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차별화가 전부는 아니다

입력 2012-01-19 11:01 수정 2012-01-19 11:14
 '분수를 알고 장사하자'를 연재합니다.

 창업이라는 것이 자신감이 충만해서 무엇이든 할 수있다는 정신으로 해야하는 것은 맞읍니다.
하지만 제 17년간의 장사 경험으로 보면 '저렇게 막무가내로 해도되나?'라는 걱정을 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걱정대로 되었습니다. 예외를 찾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책과 신문에는 손정의나 스티브잡스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만 하니까,
원래 사업은 저돌적이어야 하고 무모해야 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삶의 지혜로 '지피지기'하자는 말을 하면서,
실제 사업에서는 '그게 아니고 ....'라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거죠.

그럼 나는 어떻게 했지?
그 질문에서 이 글의 단초가 시작되었읍니다.
약 45회정도 연재될 예정입니다.

출판을 감안하여 매 분량은 A4 2 - 2.5장, 45꼭지 정도입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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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가 전부는 아니다




 


사진 : http://sbma.me/100122484417





내 장사하기 시작한 지 벌써 17년째되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살려 4권의 책을 냈다. 창업에 관한 몇 번의 강의도 나갔다. 그러면서 많은 질문을 받기도 하고, 조언을 듣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차별화’이다. 마치 차별화만 이루어지면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하며 달려와서 그 제품을 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망했을 때도 상당히 차별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좀더 차별화되지 못했다고 각자가 평가를 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일까? 물론 차별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차별화에는 거대한 전체 시장이 아닌 매우 협소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하는 한계와, 널리 퍼져있는 특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마케팅의 어려움이 있다.



‘디퍼런트’를 지은 문영미교수는 과잉생산의 시대에 차별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설명하였다. “많은 기업들이 동시에 하나의 카테고리 속으로 몰려드는 경우, 제품확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다분히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한 카테고리가 이러한 형태로 발전해나가면, 기존에 그 카테고리를 지배했던 원칙들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나는 이러한 단계를 ‘과잉성숙’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한 카테고리가 과잉성숙의 단계로 접어들면, 초세분화(hyper-segmentation), 과잉확장(hyper-augmentation), 과잉경쟁(hyper-activity)가 함께 나타난다. 과잉성숙단계에 속해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아마도 마음 편하게 장사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장사꾼들은 한계를 느끼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에 너무 벅차다. 실제로 세상에는 물건이 늘어나는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IT와 인터넷이 새로운 삶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거기에 소용되는 물건들은 오히려 스마트폰 하나로 줄어들고 있다. 소형 녹음기, MP3, 전자사전, 카메라는 물론이고 이제는 얼마전에 애플이 히트쳤던 iPOD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따라가면서 뭔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에는 개발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옛날처럼 ‘음, 만들어볼까! 하고 근처의 금형가게에 가서 사장님 이렇게 생긴 물건하나 만들어주세요1’하고 금형비 몇십만원을 내서 만들던 때는 이미 멀리 사라졌다. 일단 한국에서 금형공장이 문닫는 회사들이 늘다보니 금형공장을 찾기도 어려워졌고, 값도 비싸졌다. 게다가 이제는 ‘특허’라도 내지 않으면, 좀 괜찮다 싶으면 바로 중국에서 모방제품이 들어와버리니 특허비용도 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삼성이나 LG도 아닌데 모든 소비자를 상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봐야 마케팅비용도 없고, 그에 따른 생산비용도 없으니,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문영미교수가 말한 역포지셔닝이다.



