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조건, 어느 것이 결혼에 중요할까?

입력 2012-05-27 13:57 수정 2012-05-27 14:00


사랑과 조건, 어느 것이 결혼에 더 중요할까?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엄마랑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 지 알지?
아빠는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 복학을 준비할 때고, 엄마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다닐 때, 종로의 어느 영어회화학원에서 만났지. 정말 눈에 확띠는 데다가, 볼수록 ‘으음~, 사랑스러워!’



그리고서는 나는 복학을 했고, 엄마는 학원을 그만두고. 외가댁이 있는 퇴계원에서부터 충무로까지 출퇴근하는 엄마를 보고 싶어서 지하철 환승역인 동대문운동장역 (지금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아침마다 기다리고 잠시 얼굴을 보고 학교로 가곤 했지.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퇴계원에 가서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주말마다 퇴계원에 가기 시작하고, 졸업할 때마다 매주 갔다. 암튼 주말에 엄마를 못만나면 안절부절이었어. 그러니까 결혼도 하기 전에 처갓집에 150번정도 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빠밖에 없을 걸. 그래도 외할아버지는 아빠가 취직하기 전까지는 아빠를 사윗감으로 인정하지 않으셨지. 왜냐고? 학생이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연애만 하니까, 불안하셨던거지. 그러다가 아빠가 외할아버지의 마음에 드시는 곳에 취직을 하니까 비로소 결혼을 허락하셨지.



그런데 엄마하고 나하고는 서로 무엇이 좋아서 만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을까? 네가 질문했듯이 돈은 아니었어. 왜냐하면 아다시피 할아버지는 고등학교 물리선생님이셨고, 할아버지는 퇴계원에서 농사를 짓고 계셨으니까 누가 보아도 돈이 많은 분들은 아니었잖아. 그렇다고 엄마가 돈을 많이 버는 직장도 아니었고, 아빠는 삼수에다가 군대를 겨우 마치고 대학 2학년 복학을 앞둔 학생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른들은 그게 아니셨지. 당시만해도 여자들은 결혼하면 보통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남자쪽에서는 여자가 얼마나 살림을 잘하고, 어른들을 잘 모실 수있을까 하는 것이 며느리를 들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었어. 그리고 여자쪽에서는 사윗감이 과연 당신들의 귀한 딸을 남의 집에 보내면서 우리 딸을 잘 보살펴 줄 집안의 가풍인지, 그리고 고생시키지 않고 잘 살 수있는 능력이 있는 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리고 아빠의 취직은 당연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있다는 기반을 외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린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허락받았지.



그런데 말이야, 사실 결혼에서 사랑이 전제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지 않아. 아빠새대는 그래도 연애결혼이 많았지만, 할아버지 세대는 연애라는 게 거의 없었지. 연애, 사랑은 인간의 자유가 증대되면서 파생된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있지. 볼프강 라트가 지은 ‘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에 보면 “낭만적인 사랑의 역사는 겨우 250년에 불과하다. 18세기에 와서야 인간은 사랑과 결혼을 함께 묶어 생각했고, 한사람과 일생을 함께 하는 행복을 약속받았다. 이 시대만큼 연애 결혼을 찬미했던 시대는 없을 것이다. ‘너와 나’, 내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은 마치 인간으로 변신한 내 영혼같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하기사 우리도 돌이켜 보면 이몽룡과 성춘향 이전에는 연애소설이 없었지? 아빠가 기억을 못해서 그런가. 고려시대에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영웅적 역사소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두 남녀가 만났는 데, 눈에서 불꽃이 팍팍튀기면서 ‘아, 저 사람은 나의 사람이어야만 해. 난 저사람 아니면 죽어버리고 말거야!’하면서, 그 감정을 결혼으로 연결시킨 것은 인간이 그만큼 발전한 결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것같지? 자연의 지배를 받으면서 비가 많이 오면 홍수에 모든 것이 쓸려내려가고, 가뭄이 들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했던 그런 암담한 시대를 벗어나,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면서, 우리는 본성을 발견했거나, 되찾았다고 할 수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있겠지. 그러면서 인간은 이전의 어느 조상들보다도 ‘행복’을 찾게 되고, 그 중의 하나로 ‘낭만적 사랑의 이상’도 커져온 거야.



하지만 그 아름다운 사랑의 대명사인 ‘로미오와 줄리엣’,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도 혹독한 시련을 겪지. 바로 부모의 반대! 꾸아아앙~



왜 세상의 많은 부모들은 청춘남녀의 불타는 사랑을 반대하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잃어버리기까지 할까?



그건 사랑은 ‘꿈’이고,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이야. 너도 많이 들어봤지. 나도 이 이야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거부감을 갖었었지. 그런데 ‘900일간의 폭풍, 사랑’이라는 책이 있어. 그 책을 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아주 길어야 심리학적으로는 900일, 호르몬을 연구한 생리학적으로는 600일정도에 불과하데. 그럼 그 다음부터는 ‘생활’인 거야. 하기사 인간의 수백만년의 역사에서 ‘팍팍팍~ 하는 사랑의 역사가 250년정도인데,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이 600일이나 가는 것도 참 대단한거야. 아무리 좋은 가방이나 시계도 사고나면 금방 시들해져서 다른 것을 또 사고, 신발도 수시로 바꾸잖아.



그 과정을 부모님들은 이미 알고 계신거야. 지들이 아무리 찟고 까불어야 봐야 600일이야. 처음 만났을 때는 눈빛만 온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같고, 안보면 보고싶고, 돌아서면 보고 싶지만, 막상 결혼하면 그게 달라진 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부모야. 그런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부모의 사랑이야!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 커서 죽을 때까지 자식이라면, 자신의 몸보다도 커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가, 600일이 지나면 호르몬과 함께 없어질 사랑을 보고 평생 살아가라고 할 수는 없지. 그래서 부모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 왜냐하면 자기 자식의 나머지 삶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니 재산, 성격, 집안등을 따지게 되는 거지. 그게 동네방네 소문이 파삭한 뚜쟁이 아줌마가 그런 역할을 하였다면, 요즘은 온갖 통계와 정보로 무장한 ‘결혼정보회사’로 바뀌었을 뿐이지. 결혼정보 회사의 광고나 기사들을 본 적이 많지.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보면 사위의 희망연봉, 며느리의 직업을 수시로 내보내잖아. 그런게 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들어낸 거지. 마치 고깃덩어리를 한근에 얼마하는 것처럼, 사람을 수치화한 다음 순서를 매기는 최첨단 뚜쟁이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쓰이면서도, 그 사랑의 결정체인 ‘결혼’이 오히려 힘들어 지는 것! 그건 사람들이 고를 수있는 조건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래. 왜 우리도 쇼핑을 가서도 그렇잖아. 너무 많은 물건이 쌓여져 있으니, 오히려 망설이다가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나올 때가 있지. 그래서 오히려 결혼 상대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그래서 난 너희들의 배우자될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지 두 가지만 조건만 볼 께. 너희들이 사랑이 사라진 후에라도 평생을 갈만한 애정을 갖고 있는 지, 그리고 그 애정을 유지할만한 적당한(?)의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 그게 다야!

(사진 : 한경닷컴 w스타뉴스, 2012.5.23)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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