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입력 2012-11-07 08:49 수정 2012-11-07 08:49


바이어와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1997년부터 발가락 양말를 싱가포르에 수출하기 시작한 필자는 2000년에 핀란드, 독일 바이어를 만나게 되었다. 독일에는 Kim’s, 핀란드에는 Feelmax, 기타 지역에는 Topia라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을 하였다. 하지만 양말시장 게다가 더욱 작은 틈새시장인 발가락양말을 수출을 하면서 각자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은 별로 발전성이 없어 보였다. 그 때만해도 양말만을 전문으로 하면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진 곳은 없었다. 특히 발가락양말은 시장 자체가 워낙 작아 독자 브랜드라기 보다는 양말을 파는 곳에서 구색 맞추기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무좀양말’정도의 인식이 매우 낮지만 그게 양말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발가락양말을 처음보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어 장갑의 손가락이 왜 이렇게 짧아?’하다가, 발가락양말임을 알고 깔깔대고 웃다가 ‘이제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다!’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2001년에 독일과 핀란드바이어에게 브랜드를 통일하자고 하였다. 브랜드를 통일하는 잇점으로서는 1) 동일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공동 마케팅이 가능, 2) 서로의 홈 페이지를 연결시킴으로써 다국적 브랜드임을 홍보할 수있음, 3) 세계 어디서나 A/S가 가능함을 강조함으로써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있음 등을 바이어들에게 강조하였다. 물론 공급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잇점이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공동 브랜드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공동브랜드에 참여하는 바이어와 필자는 자기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로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있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인다는 것은 위험이 닥쳤을 때 대응이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각자의 사업구상이 달라지고, 발전방향을 다르게 잡았을 때 묶여있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지도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서로 다른 회사들이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건 서로가 잘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의 성장에 제약이 올 수도 있는 위험성이있는 큰 모험이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 누가 브랜드의 맹주가 되는 가에 대한 주도권도 향후 각자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몇 달의 노력 끝에 일단 그래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02년 우리 셋은 핀란드에 모였다. 그리고 헬싱키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2일간의 대 토론 끝에 계약서를 마무리짓고, Feelmax 라는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Feelmax 로 브랜드를 정한 것은 가장 이름이 좋기 때문이었다. 마케팅에 대한 주도권은 핀란드에서 하기로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각자의 판매 지역에 대한 구분도 명확히 하였다. 필자도 단순히 OEM 공급자가 아닌 브랜드에 대한 일정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인 판매망 확보와 브랜드에 대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브랜드 이름으로 하나의 테두리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달러만으로 엮여진 것보다 훨씬 공고한 관계이다. 단순히 나만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속될 수 없는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솔직해야 하고, 자기의 운명의 일부를 서로에 맡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브랜드를 쓰면서 우리는 상당한 잇점을 맛보았다. 우선 해외 시장의 트렌드를 일일이 내가 조사하거나 알아보려고 하지 않아도 해외 파트너들이 알려주었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필맥스(Feelmax)'가 내일 밤이면 사라질 수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구멍가게 수준의 양말가게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꽤 괜찮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동의 마케팅자료를 만들어서 ‘세계 어디서나 A/S가 가능한 발가락양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도를 더 높였다. 물론 양말에서 A/S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발가락 양말을 처음 사용하면서 약간의 불만사항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는 수리보다는 교환으로 대응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소비자의 불만이라기 보다는 발전적인 제안들을 많이 받게 되었고, 그 중의 하나가 양말 한 켤레에 유럽 소비자가로 4-5만원하는 천연비단 발가락양말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판매를 하기도 하였다.

 

소규모의 회사들이 브랜드를 갖는다는 것은 해외 바이어의 이름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갖는다. 그건 또한 나의 판매선의 확대를 스스로 제한한다는 모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에 상응하는 많은 잇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과연 나와 이름을 걸고 같이 비즈니스를 할만한 의향이 있는 바이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맥스의 예처럼 같이 성장하고,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발전하는 장기적인 파트너 십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업체가 희망하는 ‘꿈의 브랜드’도 가능하다고 본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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