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합시다.

입력 2014-04-05 01:46 수정 2014-04-05 01:46
 최근에 한 청년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이 청년은 소위 명문 대학의 남들 부러워하는 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입니다. 대학

때부터 나눔, 봉사, 사회적 경제 등에 관심이 많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열심히 연구도 하고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는 리더들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게 되었고 자기도 그런 삶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졸업하면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 비영리단체에 들어가 수 년째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에게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일을 하다 보니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이 예상보다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먼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에 취업한 동기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급여를 감내해야 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해

보면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업무를 배울 체계적인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회사에서 치밀하게 기획한 교육과 부서 선배들로 부터의

OJT (On the Job Training)을 통해 눈물이 쏙 빠지도록 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런

교육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평생 계속 됩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입사하자마자 혼자 새로운 일을 맡아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마음껏 일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좀 더 큰 일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한 경력을 높게 평가해 주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엔 그 반대입니다. 예를

들면 교육봉사 단체인 TFA (Teach For America)의 경우 2년 동안 봉사할 신규 인력 채용시 경쟁율이 10대 1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 하버드 등 동부 명문대학 아이비리그 출신도 12%나 TFA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FA에서 일한 경력이 다른 직장을 구할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꿈만 같은 이야기 입니다.



 비영리영역에서 일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무척이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것들을

상당부분 희생해야 합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들을 그냥 포기하는 결단입니다. 깊은 자기 성찰과 사회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 삶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방황하다가 후회하며 되돌아 가게 됩니다.



 젊음의 특권은 순수와 열정입니다. 그래서

무모한 도전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때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자를 결정할 때처럼 말입니다. 깊은 고뇌 뒤에

내려진 결단이어야 어려움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감동적이라는 이유로 비영리영역에 뛰어드는 무모함은 저지르지 맙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고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헌신하며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존경 받으실 분들을 욕되게 하는 길입니다. 오히려 이런 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다른 영역에 있으면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것도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김도영 20140405 (dykim99@nate.com)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이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국내 1호 "사회적 샐러리맨" 칼럼니스트
SK에서 사회공헌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 370여명이 모인 CSR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위원, 행자부 자원봉사진흥실무위원, 국민연금공단 사회적책임경영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 사회공헌 지침서인 "김대리 오늘부터 사회공헌팀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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