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광고-당신이 누구라도

입력 2015-02-10 11:19 수정 2015-03-25 11:16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 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 들어가

다시 한 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헤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16년간을 딸처럼 키우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날, 나는 아이처럼 울면서 차가워진 작은 몸을 안고 있었다. 최승자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시인의 시어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애완견이라고 하다가 요즘은 반려견이라고 한다. 나는 반려라는 말이 참 좋다. 애완견이라는 말도 나쁘진 않지만 애완이란 말은 귀여워서 곁에 두고 사랑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늙어서 귀엽지도 않고 보살피기 힘들어지면 버릴 수도 있는 의미를 갖고 있어 반려라는 말이 좋은 것이다.

반려는 평생을 함께 간다는 말이다. 마치 부부처럼, 가족처럼. 그래서 애완견을 가족처럼 평생을 함께 하는 반려견의 말을 사람들은 점점 좋아하고 있다. 장난감처럼 키우다가 싫증나거나 귀찮아지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버려진 강아지들이 바로 유기견이다.

유기견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군데의 유기견 보호소에 수용되어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그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내 제자인 카피라이터 한 명도 작년에 유기견을 입양하여 딸처럼 키우면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강아지의 최대 장점은 주인에 대한 복종과 사랑이다. 설사 주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강아지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흔히 개만도 못한 놈! 이라는 욕을 하지만 사실 사람이 개만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오는 사랑과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을 보면 말이다.

 

강아지의 이런 장점을 강조하면서 유기견을 입양하라는 광고캠페인은 그래서 소재가 비록 부정적이라도 공감을 하게 된다.

광고1은 악당인 주인을 풀어주기 위해 강아지가 도끼를 물고 오는 장면이다. 저 강아지의 표정을 보라. 누가 이런 충성심을 보여줄 것인가? 그러면서 오른쪽 상단에 카피 한줄.

[강아지는 당신이 누구든 사랑을 준다.]

사람이라면 이런 사랑을 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이 아니고 강아지이기에 훨씬 더 공감이 가는 크리에이티브다.

이런 컨셉의 광고가 이어진다. 아내를 살인한 듯한 남자가 어두운 밤 시체를 파묻으려는 장면. 강아지가 주인을 도와 시체를 끌고 온다. (광고2) 이 광고에서 말하는 의도는 강아지의 충성심이다. 광고3에서는 편의점을 터는 강도를 도와서 CCTV를 돌려놓은 강아지를 보여준다. 표정이 진지하다.

강아지의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해 나쁜 인간들과 상황을 연출하였지만 이 광고를 보고 나쁜 짓을 장려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광고가 주는 크리에이티브의 묘미다.

사랑을 베풀면 더 큰 사랑이 돌아온다. 그래서 희망한다. 우리나라의 그 많은 유기견이 주인을 만나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주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광고1



 광고2




 


광고3




				
작가 /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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