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와 어음]4,275,232이면 ‘진성어음’, 10,000,000이면 ‘융통어음’

입력 2001-07-05 12:25 수정 2001-07-05 12:25
다시 어음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어음은 수표와 같이 돈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종이 쪼가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표와 달리 만기일이 있고, 그 날이 되어야 비로소 돈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이 외상거래할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한다고도 했죠. 아무래도 “지금 외상으로 가져가고 몇일 있다가 돈 줄게”하는 거 보다야 격식 있는(?) 어음 용지에다 돈 줄 날을 기입하고 도장 찍는 게 서로 깔끔하니까요.




이러한 어음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약속어음’과 ‘환어음’이 바로 그것이죠.




‘약속어음’이란 두 사람간의 거래 시 사용하는 어음이죠. 예를 들어,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월말에 대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50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외상으로 샀다고 하죠. 이때 이수일은 만기일을 월말로 해서 심순애 앞(심순애 귀하)으로 약속어음을 끊어 주는 겁니다. 결국 만기일인 월말이 되면 심순애는 이 어음을 이수일에게 제시하고 50만원을 받아 가면 되죠.




그럼 ‘환어음’이란 어떤 걸까요?


심순애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를 산 이수일이 일전에 김중배에게 50만원을 꿔준 걸 기억해 냈다고 합시다. 그럼 이수일은 월말에 심순애에게 줄 50만원을 김중배에게 받아서 갚으면 됩니다. 하지만 김중배에게 갔다가 다시 심순애에게 가는 게 이수일 입장에선 여간 번거러운게 아니겠죠. 그래서 이수일은 아예 심순애에게 ‘환어음’이란 걸 끊어 주는 거죠. 이 ‘환어음’은 “이수일인 내가 심순애에게 줄 돈 50만원을 김중배 니가 대신 갚아 주어라. 그럼, 넌 굳이 나에게 돈 갚을 필요 없지 않는냐.”하는 내용이 적힌 어음이죠.


사실 이 ‘환어음’은 실제 상거래에서 그렇게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대부분 어음이라 하면 ‘약속어음’을 의미하죠.




그런데 이 ‘약속어음’이란 것도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즉, 이 ‘약속어음’이란 게 실제로 외상거래 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란 거죠. 원래 사람들이 만든 제도란 것이 처음에 이러 이러한 이유로 만들어 졌다 해도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그 용도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변하기 마련이죠. 금융도 여기서 예외는 아닙니다.




즉, 어음(약속어음)도 외상으로 물건을 팔고 사는 ‘상거래’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 졌지만, 기업들이 단기로 자금을 빌리는 도구로써도 많이 활용되고 있죠.




무슨 소리냐 구요?




전에도 몇 번 말씀 드렸듯이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게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하는 것이죠. 이는 은행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이므로 간접금융이라 합니다. 하지만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기업이 직접 돈을 빌릴 수도 있겠죠. 이때 기업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어음을 사용하는 겁니다. 채권은 추후에 설명을 다시 하겠습니다만, 그리 복잡한 건 아니고 “지금 99억을 주면 3년 후에 100억을 주겠다” 뭐 이런 내용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기업이 도장 찍고 99억 내는 사람에게 주면 채권 발행은 끝이 납니다. 물론, 요즈음엔 전산으로 처리하므로, 실제 종이를 인쇄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3년이니 5년이니 하는 긴 시간 동안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3개월 내외로 기업이 돈이 필요할 때 바로 어음이란 걸 사용하는 겁니다.




사실 채권은 오랜 기간 돈을 빌려 주는 것이므로 이 채권을 사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여러 가지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좀 복잡하죠. 하지만, 몇 개월 내에 갚을 돈을 빌리면서 복잡한 채권을 이용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음을 이용하게 된 겁니다.




어차피 외상거래라는 게 몇 년 후에 돈을 갚는 게 아니므로, 통상 어음의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2~3개월을 넘지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기로 돈 빌리는 것을, 외상거래가 일어나는 날에 어음을 발행하여 물건을 받아가고 그 기업이 2달 후에 외상 값을 갚는 형태에서 좀더 발전 시킨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어음을 발행하는 날 물건 대신 돈을 건네 받고 2달 후에 그 돈을 다시 돈으로 갚는다면, 이는 2달 동안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돈을 단기로 빌려 쓰고 갚는 거나 똑같지 않습니까?




이렇게 단기 자금을 차입할 때 사용되는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하고, 외상 거래를 위해 사용되는 어음을 일반적으로 ‘진성어음’이라 합니다. 생긴 것은 똑같습니다. 어음용지도 둘 다 제목이 ‘약속어음’이라 되어 있고, 발행일, 만기일, 발행기업 이름이랑 도장도 찍혀 있고 어음을 받는 사람 이름 ‘누구 누구 귀하’라고 적혀 있죠.




그럼 서로를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겠네요.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선수(?)들은 다 구분 합니다.




구분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어음 금액입니다.


‘진성어음’은 상거래에 사용한 어음이므로 물건가격이 어음 금액으로 적히게 되겠죠. 그런데 물건가격이 정확하게 50억, 100억 이렇게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겠죠. 아무래도 기업간의 거랜데 도매가격 아니겠어요. 그럼 ‘4,275,232,778’ 이런 식으로 어음 액면 금액이 적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어음 중 그 액면 금액이 위와 같이 복잡한 숫자로 되어 있으면 보나마나 ‘진성어음’이죠.




반면 ‘융통어음’의 금액은 ‘10,000,000,000’ 이런 식으로 딱 떨어지죠. 왜냐구요? 그건 당연하죠. 여러분도 은행에 대출 받는데 5백만원이면 5백만원이고 천만원이면 천만원이지, 4백8십7만원 대출 받지는 않잖아요. 만약 그러겠다면, 은행 대부계 직원이 상당히 짜증내겠죠.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단기로 돈을 빌리는 데 그런 식으로 빌리면 누군들 좋아하겠습니까?




또 한가지 구별법을 가르쳐 드릴께요. 어음을 받는 사람을 어음 용지에 ‘누구 누구 귀하’하고 적게 되는 데 여기서 어음 발행인이 ‘현대자동차’이고 이 어음을 받는 사람이 ‘우리자동차부품 귀하’라고 되어 있으면, 이건 보나마나‘진성어음’입니다. 하지만 어음을 받는 사람이 ‘LG투자증권 귀하’이렇게 되어 있으면, 이건 ‘융통어음’임에 틀림이 없는 거죠.




현대 자동차가 LG투자증권하고 외상거래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돈 빌리려고 어음 발행하는 거죠.




이렇게 어음은 그 용도에 따라 ‘진성어음’과 ‘융통어음’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 ‘융통어음’ 중에서도 신용평가 기관 2개 이상에서 투자적격의 평가를 받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것을 ‘기업어음(CP; Commercial Paper)’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CP란 건 안전성을 공인 받은 ‘융통어음’이라 생각하면 되죠.




어음 > 약속어음 > 융통어음 > CP




여기서 눈치 빠르신 분은 궁금한 점이 있으실 겁니다.




기업이 어음을 발행하여 단기로 돈을 빌릴 때, 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공짜로 돈을 빌려 줄 리는 없겠죠. 그럼 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돈을 빌릴 때) 이자를 어떻게 받는 지 궁금하실 겁니다. 어음도 매월 몇%씩 어음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여기서 드디어 어음에 항상 따라다니는 ‘할인’이란 걸 말할 때가 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할인’으로 뵙겠슴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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