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와 어음] 당좌수표가 기업의 예금청구서라구요?!

입력 2001-06-22 11:48 수정 2001-06-22 11:48
저 번 글에서 수표란 돈 대신에 믿을 만한 기관인 은행에서 발행하는 종이 쪼가리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수표를 들고 발행한 은행에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은행은 그 수표에 찍힌 금액(액면금액)만큼 돈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자기앞수표는 은행 자기가 발행해서 은행 자기(自己)앞에다 제시하면 언제든지 돈을 주어야 하는 수표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물론, 이 자기앞 수표는 고객이 예금을 찾을 때 현금대신 내어 주었거나, 아니면 창구에서 고객에게 현금을 받고 그 액수 만큼 내어 준 것이므로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현금으로 다시 바꾸어 주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겠죠.


이런 자기앞 수표 말고 당좌수표가 있습니다.




당좌수표라?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당좌예금부터 설명해야 되겠네요.




일반적으로 예금이란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하는 거죠. 하지만 당좌예금은 이자수익 받기 위해서 가입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이자도 안 받을 거면서 왜 예금에 가입하냐 구요?




기업들은 개인과 달리 큰 돈을 자주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매번 자기네 금고에 넣어 두고 한 뭉치씩 꺼내어 사용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또 불안하겠습니까? 밤에는 누군가가 불침번도 서야 하고…




해서 기업은 은행과 쇼부를 친 거죠.




“은행 니가 내 돈을 맡아 주다가 내가 어느 업체에 얼마가 나가고 어느 업체에서 얼마가 들어 온다고 알려 주면 그리로 돈 좀 보내줘, 대신 그 수고비를 생각해서 예금이자는 안 받을게”




은행도 해피하죠. 우선 돈을 보관하는 일로 따지면야 은행만큼 “선수”인 데도 없고, 이자를 안주고 거액의 자금을 예금으로 유치하니 좋고… 이런 저런 이유로 기업들이 대부분 당좌예금을 이용하니, 은행도 전산망을 통해 상대편 예금계좌로 돈 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즉, 당좌예금이란 이자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자금의 보관 및 지급을 은행에 위탁할 목적으로 가입하는 예금입니다. 기업에게는 요긴한 거지만,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 하곤 사실 별 상관은 없는 거죠.




암 튼, 이 당좌예금의 특징은 수표를 발행할 수 있다는 거죠. 무슨 말이 냐구요.




예를 들어, ‘우리기업’이라는 회사가 ‘대한은행’에 가서 당좌예금 가입신청을 했다고 하죠. 그럼 우선 ‘대한은행’은 ‘우리기업’의 신용도를 조사하겠죠. 나중에 수표만 남발해 놓고 돈 안 갚으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신용도가 양호하다 싶으면, 당좌계좌를 개설해 줍니다. 그런 후 ‘대한은행’에서는 금액이 안 적힌 수표용지와 어음용지(어음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설명하겠슴다.)를 한 뭉치씩 내어 줍니다.




이 수표용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생김새는 자기앞수표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우선 제목이 “당좌 수표”라고 적혀 있죠. 그리고 지급지는 ‘대한은행’이라고 되어 있죠. (‘대한은행’에 가면 돈 내어 준다는 의미임) 그리고 금액란은 비어 있어 그곳에다 ‘우리기업’이 금액을 쓰고 오른쪽 아래에 “우리기업㈜ 대표이사 나우리”라고 쓰고 도장 쾅 찍으면 그 순간 돈이 되는 겁니다. 물론, 금액은 당좌예금에 입금되어 있는 금액을 넘으면 안되겠죠…


(사실 약간 넘는 거는 은행이 봐주죠. 이를 “당좌대월”이라 하는데 사람 사는 게 칼로 무우 자르는 게 아니듯 금융 거래에서도 어느 정도 믿고 봐 주는 건 있죠.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메꿔 넣어야 하지만…)




이게 바로 “수표를 발행한다”라는 겁니다.




기업이 당좌수표를 발행한다는 거 뭔 소릴까요. 잘 들어 보세요.




우리 서민들이 은행에 예금을 해 놓고 이 돈을 찾을 때 어떻게 하죠. 일단 인터넷 뱅킹이다 현금자동인출기다 이런 거 말고 좀더 전통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죠.




우선, 은행에 갑니다. 그리고 예금청구서를 한 장 뜯어내죠. 그 다음 금액 적고, 비밀번호 적고, 이름 쓰고, 통장도장을 쾅 찍습니다. 그 다음 은행 창구에 갖다 냅니다.




창구 행원이 예금통장에 남은 돈을 확인하고 예금청구서 금액이 이를 넘지 않으면 바로 현금으로 내어 줍니다.




당좌수표는 이런 우리 서민의 출금 행위를 좀더 격식 있는 종이에 적어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당좌수표란 기업이 큰 돈을 직접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만든 당좌예금의 예금청구서 용지인 거죠.




일반 예금이 도장 찍힌 청구서 없이 찾을 수 없듯이 당좌예금은 도장 찍힌 당좌수표 없이는 찾을 수 없답니다.




“그럼 일반 예금의 예금청구서하고 차이점은 없나요?” 하고 물으시는 분이 분명 계시겠죠.




물론, 있지요~




예금 청구서는 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좌 수표는 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지불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기업’이 물품 대금으로 10억 짜리 당좌수표를 발행해서 납품업자에게 지불했다고 하면, 납품업자는 이걸 받아 ‘대한은행’에 갖다 주면 돈으로 바꿔 주는 겁니다. 물론, ‘우리기업’의 당좌 예금에 그만한 돈이 들어 있어야 하지만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밤9시 즈음에 회사에 남아서 일을 좀 하고 있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그기 신문사 사이트 가면 부도 난 회사 이름 실려 있다는 데 아무리 찾아 봐도 없어요. 어데 있어요?”




“아, 그거 말씀이시죠. 기사 검색란에 가셔서 ‘당좌거래 정지’라고 치시고 엔터 누르면 당좌거래 정지된 회사 이름이 나오는 데요.”




“아니, 당좌 머시기 정진가 그거 말고 부도 난 회사 말이 예요.”




저는 아주머니에게 그게 부도 난 회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왠지 못 미더운 듯한 어조로 “당좌거래 머시기 하고 부도가 같은 건가?” 하시면서 전화를 끊어 셨죠.




자!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아시겠죠.




만약에 ‘우리기업’이 물품 대금으로 지불한 10억 짜리 당좌수표를 ‘대한은행’에서 돈으로 바꾸려고 하는 데 ‘우리기업’ 당좌예금에는 돈이 한푼도 없다고 하면, 이게 부도인 거죠. 물론, 당일 날 ‘우리기업’도 받을 돈을 못 받아서 아니면 실수로 돈이 있는데 ‘대한은행’ 당좌예금에 돈 넣는 걸 잊어 버려서 한푼도 없게 될 수 도 있겠죠. 그래서 이걸 “1차 부도”라고 해서 경고만 줍니다. 하지만 다음날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바로 “2차 부도”가 나죠. 그러면 당좌 거래는 정지되고 ‘우리기업’은 부도 기업이 되는 겁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남에게 지불할 돈 지불 못하면 부도 인 거죠.




그리고 가계수표란 일반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자일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음엔 어음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죠. 언뜻 보면 수표와 비슷해 보여도 엄청난 차이점이 숨어 있습니다. 기대하세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489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830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