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의도 커피숍에서 방송국 PD인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말을 나누다 말고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세월호’때문이랍니다. 그 안에서 죽어간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언론의 보도를 보며 같은 언론인으로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고도

합니다.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죄스럽답니다.

 

 저널리즘으로 무장된 방송국 PD조차 눈물 흘리게 한 이번 사고로, 전 국민 모두 ‘세월호 트라우마’라는 집단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제대로 뉴스를 보지도 못합니다. 배 안에 있던 승객들의 공포와 고통 그리고 유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끼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집에 앉아만 있을 수 없다며 물품을 보내고, 성금을 모으고, 사고 현장인 진도로 내려가 자원봉사로 헌신합니다. 봉사를 위해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온 보육교사, 곧 막이 오르는 공연 연습 중에 내려온 연극배우, 부대에 복귀하는 날 아침까지 봉사하는 군인,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진도군 주민의 반이 넘는 인원이 모여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분들의 헌신이 우리들의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이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고현장에 개인들의 이러한 노력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의 노력도 보입니다.

사고가 보도되자마자 많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회사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물품과 서비스들을 지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생수, 모포 등

생필품, 빵이나 도시락, 식품들은 물론이고 급식 차량도 급파되었고, 바람막이 의류와 비옷, 수건과 물티슈, 양말 등 현지에서 꼭 필요한 용품들이 속속 전달되었습니다. 통신회사에서는

폭주하는 통화량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 기지국 설치와 핸드폰 충전서비스 및 무료 임대폰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고무적인 것은 자기 회사 브랜드 노출을 자제하고, 조용하고 겸손하게 활동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업들은 국민들과 함께 아픔을 ‘공감(共感, empathy)’하고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불쌍히 여겨 동정하는 단계를 넘어서 그 아픔이 내 것이 되어 버리면 ‘공감의 단계’로 들어섭니다. 공감을 할 때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이름 없이 헌신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내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되는데, 공감이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있어야

협동이라는 행동이 나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아름다워 보이는 말과 행동일지라도 공감에 기반

하지 않으면 그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재난 현장을 대대적인 자사 홍보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커다란

현수막과 자사 마크가 크게 찍힌 구호물품 그리고 성대한 전달식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무실 근무 복장에

자원봉사 조끼만 입은 급조한 자원봉사단이 재해 현장에 나타나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볼썽사나운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아픔에 대한 ‘동정’은 있어도 ‘공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업 사회적 책임의 기반은 사회와의 공감입니다.공감이 있어야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진정성이 있어야 기업 사회공헌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다른 영역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한 점검과 조치도 시급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도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제 사회문제에 있어 기업은 단순한 지원자 역할을 넘어 적극적인 해결주체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비영리단체와 같은 다른 영역들과의 협력으로 기업의 진정성과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웃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같이 극복해보자는 공감의 자세, 아픔을 함께하는 가족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많은 분들께 위로드리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고통을

함께하는 데 동참했으면 합니다. 고통은 나누어야 가벼워집니다. 그래야

가족입니다.

 

 ⓒ김도영 20140503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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