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 웩더독(Wag the Dog)

입력 2002-06-25 17:51 수정 2002-06-25 17:51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 가 나오는 웩더독(Wag the Dog)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걸스카우트 여학생을 성추행해서 고발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적대국과의 전쟁을 일으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운다는 일종의 음모론에 바탕을 둔 영화로 유명했죠. 그런데 재목이 `무슨 무슨 게이트`나 `대통령의 음모` 뭐 이런 것이 아니고 하필이면 `웩더독` 이었을까요?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이 말은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뿐더러 사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정상이지 어떻게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웩더독’이란 말은 주객(主客)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말이죠.




이 영화에서 `웩더독`이란 제목은 상당히 상징적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중요한 것이 오히려 사소한 것에 영향을 받아 왜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정치적 음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인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웩더독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개장 때부터 빨간색으로 잘 올라가던 주식시장이 장 마감을 앞두고 선물시장의 약세로 말미암아 프로그램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갑작스레 폭락을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원래 주식시장에서 선물거래란 현물시장(우리가 일반적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리스크 헷징) 생겨난 금융거래입니다. 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현물시장이 몸통이고 이를 서포트하는 선물시장이 꼬리인 셈이죠. 따라서 현재 현물시장에서 주가가 앞으로 오를 것이다 혹은 내릴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 선물거래가 이루어 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선물시장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몸통인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주식시장에서는 `웩더독(Wag the Dog)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선물시장이 현물시장보다 오히려 커지면서 선물시장의 변화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끼지면서 나타나게 되었죠. 즉, 주가지수 선물가격이 내려가면 선물시장이 저평가 되고 자동적으로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일어나게 되죠. 따라서 일시적으로 대량의 매도 물량이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와 주가는 폭락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선물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반대의 매매가 일어나게 되겠죠.




원래 선물거래와 현물거래는 그 대상물이 같고 선물의 만기일인 일정한 시점(매년 3, 6, 9, 12월 두번째주 목요일)에 가면 선물 결제를 그 시점의 현물가격으로 하게 되므로 선물과 현물의 가격은 이론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선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선물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거나 내려가 현물가격과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 경우가 있죠. 이러한 일시적인 상황을 놓칠 리가 없는 투자자들은 선물과 현물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 것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매수함으로써 -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것은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룰(Rule)이죠.- 그 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선물과 현물의 차이는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며, 주가지수선물의 경우는 현물의 개별종목이 모여있는 주가지수를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물을 팔 때는 미리 정해 놓은 수 많은 종목을 한꺼번에 주문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인 주문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거죠.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는 대부분이 대형 투자기관의 펀드메니저들이 매매 결정을 하면 컴퓨터에 입력된 일정한 프로그램에 의해 매매가 일어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도저히 대응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현물시장의 가격변동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선물거래 이지만, 투자기관의 펀드메니저들이 차익거래를 얻기 위해 일어나는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는 현물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며 이는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듯한 대표적인 주객전도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니 우리들 같은 일반 개미군단이 주식에 투자를 해서 돈을 먹겠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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