 있는 회사나, 등록한 후 그 실적이 좋지 않아서 기존의 대주주가 적당한 가격에 자신의 회사를 팔려고 내놓은 회사가 그 대상이 되죠. 이러한 회사들을 흔히들 `쉘(She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소라게가 들어가 살 소라 껍데기란 뜻이겠죠. 실제로 미국의 나스닥 같은 경우에는 전문적으로 이러한 `쉘`만 골라 다니며 사고 파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정말 요지경 같은 세상입니다...




사실 뒷문으로 우회등록을 하는 `백 도어 리스팅`은 전문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굳이 전문적인 용어라고 하면 `RTO(Reverse Take-Over)` 정도가 되겠죠. 이는 우리말로 `逆 인수, 逆 접수` 라는 뉘앙스가 있죠. 그러니까 크고 등록된 회사가 작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작은 비상장기업이 크고 등록된 회사를 사들이는 것이니까 `RTO(Reverse Take-Over)`라는 표현을 쓰나 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우회등록으로 주가를 띄우면 그 후 소액투자자들이 나중에 뛰어들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자 올해 초부터 협회등록규정을 강화시켜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우회등록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하는 것을 엄격히 제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왜소함을 숨기기 위해 소라 껍데기를 찾아다니는 소라게 같은 회사보다는 스스로 힘을 키워 코스닥의 바다에 뛰어드는 회사가 많아져야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도 발전하고 벤처산업도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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