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핀 무궁화 4 : 억지 인연의 시작

입력 2015-02-05 08:30 수정 2015-03-12 09:53
 

그래도 영남은 여태껏 ‘돈은 목숨과도 바꿀 만 하다’고 여기며 사는 듯 했다.

영남을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남에게 「회장님」 하며 굽신거렸다.

동문 선배 중에도 「서회장」하고 은근하게 대했다.

영남은 속으로 내가 「서회장」하고 불러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한번은 <내가 ‘서회장!’ 하고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 라며 노골적으로 물었을 때 “하늘같은 사부님이시고 부모님 모시듯이 모셔왔습니다. ‘영남이’가 더 듣기 좋습니다.” 라며 특유의 부처님 미소를 보였지만 난 그게 영남이 속으로 딴 생각 하고 있을 때의 표정 이라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서회장 소리가 어지간히 듣고 싶은 표정일세…….’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회장으로 대접해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회장님」 대접을 받기엔 영남은 아직 찌든 돈 때가 덜 빠졌다.

 

영남이 법대 동문이라는 것을 밝히기 전에, 내게 아내와 아들의 사주를 들고 나타나 억지(?) 인연을 맺은 뒤로 지금까지, 영남은 오로지 속물근성과 장사꾼의 기질로만 날 모셔(?) 왔다.

‘뽑아먹을 재주만 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의 가족사주를 상담해줬을 때는 압구정동에서 「신우초 신역리원」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간판을 내 걸고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

영남의 명은 갑진(甲辰)년, 경오(庚午)월, 정유(丁酉)일, 임인(壬寅)시 대운7

아내의 명은 갑진(甲辰)년, 병자(丙子)월, 정유(丁酉)일, 임인(壬寅)시 대운2

아들의 명은 신미(辛未)년, 신묘(辛卯)월, 병신(丙申)일, 기축(己丑)시 대운7

 

영남은 법학과, 아내는 영문과 출신이다. 같은 대학 캠퍼스에서 사랑을 싹 틔웠다. 대학 졸업후 영남은 검찰 수사관으로, 아내는 시티은행에서 사회 첫 출발을 했다.

영남은 결혼 후 아들을 낳았고 상담하러 온 이유가 가출을 일삼는 말썽꾸러기 아들 때문이었으리라.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시고 가능하면 이혼할 때 아들을 여자 쪽으로 넘기세요.> 이게 내가 뱉은 첫마디였다.

“왜요? 이혼 안하는 방법은 없나요?”

<두 분은 아들을 잘 못 낳았기 때문에 해로하기 힘듭니다. 가뜩이나 일, 시 가 같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일 텐데……. 아드님은 26세까지 살아있어도 살아있다고 하기 힘들정도로 운이 나쁩니다.>

 

“어떻게 다음에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아들이 가출을 일삼는 것은 본인도 죽을 만큼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겨울생 병·정화일주(丙·丁火日柱)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기 어렵다. 재혼하는 경향이 강하고 혼자 사는 경우도 흔하다. 더러 가정을 갖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조상과 본인이 덕을 많이 쌓았거나……. 하여간 예외라 할 만큼 드물다.

상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남은 이혼했다. 아들은 떠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남이’와의 인연은 영남이 명리학에 돈 냄새를 맡으면서 사제지간이라 봐도 될 만큼 가까워 졌고 영남은 처음 명리학에 돈 냄새를 맡았던 것과는 다르게 필연적으로 흐르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건방진 수준이 된 후로 명리학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론 마찬가지로 필연적이라 할 수 있는 용신론과 신살론에 빠져들었던 것도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영남에겐 필수 코스라 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영남은 내게, 라기 보단 돈 냄새 나는 내 재주에 달라붙었고, 주제도 모르고 날 이렇게 저렇게 이용해 먹으려고 했다. 뻔히 보이는 속셈을 나름 열심히 포장하면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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