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와 어음] 할인 없는 어음은 앙꼬 없는 찐빵…

입력 2001-07-10 16:07 수정 2001-07-10 16:07
오늘은 어음의 마지막 시간이 되겠네요. 전번에 말씀 드렸듯이, 금융기관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어떻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돈을 빌려 주겠습니까? 당연히 뭔가를 받겠죠.




그런데 이 어음이란 게 모름지기 외상거래로부터 생기게 된 것인지라 태생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외상거래하면서 이자까지 주는 거 봤습니까!




그래서 어음을 발행하여 남의 돈을 빌릴 땐 `할인`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상사`가 100억 짜리 어음을 발행하면서 금융기관에게 "내가 3개월 후에 이 어음에 적힌 대로 100억을 갚아 줄 터이니, 지금 99억원만 달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그럼 금융기관은 실제로 99억원을 빌려주고 3개월 후에 100억을 받게 됩니다. 이는 원금 99억원과 이자1억원을 받는 것과 같은 셈이죠.




이게 바로 `할인`입니다. 원래 어음에 적힌 금액(이를 `액면금액`이라 합니다.)에서 일부를 미리 잘라내어 가져간다는 의미죠. 이 `할인`을 한자로는『割引』이라고 쓰죠. `잘라서 끌어 당긴다` 정도의 의미겠죠.




이러한 `할인`은 CP 등의 융통어음에서 뿐만 아니라, 진성어음이나 그 외에 이자가 따로 붙는 채권이나 CD 등에도 널리 행해집니다. 할인을 해서 일정부분 떼어내는 금액을 액면 금액에서 일정한 부분을 미리 떼어 낸다는 의미에서 `선취(先取)이자금액`라고도 하죠.




그럼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떼어 낼까요? 보통 금융 관행상 각 각의 금융상품(CP면 CP, CD면 CD, 채권이면 채권)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기준으로 일수를 계산하여 떼어 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상사`의 CP 등급이 A3이며, 시중의 A3급 CP 금리가 7%라면 금융기관은 `우리상사`의 만기 3개월짜리 100억원의 CP를 받고「98억2천547만9천453원」을 내어 주는 겁니다. 물론, 금융기관이 만기일에 100억원을 ‘우리상사’로부터 받게 되면 지금 내어주는 금액과의 차액인 174,520,547원을 선취이자로 먹게 되는 거죠.




어떻게 계산되었냐 구요? 아래와 같습니다. (세금부분은 편의상 생략했슴다)




100억 - {100억×7%×91일÷365일}




여기서 {100억×7%×91일÷365일}가 금융기관이 가져가는 부분이고 미리 떼어 간다고 해서 `선취이자금액`이라고 합니다.




또한 위의 식에서 7%는 시장에서 형성된 CP의 금리겠죠. 물론, 이 금리는 `年利`입니다. 즉, ‘1년에 몇%냐’ 하는 거죠. 따라서 만기가 3개월짜리니까 1년 365일 중에 3개월인 `91일`의 금리를 계산해줘야 하고 `7%×91일÷365일`의 계산식이 나옵니다.




"여기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제도권 금융에서 아무 말 없이 몇%라고 하는 건 年利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렇게 제가 말씀 드리면, "일반 금융기관에서 금리를 년 몇%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그게 뭐 주의해야 할 점이냐?"하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이 돈을 많이 가져 본적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채시장 같은 사금융에서는 `月 몇%`를 흔히 사용하죠. 예를 들어, ‘2부이자’ 라 함은 월2%를 말하므로 年 24%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리이죠.




제가 종금사에 근무하던 시절, 돈 많으신 어르신네(?)들이 찾아와서 금리를 물어 보곤 하셨는데, 그 때는 IMF직후라 금리가 좀 높았습니다. CP할인금리가 보통 20%를 웃돌았죠. 그래서 그 정도의 금리를 말씀 드리면, 간혹 깜짝 놀라시는 분이 있습니다.




