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병원이나 은행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때,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식계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하기도 했었다. 매스컴에서도 질서의식에 대한 이야기와 선진문화를 갖추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은 시민의식이 낮다는 자기비하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병원이나 은행에서 새치기가 없어졌다. 이유는 번호표 때문이다. 이제는 먼저 온 순서대로 번호표를 뽑고 자신의 번호가 불리면 가서 일을 처리한다.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번호표와 같은 기계를 만들고 그것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줄을 서라’ ‘열심히 해라’ 이렇게 훈계하고 신경질 내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라고 말만 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닌 거다. 창의적 리더십은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다. “열심히 해!”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지는 리더인 것이다. 프로야구 넥센의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염경엽 감독은 최하위 그룹에 있던 넥센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그에 관한 기사들 중 이런 것을 본 적이 있다.

 

염감독은 취임 후 넥센의 타자들에게 ‘나쁜 공’을 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시켰다고 한다. 스트라이크에서 벗어나는 코스의 공을 치는 연습을 시킨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과거 성적이 나빴을 때, 넥센의 타석은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한다. 중요한 순간 투수가 던지는 결정구는 확실한 스트라이크 영역으로 들어오는 공보다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경계를 들어오는 ‘나쁜 공’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금방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나쁜 공을 칠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염감독의 판단이었다. 볼이라도 쳐서 안타를 만들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또, 넥센 투수들의 문제점을 염감독은 볼넷이 많은 것으로 봤다. 그는 투수들에게 볼에서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변화구를 집중 연습시켰다고 한다. 스트라이크에서 볼로 빠지는 것보다는 볼로 오다가 스트라이크 영역으로 변화되어 들어오는 공이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리더는 개인에게 구체적인 행동지침에 가까운 지시를 해야 한다. 물론, 그런 행동지침을 개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중요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열심히 해!” “타격 연습해” “포볼을 줄이란 말이야!” 이런 구호만 외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상황에 맞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자기개발을 원하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사람들은 굳은 각오를 다진다. 2015년에는 달라지리라! 그런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은행이나 병원에서 번호표를 도입한 것처럼, 넥센의 염감독이 타자와 투수에게 구체적으로 연습할 것을 딱 지정한 것처럼, 우리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 정도 정해서 지키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마음을 새롭게 먹고, 정신을 무장하는 것으로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신무장이나 의식개혁보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아주 사소한 행동이다. 반복되는 아주 사소한 행동이 삶을 바꾼다. 그래서, 2015년에는 무엇인가 나에게 필요한 행동을 정하고 그것을 하루하루 반복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의 삶이 바뀐다.

 

예전에 차인표씨가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20살 때 미국에 처음 갔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20살에 처음 미국에 가서,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는 젊은 청년 차인표는 주눅들고 의기소침했을 것이다. 그런 그를 구원했던 것은 ‘팔굽혀펴기’였다고 한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몸이 좋은 주방장이 부러워 “어떻게 하면 당신 몸처럼 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주방장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팔 굽혀 펴기를 하루에 1,500개만 해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MC들은 하루에 1,500개의 팔 굽혀 펴기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차인표씨의 말에 의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한번에 1,500개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첫날은 10개씩 5번해서 50개를 하고, 그 다음 날도 꾸준히 하고, 그렇게 50개에서 100개로 100개에서 200개로 조금씩 늘려가면 어느 순간 자신이 하루에 꾸준히 팔 굽혀 펴기를 1,500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몸의 근육이 생기고, 남과 다른 근육에 호기심을 갖는 친구들도 많이 생기며, 자신감도 생기고, 삶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은 행동이다. 가령, 20대의 청년이 매일 교회의 새벽기도를 빠짐없이 참석하는 자신만의 규칙을 정하고 지킨다면 그의 삶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루에 10Km을 매일 달린다면, 하루에 영어 신문을 30분간 매일 읽는다면, 도서관의 특정 자리를 정해놓고 매일 그 자리를 잡는다면, 어떤 것이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정해서 꾸준히 해보자. 처음에는 30개 50개 하던 팔굽혀펴기를 1,500개까지 목표로 늘리는 것처럼,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 해보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행동을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다.

 

박종하 mathian@daum.net

 
창의력 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PSI 컨설팅, 이언그룹(eongroup), 클릭컨설팅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창의성과 관련된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