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나의 경험담: 신한은행BW-수익율1000%의 신화

입력 2001-08-05 10:16 수정 2001-08-05 10:16
제가 책으로만 보고 알고 있던(사실 CB나 BW는 대학시절 재무학 시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상품중의 하나였죠.) 이 증권계의 박쥐를 처음 만난 건 1998년 4월 정도 쯤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좀 오래되어 정확한 시기나 가격 등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98년과 `99년을 잇던 주가의 대 폭등이 기미가 보이기 직전의 장세였죠. IMF의 여파로 이자율이 20~30%를 치솟던 그 때는 누구도 앞으로의 주가가 마그마 같이 솟아 오를 거라곤 생각 못했죠.




그때 제가 종금사에서 근무하던 때였죠. 하루는 제가 제일 좋아하던 후배 직원 하나가 저에게 와서 "형 신한은행에서 신주를 발행한데 그런데 지금 장이 영 꽝이잖아. 그래서 누가 그걸 인수하겠어. 지금 주가가 액면가(5천원)이하 인데 글쎄 액면가로 발행을 한다잖아…"




그래서 제가 말했죠. "야, 그럼 뭔가 Benefit이 있을 꺼 아냐?"




"물론, 당근이쥐… 그래서 신한은행에서 신주를 인수하면 10주당 BW를 하나씩 끼워 준데… 근데… 그 BW조건이 죽이더라구…" 후배는 입에 침을 튀겨 가며 말했죠.




"그래, 야 그 조건이란 게 뭐냐?"


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배는 계속 이야길 이어 갔습니다.




"응 그 조건이란 게… BW의 신주인수권이 6개월 후가 되면 신주를 10주 인수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 가격이 10원이란 거야. 형, 신한은행 지금 주가가 2천원(지금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정도 아니었나 싶군요.)인데 6개월 후에 10원에 살수 있으니 이거 죽이는 거 아냐?"




정말 그랬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 때 신한은행 주가가 5천원 보다 훨씬 낮았는데 신주를 5천원에 발행하면 누가 그걸 사겠습니까? 그러니까 신한은행은 좋은 조건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끼워 주었던 겁니다.




저는 정말 그 후배에게 감사 하면서 회사 옆 신한은행으로 달려 갔습니다. 물론, 후배도 같이 갔죠. 그 당시 종금사는 IMF여파로 휘청거릴 때 였습니다. 저희 회사도 그 여파로 퇴직금 중간 정산을 하게 되었었죠. 그래서 제 통장에는 알토란 같은 저의 퇴직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농부가 굶어 죽어도 이듬해 농사지을 종자는 베고 죽는 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농경사회의 도그마를 과감히 깨 버렸죠. 직장 생활 3년 동안 일해 받은 퇴직금을 고스란히 인출했던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웃 종금사가 정리되는 시기에 저희는 대기업 계열사라 그나마 버티고 있던 때였습니다. 제가 그 돈을 찾으면서 얼마나 쫄았는지 모릅니다. `이거 말아 먹으면 난 그야 말로 알거진데… 그리고 주가가 뜬다는 보장도 없잖아… 6개월 후에 나라가 망할 지도 모르는데…` 저는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몸은 제 후배와 함께 신한은행 신주를 사기위한 양식에다 도장을 찍고 있었죠.




그 다음 대망의 주가 폭등기가 저를 기다렸습니다. 현대증권의 `BUY KOREA`가 기염을 토하며 주가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뛰었죠. 정말 그땐 눈물 나도록 신났습니다. 신한은행! 그 좋은 은행이죠. 그렇게 좋은 은행이 주가가 뛰는데 저 혼자만 가만 있겠습니까? 2천원하던게 1만원으로 껑충 뛰었죠. 저는 5천원에 받은 주식을 9천8백원쯤에 판 걸로 기억 납니다. 저는 지금도 그 후배녀석의 정보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신났죠.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랍니다. BW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죠. 아니 세상에 신주인수권하나에 신한은행 주식 10주인데 가격이 10원이 아닙니까? 6개월이 되는 동안 한번쯤 신한은행의 주가가 조정을 받기는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 BW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가 되니 다시 신한은행 주가는 1만원대로 회복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10원에 주식을 사서 1만원에 팔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수익률 1000%의 기적 아니겠습니까?




이정도 되니 주식으로 바꿀 필요도 없었습니다. 10원내고 받았던 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가격이 형성되어 천정부지로 뛰더군요. 누가 이걸 사려하지 않겠어요? 모두들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른다고 생각했을 때인데… 저는 몇 회 걸쳐 나눠 이 채권을 팔았죠. 평균단가 1만2천원 정도에 10원짜리 채권을 팔았던 거죠. 제가 그때 한 1억만 있었어도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종자돈(Seed Money)이 적었던 게 한이라면 한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저는 아직도 그 때의 선방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심 없이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준 제 후배에게 고맙게 생각하고요.




투자란 게 그렇습니다. 자기가 모르면 기회를 포착할 수 없고 수익도 얻을 수 없는 거죠. 만약 그때 저나 제 후배가 BW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다면, 그런 정보를 누구에게로부터 들어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물론, 그 다음에도 CB나 BW에 종종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빠지면서 더 이상 신한은행과 같은 신화는 창조되지 않았죠.




그 이후 저도 주식을 해서 많이 깨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작 `99년 말부터 2000년 초에 주식에 직접 투자해서 많이 깨졌지, 제가 CB나 BW에 투자한 것 중 크게 손해 본건 또 없었습니다. 주가가 떨어 질 땐 그냥 채권처럼 속 편히 이자나 받아 먹고 있었죠.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모나미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 인데… 그건 다음에 이야기해 드리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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