돈 많으신 분들이 금리 올라간 걸 모를 리도 없고 해서 왜 그러시나 하고 물어보면 "그게 진짜로 20%냐, 그럼 1년에 240%나 준단 말이냐"하시면서 입에 침을 튀기시면서 흥분을 참지 못하시곤 했지요. 그 분들 워낙 사금융에 익숙하신 분이라 어음이라하면 무조건 ‘月 몇%냐’에 길들어져 있으셨던 거죠.




아무튼 이런 `할인`이란 건 CP같은 융통어음으로 돈을 빌릴 때, 돈을 사용하는 대가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죠.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성어음도 `할인`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요긴하게 활용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우리자동차부품`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10억원 어치 사고 3개월짜리 어음을 끊어 줬다고 합시다. 이때 `할인`이란 게 없다면, `우리자동차부품`은 3개월 동안 10억원 짜리 어음이 돈이 되기를 마냥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1개월 후 목돈이 필요하게 된 `우리자동차부품`은 금융기관으로 찾아 갑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의 금리에다 남은 일수 2개월을 계산하여 할인금액(선취이자금액)을 떼어내고 목돈을 받아 갑니다. 비록 10억원은 아니지만, 당장 돈이 필요하므로, `우리자동차부품`은 할인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거죠.




이렇게 할인을 해주고 어음을 받은 금융기관은 얼마간 보관하다 남은 일수 만큼 이자를 계산해서 먹고 다른 금융기관에 또 할인해서 넘길 수도 있겠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만기일까지 그 어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현대자동차로부터 10억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어음은 여러 사람에게 넘겨 줄 수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넘겨 받은 사람의 이름을 어음 뒷면에 적어 놓아야 합니다. 이를 `배서(背書)`라고 하죠.




예를 들어 `슈퍼맨`이 어음을 발행하여 `원더우먼`에게 주고 `원더우먼`은 이를 `배트맨`에게 할인하여 돈 받고 넘겨 주고 `배트맨`은 다시 `로빈`에게, `로빈`은 마지막으로 `아쿠아맨`에게 넘겨 줬다면, 어음은 이러한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먼저 어음 앞면의 오른쪽 맨 아래 부분에 어음 발행인인 `슈퍼맨`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겠죠. 그 다음 역시 어음 앞면 왼쪽 맨 위 부분에 `원더우먼`귀하라고 적히게 됩니다.




어음 뒷면에는 길게 배서를 할 수 있는 칸이 그려져 있는데 첫번째 칸에 이 어음을 `배트맨`에게 준다는 문구를 적고 `원더우먼`이 자기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습니다.


그 아래 칸에 다시 `로빈`에게 준다는 문구와 `배트맨`의 이름과 도장이, 그 다음이 `아쿠아맨`에게 준다는 문구와 `로빈` 이름과 도장이… 그래서 `아쿠아맨`은 이를 가지고 `슈퍼맨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죠.




이를 "배서의 연속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준 사람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이 어음은 법적 효력을 상실합니다. 엄청 중요합니다. `배트맨`이 `로빈`에게 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아래 칸에 `스파이더맨`이 `아쿠아맨`에게 준다고 쓰고 `스파이더맨` 이름과 도장을 찍었다면, `아쿠아맨`은 `수퍼맨`에게 돈 달라고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중요하죠…




이렇듯 할인에 의해서 어음은 돌게 됩니다. 즉, 할인이란 게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어음을 살 수가 있고 어음도 이 때문에 유통이 되는 거죠.




할인 이거 정말 어음에 없어선 안될 중요한 거죠. 어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마치 찐빵에 단팥이 없으면 팔리지 않듯 어음에 할인이 없으면 그냥 꽝인거죠.




마지막으로 `어음 할인`의 속어로 "어음 와리깡"이란 말이 있죠. 이 속어에 대해 한마디 하겠슴다.




원래 일본말로 ‘割’을 `와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어로 할인을 `와리비끼`라고 하죠. 물론, 한자로는 우리와 똑같이 `割引`라 쓰고 읽기는 `와리비끼`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어음 와리깡"의 `와리깡`이란 한자로 `割勘`라 하여 우리말로는 `각자부담` 즉, `더치페이`를 의미하는 거죠. 그래서 “어음 와리깡”이란 말은 정말 터무니 없는 말인 거죠. 그러니 아무리 속어라 해도 “어음 와리깡”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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