역포지셔닝(reverse-positioning brand)란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아이디어 브랜드를 의미한다. 그들은 기존 브랜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결정을 내린 용기있는 브랜드다. 역브랜드들은 다른 기업들이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를 외친다. 그것도 구차한 변명없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역브랜드는 기존의 가치들을 없애버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많은 것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들을 세운다. 그리고 부가적인 가치들을 없애고, 핵심적인 가치들로만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모습은 처음에는 낯설고, 때로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 브랜드가 진정한 차별화를 이룰 수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 내 생각이야~’하는 흥분감을 계속해서 느꼈다. 우선 신발과 양말시장은 과잉성숙의 대표적인 시장이다. 이미 수천년전부터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그리고 시장의 수요를 차고 넘치도록 많은 판매자와 생산자가 있다. 최근들어 ‘맨발같은 개념의 신발, 베어풋’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신발이 ‘차별화’를 이룰 수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필맥스의 맨발신발은 일단 신발의 기능을 부정한다. 신발의 충격완화를 부정하고, 신발의 인체보호, 인위적인 보행자세를 거부한다. 발가락양말은 무좀양말이기를 거부하고 뒤꿈치가 있어야 하고, 저렴해야 한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필맥스 발가락양말은 패션 그 자체이고, 한 켤레 4만원짜리도 있는 고가양말이다. 역브랜드의 전형이다. 또한 신발에서의 일반적인 카테고리에 속하지도 않는다. 워킹화같기도 하고, 일상화같기도 하고, 트레킹화같기도하고, 그러면서 혈액순환이나 관절염등에 권할 수 있다. 도대체 운동화야 뭐야! 일탈브랜드의 전형이다. 신발같지도 않은 신발. 필맥스는 또한 소비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마케팅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항상 필맥스는 ‘Feel'이 통하는 소비자와 만난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Feelmax는 Feel-max (느낌을 최대한으로)이다. 우리의 ’맨발신발, ‘화려한 발가락양말‘을 신으려면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뒤지고, 왜 신어야하는 지를 공부하여야 한다. 적대브랜드처럼 문적박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보통의 마케팅처럼 친절하지도 않다. 그래도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다. 일단 의학계와 스포츠계에서 맨발로 좋다는 연구자료들이 요즘들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사람들도 ’이제는 좀 걷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회사들은 충분히 차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간다. 왜 그럴까? 일단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한국에서 소비하는 물건은 이제 많지 않다. 왠만한 물건은 이제 중국이나 제3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되어 소비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산자들은 한국을 노리고 있다. 그러니 그 안에서 살아 남을려면 얼마나 차별화가 되어야 할 까? 예를 들어 음식만해도 그렇다. 요즘들어 ‘퓨전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당 한 곳에서 스파게티와 짜장면을 같이 팔고, 미국에서는 한식으로 만든 햄버거가 히트를 치기도 하였다. 문제는 ‘짜장면을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가족이 얼마나 있을까?, 미국에서 김치나 마늘향이 강한 한식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얼마나될까?’를 고민해보면 그리 시장이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차별화하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차별화하면 할수록, 그에 맞는 소비자의 계층은 더 좁아지고, 더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런 특이한 취향은 일시적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게 발전해서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트렌드가 될지, 아니면 그래도 오래갈 것인지가 애매 모호하다. 그래서 장사는 사람도 그 차별화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지, 아니면 조금만 해보고 조금씩 커가는 전략을 취해야 할지를 두고 우물쭈물한다.



그럼 어디까지 차별화해야할까? 사실 나같은 경우는 내가 알아서 차별화했다기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고, 그것을 정리하다보니 어느 새 차별화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맨발신발도 내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핀란드 파트너가 개발하였고, 나는 그 것을 한국에서 어떻게 팔까?를 고민하면서 ‘신발같지 않고, 신어도 신은 것같지 않은 신발’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박아놓게 되었다. 그 과정이 적어도 1년이상 걸렸다. 이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 식당이나 옷가게 매장을 내게 되면 주위에서 ‘차별화해야되!’라는 말을 엄청 많이 듣는다. 그럼 그들에게 되묻게 되지. ‘어떻게?’. 이 때 돌아오는 말은 ‘니 장산데, 니가 알아서 해야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는 말이 돌아온다. 문제는 사람은 다 자기가 아는 만큼 말하고, 그 중에서 아주 적은 부분만 행동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자기의 한계를 아는 게, 시장 전체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있다.



‘차별화!’, 해야 하지만, 또한 대중의 취향에도 적당하게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딜레마가 요즘 장사의 어려움이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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