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리사원이다

입력 2010-12-06 12:14 수정 2010-12-06 12:14


 

‘고자카이 게이에쓰로’가 쓴 ‘사장의 벤츠는 왜 4도어일까’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해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우선 해법은 자동차는 할부나 리스로 사서 경비처리하면 되고, 2도어의 차는 레져용이라고 해서 경비처리를 하지 못하니 4도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세금과 관련된 회계의 문제를 쉽게 풀어간다. 그러니까 실무적이라기 보다는 경리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장들을 위하여 전체적인 윤곽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장기적인 설비투자, 단기적인 자금운영 그리고 세무서에 내야하는 장부간의 부조화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질 지도 모르는 은행과의 관계이다. 흔히 일본하면 상당히 깨끗한,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거기도 어차피 사람사는 사회라서 그런지 그 이면은 우리와 비슷한 것같다. 리베이트라든가, 분식회계라든가, 여관주인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문제등등. 하기사 세무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다 비슷하겠지.

 

사실 나도 회계를 간단히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회계를 경리직원만큼 잘 알아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우선 회계는 재무와 달리 매일 매일 일어나는 현금순환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니까 경리과는 현금의 문제를, 예산과는 재무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사장은 그 두 부분을 모두 잘 알아야 한다. 야마다 신야가 지은 ‘회계무작정따라하기’에 의하면 ‘부기’는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며, ‘재무제표’는 회계라는 커다란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회계세계를 ‘온천’ 그 자체라고 한다면, 부기는 ‘온천수 안의 성분’에 해당하면, 제무제표는 ‘온천의 효능이 적힌 안내문’에 비유할 수있다. 수백명이상을 거느리는 사장에 입장에서 보면 굳이 회계나 부기까지야 알 필요가 없다. 그저 회계 장부 전체를 정리한 재무제표 정도면 자기 회사의 사정을 파악할 수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1-2명의 직원에서 많아야 수십명정도의 직원을 거느리는 직원은 자기가 그 모든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벌어들인 돈이 가랑비에 옷젖듯이 새나가지 않는다.

 

한번은 직원을 새로 뽑았는 데, 이 직원은 도대체 회사돈은 자기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처럼 씀씀이가 헤펐다. 보통 점심 식사값은 4,000-5,000원정도면 되었는 데, 이 직원이 경리를 맡고 부터는 7,000 - 8,000원짜리 식사도 자주 먹곤 하였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 정서에 먹는 것같고 뭐라하면 다들 싫어하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식사뿐만 아니라, 다른 경비를 헤푸게 쓰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의 개인 사물까지 회사돈으로 썼다. 결국 시간이 더 흘러가서 더 고름이 커지기 전에 그만두게 하였지만, 자기 월급이상의 폐를 끼치고 나갔다. 회사가 크든 작든 장부를 일일이 들여다 보지 않으면 뭐가 새는 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사장이야 여기저기 다니면서 영업도 하고, 기획도 해야 하니까 매일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장부를 자주 보아야 한다.

 

내가 장부를 볼 때 신경써서 보는 것은 재고액과 매출액 그리고 현금 입금액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를 본다. 이상한 것은 재고반출량, 외상 매출액을 거래처의 계산서를 맞추어 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 것은 반품이 있고, 계산상의 착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인터넷 판매사가 있는 데, 이 회사가 B라는 고객에서 카드로 팔았다가 반품을 받고, 다른 모델로 교환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나의 장부에는 2개가 판매된 것으로 하지만, A사는 1개를 판매한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때 발생하는 택배비도 출고할 때와는 달리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숫자와 재고, 현금을 잘 보지 않으면 점점 구멍이 커져서 결국은 큰 손해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재고에 관한 것이다. 양말은 주문생산이었다. 그래서 재고에 관한 걱정이 별로 없었다. 다만 신경을 쓴 것은 원부자재를 미리 너무 사놓아 자금이 허투루쓰이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재고는 1억원어치 있는 데 하루 들어오는 돈은 몇십만원씩 들어오는 게 재고장사이다. 게다가 재고 숫자를 정확히 맞추어놓아야 하는 데 그게 참 어렵다. 아직 체계가 바로 잡히지 않아 이리저리 창고를 옮기다보니 그 때마다 꼭 차이가 난다.

 

매출내역은 그날 그날로 확인이 된다. 그래서 지난 달의 홍보성과, 앞으로의 매출예상에 매우 중요해서 매출내역과 금액은 매일 매일 확인해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매일 매출을 확인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현금입금액이다. 쓸 곳이야 수시로 있지만 현금입금은 띄엄띄엄 돈이 들어온다. 그래서 경비지출과 현금잔고는 반드시 확인하고, 모자랄 것같으면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큰 회사도 1원이 부족하면 부도가 난다. 현금 보유현황이야말로 항상, 시간이 날 때마다 점검해야 한다. 쓸 돈은 많은 데 들어올 돈 이 적고, 통장 잔고가 부족하면 힘이 그 날은 힘이 나지 않는 날이다. 거래처 만나러 가기도 귀찮아 진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현금 시재액이 많으면 마치 오늘의 걱정을 내일해도 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현금관리하다보면 계산이 잘 맞지 않는게 ‘신용카드’때문인 경우가 많다. 현금으로 사용한 내역이야 영수증 또는 ‘일비’로 처리해버리면 되는 데, 신용카드는 사용한 다음 달에 정산된다. 그럼 사용은 지금 했지만, 실제로 지불은 다음 달에나 하거나 몇 달간의 할부로 끊기게 된다. 생각보다 부기를 제대로 정리하고, 자금 현황을 파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될수록이면 신용카드대신에 직불카드를 쓴다. 직불카드는 현재 회사통장에 들어있는 만큼만 쓸 수있고, 그 사용내역도 바로 통장에 찍힌다. 그러니까 사용시점과 지불시점의 차이에서 오는 장부상의 혼돈을 피할 수있다. 이런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한 달반 간의 기간동안 자금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한 달반간의 차이로 볼 수있는 금융상의 이익은 크지 않다. 큰 회사는 그걸 다 모으면 큰 금액이 될지 모르지만, 작은 회사는 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는 데 차라리 장부정리라도 잘하는 게 낫다. 최대한 장부사의 오차를 줄여야하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현금을 사용하면 된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의 하나가 바로 경리이고, 재고이다. 비록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장부정리가 꽤나 복잡하다. 수출입을 하는 데다가 내수판매까지 하니 분기마다 세금계산서 정리하는 것도 적지 않은 일이다. 외환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그때마다 환율을 따져서 계산해야 하고, 바이어들과의 정산을 해야하고, 국내 유통망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계산을 해야하는 게 참 어렵다. 사실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게 다 꼼꼼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인데 쌓이다 보면 한번에 정리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흐른다. 그렇다고 매일 매일 경리장부를 정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보니, 갈수록 경리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2-3일에는 어떻게든 정리한다. 그때가 내가 장사를 잘 하고있는 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다.

 

장사를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돈이 무척 많다. 때로는 쓸 돈이 아닌 줄 알면서 써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써야할 돈임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부족해서 쓰지 못해서 나중에 더 큰 돈으로 메꾸어야 할 때도 있다. 동네 슈퍼나 음식장사같은 경우는 현금장사라서 식구가 아니면 카운터를 맡기지 못하는 업종도 있다. 회계지식이 돈이 들어오게 하지는 않지만, 들어온 돈이 흘러나가지는 않게 한다. 앞으로 남고 뒤고 손해본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회계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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